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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재 충북대 교수 “韓,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 뭐라도 하려고 나섰죠” [차 한잔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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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2-06 21:00:00 수정 : 2023-12-07 13: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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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대사관 앞 ‘1인 시위’ 이성재 충북대 교수

전쟁에도 대학 대자보 없어
교육자로서 문제 의식 느껴
언론들 국제뉴스 비중 낮아
협소한 세계관 확장 나서야

“지금 한국은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사회입니다.”

 

이스라엘과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장기화하는 전쟁의 상흔을 보며 1인 시위에 나선 교수가 있다. 이성재 충북대 역사교육과 교수를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만났다. 시위 중이던 그는 한 손에는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학살을 중단하라’고 쓰인 피켓, 다른 한 손에는 팔레스타인 국기와 영정 액자 사진을 붙인 관을 들고 있었다.

 

이 교수는 이스라엘군 폭격으로 부모를 여읜 아이가 이후 또 폭격을 당해 두 다리마저 잃었다는 기사를 보고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뭐라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가슴이 아프다’라고 말하고 끝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1인 시위는 그가 생각한 ‘뭐라도’ 가운데 하나였다.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에서 지난 5일 발표한 ‘이스라엘-하마스 즉시 정전을 촉구하는 한·미·일 교수·연구자 성명’을 제안하기도 했다.

지난 11월 28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이성재 충북대 역사교육과 교수가 전쟁을 멈추라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그는 전쟁이 시작한 뒤 캠퍼스에 대자보 하나 붙지 않는 것에 교육자로서 문제의식을 느꼈다고 했다. 편을 떠나 무고한 시민들이 죽어 나가는 걸 보고도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 아무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입장이 갈리는 사안에 대해선 대화하기보단 함구하는 오늘날 대학 사회의 단면”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사회 분위기 이면에 협소한 세계관이 있다고 짚었다. 프랑스 파리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이 교수는 20년 전 유학 시절 목격한 한 장면을 이야기했다.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고 있었다. 무엇이 사람들을 길 위로 나서게 했는지 봤더니 팔레스타인 문제였다. 이 교수는 “파리의 평범한 시민들이 낯선 나라의 문제로 데모하는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언론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한국 언론에서 국제 뉴스 비중이 굉장히 낮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그나마 늦게라도 보도되는 뉴스도 해외 통신 기사를 설명하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Le Monde)’는 이름부터가 세계라는 뜻”이라며 “한국 언론사 웹페이지를 살펴보면 국제 기사 탭은 맨 마지막 순서”라고 꼬집었다.

 

세계관을 넓히는 것은 사회적 대화를 복구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모든 문제는 국제적이며 맥락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 교수는 한 계간지에 ‘동상에게 죄를 물을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이 교수는 이 글에서 홍범도 장군상 철거 논란을 논하기 위해 해외에서 발생한 동상 철거 논란을 정리해 소개했다. 그는 “문제의 역사적 맥락을 봐야 싸움이 아닌 대화와 논의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인 시위 내내 거리는 썰렁했고 이스라엘 대사관은 조용했다. 이따금 사람들이 지나갔지만 추운 날씨에 옷을 여미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대사관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경찰관 한 명이 다가와 호기심을 내비쳤을 뿐이었다.

 

이 교수는 영화 ‘암살’에서 배우 전지현씨가 연기한 인물 ‘안옥윤’의 대사를 읊었다. “이런다고 문제가 해결되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해요. ‘모르지. 그렇지만 알려줘야지. 우린 계속 싸우고 있다고. 모른 체하는 당신처럼 살 수 없잖아.’”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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