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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대표 수산물인 오징어가 자취를 감췄다. 오징어 주산지인 강원과 경북 동해안은 심각한 수준이다. 강원도의 오징어 어획량은 2000년대 초 2만t 수준이었는데 2014년 9846t에 이어 작년엔 3504t까지 떨어졌다. 올해는 11월까지 1286t밖에 못 잡았다. 경북도에선 2018년까지 연간 5만t이 잡혔는데, 지난해 3000t 수준으로 줄더니 올해는 2000t밖에 안 된다. 20년 전과 비교하면 17분의 1에 불과하다. ‘오징어 씨가 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획량이 급감하자 가격이 뛰고 있다. 오징어 20마리 기준 위판액이 20만원 넘고, 활어가 1마리당 2만원 넘게 거래되고 있다. 건조오징어는 일부 판매점에서 1축(20미)당 30만원까지 한다. ‘금(金)징어’가 따로 없다. 최근 속초항 오징어 난전에서 한 마리를 2만5000원에 팔자 놀란 관광객들이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동해에서는 이제 문어가 오징어보다 더 많이 잡히고 있다. 지역 주민들도 “더 이상 오징어가 동해안을 대표하는 수산물이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오징어 조업을 포기하는 어민들도 속출하고 있다. 울릉도 어민들은 “배를 끌고 출항할수록 적자만 불어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속초항 오징어잡이 배 20여척 대부분이 아예 조업을 포기한 상태고, 비슷한 규모의 인근 주문진항도 마찬가지다. 오징어를 말려 팔던 덕장에는 남대서양에서 온 수입 오징어가 대신 널려 있다. 어민들의 원성이 갈수록 커지자, 정부와 여당은 그제 긴급회의를 열고 오징어잡이 어민들을 위해 어민당 3000만원의 긴급 자금을 대출해 주기로 했다.

오징어 어획량 감소는 온난화에 따른 어장 변화와 중국 어선의 남획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여름철 동해의 표층 평균 수온은 올해 25.8도로 1년 전보다 2.3도나 높았다. 오징어 적정 서식 수온이 15∼20도인데 수온 상승 탓에 어군이 갈수록 북상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2004년부터 북한수역 조업권을 따낸 수백 척의 중국 어선이 동해상에서 오징어를 싹쓸이하는 게 문제다. 이미 자취를 감춘 명태처럼 동해에서 오징어를 보지 못하는 날이 곧 닥칠지 모른다. 명태, 오징어에 이어 또 어떤 수산물이 같은 운명을 맞게 될는지.


채희창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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