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우린 술 좋아해” 밀착 과시
“韓·日 수소·스타트업 협력 합의”
APEC 중 韓·中 회담은 결국 불발
美 4개사, 韓에 11억弗 투자 신고
윤석열 대통령은 2박4일간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일정을 마치고 지난 18일 귀국했다.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별도로 만나 한·미·일 협력을 수소, 양자기술 등으로 확대하기로 합의하며 3국 결속을 과시했다.
하지만 미·중, 일·중 정상회담이 각각 열린 가운데 3국 중 유일하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식 회담을 열지 못하며 불안정한 한·중 관계를 노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7일(현지시간) 기시다 총리와 함께 미국 스탠퍼드 대학을 방문해 한·일, 한·미·일 간 첨단기술 분야 협력을 주제로 한 좌담회와 한·일 스타트업 간담회를 잇달아 가졌다. 한·일 정상이 제3국 행사에 공동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 정상은 ‘브로맨스’(남성 간의 친밀하고 깊은 우정) 관계를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좌담회에서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이 올해 벌써 7차례로 문자 그대로 신기록”이라며 “우리의 공통점은 맛있는 식사와 술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저와 가장 가까운 기시다 총리님과 혁신의 산실인 스탠퍼드 교정을 함께 방문해 매우 기쁘다”고 화답했다. 양 정상은 이날 한·일 간 수소·스타트업 분야 협력에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일 3국 간 △원천·첨단 산업 △인공지능(AI)·디지털 △탄소저감 등 3가지 분야의 연대 구상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당초 에이펙 순방 기간 미국 현지에서 미국 기업들과 투자신고식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주관하는 행사로 대체했다. 산업부는 윤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제너럴모터스(GM), 듀폰, IMC, 에코랩 등 4개 미국 기업이 국내 자동차, 반도체 등 분야에 약 1조5000억원(11억6000만달러)의 투자를 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4개 기업의 구체적인 개별 투자액은 공개하진 않았지만, 이들 기업의 투자는 연간 4조5000억원 이상의 수출확대 및 수입대체 효과 유발이 예상된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당초 에이펙 순방의 최대 관심사였던 한·중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았다. 한국의 요청에 중국이 반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중국 봉쇄의 ‘키’를 쥔 미국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를 논의해야 하는 일본에 비해 한국과는 회담 의제가 약한 측면이 있지만, 한·미·일 공조의 약한 고리인 한국 길들이기 성격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미중정책연구소장)는 “(중국은) 윤석열정부에 대해서는 관리 모드로 가고 국내정치적으로 한·중 관계를 활용하는 것에는 협력하지 않겠다는 것이 기조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윤 대통령은 20일 다시 출국해 영국을 국빈 방문한 뒤 프랑스에서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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