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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압박 못 이겨… 식품업계 가격 동결 ‘울며 겨자 먹기’

입력 : 2023-11-28 20:33:41 수정 : 2023-11-28 22:4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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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안정 기조에 ‘속앓이’

CJ제일제당 인상 계획 ‘백지화’
오뚜기·롯데웰푸드도 동참 물결
업계 원가부담 커져 기업만 손해
“언젠가는 오를 것… 미봉책일 뿐”
제품 가격 도미노 상승 우려 제기

식품업계가 제품 가격 인상을 추진하다 잇달아 철회하면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따라 민생 안정에 동참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원재료비, 유류비 등이 오르면서 원가 부담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제품 가격을 유지하지만 가격 인상 요인이 사라지지 않은 만큼 도미노 상승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전날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분말 카레와 케첩 등 가공식품 가격을 인상하기로 했다가 철회했다. 오뚜기는 원가 인상 등을 이유로 편의점 채널에 ‘다음달 1일부터 주요 제품 가격을 올릴 예정’이라고 공문까지 보냈지만 인상계획이 알려진 지 한나절 만에 이를 거둬들였다. 오뚜기는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 속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민생 안정에 동참하고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오뚜기의 이 같은 결정은 정부의 압박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해 연일 각 식품 기업을 찾아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지난 27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이날도 농림축산식품부의 김정욱 축산정책관이 아이스크림 업계 대표기업인 빙그레 논산공장을 찾아 물가안정 정책에 협조를 요청했다. 빙그레는 올해 초와 지난달 원부자재 조달 비용 증가,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메로나, 투게더 등의 아이스크림 가격을 올렸다. 양주필 식품산업정책관도 식재료 유통기업인 마포구 소재 CJ프레시웨이 본사를 찾아 주요 식재료 가격을 점검했다.

 

정부는 고물가가 이어지자 모든 중앙부처 차관을 물가안정책임관으로 지정해 품목별 물가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특별물가안정체계를 가동 중이다. 빵, 우유 등 28개 품목 가격도 매일 점검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가격 인상을 철회하는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오뚜기에 이어 롯데웰푸드는 햄 제품 ‘빅팜’의 편의점 판매가를 다음달부터 인상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빅팜 가격은 기존 2000원에서 2200원으로 10% 인상될 계획이었지만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해 가격 인상을 취소한 것이다. 풀무원도 편의점에서 유음료 3종 가격을 올릴 계획을 세웠지만 최근 편의점 등에 인상 계획을 철회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CJ제일제당은 지난 3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가격 인상계획을 백지화했다. 3월엔 편의점 판매용 고추장과 조미료 등 제품 출고가를 최대 11% 올릴 예정이었지만 취소했고, 8월엔 스팸 2종의 편의점 판매 가격을 인상하려다 보류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서민물가 안정을 위해 우유값 등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는 정부 요청은 계속 있어왔다”면서도 “물가가 전방위적으로 올라 가격 인상 필요성이 있는데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원가 부담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어서 결국 기업들이 손해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며 “언젠가는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가격 인상을 미루는 건 미봉책일 뿐”이라고 말했다.


박미영 기자 my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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