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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1초 급한 뇌졸중 치료… 핫라인 만들고 급할 땐 이동하며 투약”

입력 : 2023-11-19 21:05:33 수정 : 2023-11-19 21: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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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재관 동아대병원 신경과 교수

11분.

대한뇌졸중학회가 매주 국내 다기관 뇌졸중 코호트 연구(CRCS-K) 모니터링에서 환자가 병원에 도착한 이후 정맥내혈전용해제(tPA)를 투여하는 데까지 걸린 ‘기록’이다. 동아병원의 이 기록은 ‘장기 1위’로 깨지지 않고 있다. 학회 내 다른 병원 관계자가 동아대병원 측에 물었다. “10분이 가능하기나 한 시간이냐고.” 그러자 “환자가 들어오기 전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급할 땐 환자를 이동하는 침대 위에 올라가서 바로 (tPA를) ‘쏜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동아대의 독보적인 기록의 중심에는 차재관 동아대병원 신경과 교수(대한뇌졸중학회 질향상위원장)가 있다. 17일 부산 한일뇌졸중 공동콘퍼런스(JKJSC)에 참석한 차 교수는 세계일보와 만나 “급성뇌졸중은 사망률도 높지만,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도움이 필요한 장애가 생기는 경우가 40% 이상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속도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차재관 동아대 신경과 교수(대한뇌졸중학회 질향상위원장)는 17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뇌졸중으로 인한 후유장애는 개인뿐 아니라 사회·국가적으로도 손실이 큰 만큼 병원 전 이송 단계와 병원 내 단계에서 시간을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며 “국가 차원에서 정확한 ‘뇌졸중 평가’와 시스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뇌졸중학회 제공

뇌졸중의 골든타임은 4.5시간. 뇌혈관이 막혀 혈액 공급이 되지 않으면 1분에 200만개 뇌세포가 손상되는데, 큰 후유장애를 피하기 위해서는 증상 발현 이후 이 골든타임 안에 막힌 혈관을 뚫어줘야 한다. 문제는 실제 이 시간이 지켜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전체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 중 15∼20% 정도만 tPA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미 병원에 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죠. 가능한 한 많은 환자에게 tPA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병원 단계에서 의료진이 말 그대로 ‘뛸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환자가 증상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혹은 뇌졸중 치료가 불가능한 병원 ‘뺑뺑이’를 돌다가 병원 도착 전에 시간을 허비하고 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뇌졸중 적정성 평가에 ‘병원 도착 후 1시간 내 tPA 투여’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차 교수에겐 1시간도 너무 길었다. 환자가 허비한 1분 1초의 시간이라도 병원에서 줄여주고 싶었다.

현재 국내 다른 병원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대한의학회지(JKMS)에 발표된 한 논문은 1만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상위 25%는 30분 이내 투여가 이뤄졌지만 절반 정도는 40분 이내 투여됐다. 75%까지는 53분 이내 이뤄졌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상황은 훨씬 나빴다. 2005년 발표된 한 논문에서 국내 뇌졸중 환자의 2%에만 tPA가 투여된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국내 의료계는 충격에 빠졌다. 이후 대한뇌졸중학회를 중심으로 변화를 만들려는 의료진의 움직임이 생겼다.

“지난 2003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연수를 갔을 때 사실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곳 뇌졸중 임상 연구팀들은 ‘뇌졸중 코드(stroke code)’를 이용해 급성기 뇌졸중 환자를 치료했습니다. ‘삐삐’를 이용해 코드가 발동되면 3명의 간호사와 신경과 의사 1명이 빠르게 뇌졸중 치료를 시행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습니다.”

 

차 교수는 동아대 시스템 형성을 주도했다. 단기적으로는 환자 이송을 위해 몰래 비상 엘리베이터 열쇠를 복사해 환자의 빠른 치료를 도왔고, 장기적으로는 간호사, 영상의학 기사들에 필요성을 끈질기게 설득했다.

“진단에 필요한 CT, MRI를 찍는 데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데 병원에서 뇌 단층촬영 CT를 촬영해 본 분들을 알겠지만, 예약대기 환자가 많아 ‘급성기 환자’라고 촬영이 빠르게 이뤄지기가 어려워요. 1, 2분으로 생사와 장애 여부가 결정되는 환자에게 예약과 순서를 지키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죠. 뇌졸중 환자가 오면 나이 든 교수들이 뛰어내려와 치료를 주도하고, 응급성에 따른 변화 성과를 모두에게 공유하자 변화가 왔습니다.”

차 교수는 병원 전(前) 단계 시간 줄이기에도 앞장서고 있다. 구급대가 뇌졸중이 의심되는 환자가 발생하면 응급실을 거치지 않고 바로 전문 교수진에 전화가 연결되도록 한 ‘핫라인’을 만든 것이다. 뇌졸중 환자의 ‘병원 뺑뺑이’를 막기 위한 조치다. 그렇게 그는 병원 당직 외에 ‘구급대 핫라인 당직’까지 일주일에 네 번씩 당직을 서게 됐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수포가 될 때도 있다. 구급대원의 전화를 받고 모든 준비를 마치고 환자를 기다렸는데 1시간이 지나 “환자가 지인이 있는 병원을 요청해 다른 병원에 데려다줬다”는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 안타깝게도 그 병원은 뇌졸중 치료가 안 되는 병원이었다. 돌고 돌아 결국 차 교수에게 왔지만 이미 늦은 때였다. 결국 그 환자는 평생 장애를 안게 됐다.

이런 점 때문에 차 교수는 뇌졸중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국가의 뇌졸중 평가기준을 더 정교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응급질환’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뇌졸중 분야 지원자가 줄어들고 있는 데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tPA 치료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우리의 여력을 감안하면 더 좋은 성적이 나와야 한다는 아쉬움이다. 차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가 지역 단위별 전문병원 간 네트워크, 특히 구급대원과 병원 간 상호협조체계를 잘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령 체코의 경우 병원 수준과 장비는 우리보다 떨어지는데, 지역 급성뇌졸중 병원을 지정해 구급대가 해당 병원 뇌졸중 의료진과 직접 이송 중인 환자들의 상태를 알리며 응급실을 거치지 않고 바로 뇌 단층촬영실로 이동하는 등 환자 치료 시간을 혁신적으로 단축했습니다. 뇌졸중으로 인한 후유장애는 개인뿐 아니라 사회·국가적으로도 손실이 큽니다. 뇌졸중은 빠른 시간에 치료만 연계되면 장애를 확실히 줄일 수 있는 만큼 국가적인 시스템 개선이 꼭 필요합니다.”


부산=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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