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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미래] 멀어진 노동개혁… ‘동상이몽’ 노사정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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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1-30 23:21:12 수정 : 2023-11-30 23: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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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52시간제 개편 뒷걸음
내년 총선 여당 패배 땐 물거품
노사정협 표류 대안 여부 의문
초심 새겨 노동개혁 주도해야

정부가 ‘69시간 노동’의 덫에 걸려 좌초되었던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을 8개월 만에 발표했다. 정부 발표의 요지는 문재인정부에서 여야 합의로 2018년 2월 국회에서 통과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주52시간제’ 틀을 유지하되 노사 협의를 거쳐 일부 업종과 직종에 대해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한국노총이 경사노동위원회를 탈퇴한 지 5개월 만에 복귀하면서 주52시간제 개편 논의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당초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을 거의 폐기한 수준인 정부의 이번 개편안에 대해 경영계는 지난 3월 정부가 개편안을 발표하였을 때 “생산성 향상이 기대된다”는 입장과는 달리 “지난 개편안에 못 미치는 내용으로,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박영범 한성대 명예교수·경제학

정부가 당초 추진한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이 현장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탁상행정이었으며 교훈으로 삼아 근로시간제도 개편을 세심하고 철저히 추진하여야 한다는 등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2018년 근로기준법 개정 시 근로시간의 제한을 받지 않은 특례업종을 26개에서 5개로 대폭 축소하였기 때문에 주52시간제는 시작부터 준비 부족 등으로 논란이 많았다. 현장의 현실을 도외시하고 그때까지 근로시간 개편관련 노사 간에 합의되었던 사항들을 고려하지도 않았다.

획일적으로 근로시간을 규제하는 주52시간 제도의 한계는 개정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작된 주52근로제도 개편 논의, 노사정합의 실패에 따라 노동조합 존중 정책 기조의 문재인정부가 노동계의 반대에도 법을 한 차례 개정한 것에서도 확인된다.

정부의 주52시간제 개편의 방향 선회로 윤석열정부의 노동개혁이 용두사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윤석열정부의 노동개혁을 대표하는 근로시간제 개편은 적어도 내년 총선까지는 실현될 것 같지는 않고 총선 결과가 여당에 불리하게 나오면 노동개혁은 없던 일로 되어 버릴 가능성이 크다.

노동시장 개혁안을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마련했다는 것 자체가 반개혁적이고 대중영합적이다. 근로시간 ‘단위’라는 개념을 일반 국민이나 근로자들이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도 의문이고 개혁은 당사자의 고통이나 이익 감소를 수반하는데 개혁의 대상이 되는 근로자들이 개혁을 찬성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정부가 ‘근로시간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구체적인 사안은 노사정협의를 통해 마련하겠다는 것은 무책임하다. 의식 조사 결과는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 있다. 노동계는 주52시간제 대응에 애로를 겪는 기업이 14%에 불과하고 현행 제도에 대해 만족도가 높으니 근로시간제 개편의 필요성이 적다고 노사정 협의에서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경영계는 연장 근로시간 단위 확대를 원하는 국민이 그렇지 않은 국민보다 많고 경직된 제도로 기업이 수주를 포기하거나 법을 어기니 조속히 제도 개선을 추진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사정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에 대안은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정부 설문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의 경우 근로시간 단위 확대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근로자와 사업주가 50%가 넘는데 세부 업종을 정할 때 어떤 기준으로 할 것인지? 세부 업종 선정도 설문조사를 통해 정할 것인지? 연장근로 시간 단위 외의 근로시간 유연화는 어떻게 할 것인지? 방향을 잃은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한국노총이 진정성을 가지고 근로시간제도 개편 논의에 참여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용자가 급여를 지급하는 노조전임자인 ‘근로시간 면제자’ 기준 재설정, 노동현장에서 법과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정부의 (노동계 입장에서는) 강경일변도의 노동정책 기조 등 한국노총으로서는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얻어내야 할 것이 많다. 거대 야당이 밀어붙인 ‘노란봉투법’에 대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면 앞으로의 노사정합의는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정부는 노동개혁의 초심으로 돌아가 노사정협의 과정에서 실행 의지를 보이며 근로시간제도 개편을 주도해야 한다.


박영범 한성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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