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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4세기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찬사를 받았던 고대 그리스의 아르테미스 신전이 불길에 휩싸였다. 헤로스트라투스란 사람이 나쁜 짓으로 역사에 이름을 영원히 남기고 싶다며 불을 질렀다. 그는 사형을 당했고 신전은 지금 기둥 하나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문화유산 파괴와 약탈을 뜻하는 반달리즘(vandalism)의 시초다. 반달리즘은 5세기 유럽의 민족 대이동 때 북아프리카로 밀려난 반달족이 지중해 연안과 로마를 무자비하게 파괴했다는 헛소문에서 유래한 말이다.

반달리즘은 통상 외국을 상대로 하는 게 보통이지만 자국 문화재를 약탈·파괴하는 기현상도 적지 않다. 미국의 공격으로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붕괴된 2003년 4월 이라크 국민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상지 바그다드의 국립박물관을 약탈해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서로 총까지 쏴가며 약탈한 유물이 1만5000여점에 달했다.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도 2001년 3월 아프가니스탄에서 우상숭배금지율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세계 최대 52.5m, 32m 높이의 바미안 마애불 2개를 파괴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 2월 국보 1호인 남대문이 방화로 전소해 큰 충격을 줬다. 방화범은 자신의 토지가 재개발되는 과정에서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 이번에는 한국의 대표적 문화유산인 경복궁 담벼락이 그제 44m에 걸쳐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됐다. 범인은 ‘영화 공짜’라는 문구와 함께 불법 영상 공유사이트 두 곳의 이름을 반복해서 적었다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경복궁은 조선의 법궁(정궁)이자 민족정기의 상징이다. 1910년 조선을 강점한 일제는 경복궁을 궁내 공원 신축 등의 핑계로 수많은 전각을 해체하거나 훼손했다. 그 결과 19세기 말 609동의 경복궁 전각들은 겨우 40여 동만 남았다. 이도 모자라 일제는 경복궁 전면에 대못을 박은 것처럼 조선총독부 청사까지 건설했다. 이로부터 50여년이 흘러서야 경복궁 복원이 시작됐다. 21년에 걸쳐 강녕전, 교태전, 흥례문, 태원전 복원 등 1차 작업이 끝났고 2045년까지 2차 복원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경복궁의 담벼락에 낙서 만행이라니 이제 문화재 테러와의 전쟁이라도 벌여야 할 성싶다.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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