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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를 달려 로봇이 배달을?… 시민 반응은 “글쎄” [미드나잇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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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1-17 22:00:00 수정 : 2023-11-17 21: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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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년 전 배달 아르바이트를 했던 직장인 A씨는 배달 로봇이 미덥지 않은 눈치다. 사람이 배달하는 것보다 시간이 지체될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또 음식이 식거나 집 앞까지 배달되지 않을 것 같다는 점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다. 고객들의 불만이 많아져 기술이 더 발전하기 전까진 외면받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2. 또 다른 직장인 B씨는 배달 로봇 등장에 적극 찬성한다. 새로운 산업이 생기고 발전하면서 일자리도 창출될 것 같다. 로봇이 인도를 주행하며 배달한다지만 속도라 그리 빠르지 않아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신호를 어기거나 과속하는 배달 기사의 오토바이가 더 위험하지 않을까?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 시행에 따라 17일부터 실외 로봇 배달, 순찰 등 신사업이 허용됐다. 뉴시스

산업통상자원부와 경찰청이 개정 ‘지능형로봇법’을 17일부터 시행해 앞으로는 실외에서 로봇을 활용한 배달, 순찰 등의 새로운 사업이 허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시민은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서 위험할 것 같다”, “누군가 훔쳐 가서 분해해 팔 것이다” 등의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그간 실외이동로봇은 보도 통행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지능형로봇법과 도로교통법이 개정·시행됨에 따라 운행안전인증을 받은 실외이동로봇은 보행자 지위를 얻어 보도로 통행이 가능해진다. 보도에서 실외이동로봇을 운영하는 사람에게는 보험이나 공제 가입 의무가 부과된다.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해 인도로 다닐 수 있는 로봇의 무게는 500㎏ 이하, 폭은 80㎝ 이하로 제한된다. 이동 속도도 무게에 따라 시속 5∼15㎞ 이하로 정해졌다. 인도로 다니는 로봇을 활용해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지정된 인증 기관에서 운행 안전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인증 기관은 운행 구역 준수, 건널목 통행, 속도 제어 등 16가지 항목의 평가를 거쳐 로봇에 ‘보행 면허’ 격인 운행 안전 인증을 내어준다.

 

보행 로봇도 길을 걷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도로교통법을 지켜야 한다. 로봇이 무단횡단을 하는 등 도로교통법을 어기면 로봇을 운용하는 사업자에게 안전 운용 의무 위반으로 3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될 수 있다. ‘보행 면허’를 받은 로봇이 차도로 다니는 것 역시 불법이다. 실외 이동 로봇을 활용하려는 사업자는 보험도 의무로 가입해야 한다.

 

보행 로봇도 길을 걷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도로교통법을 지켜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경찰청 제공

규제에도 시민 반응은 냉랭했다. 관련 기사 댓글 가운데는 “전동킥보드도 정신없는데 로봇까지 길에 다니면 보행자의 권리침해다”, “로봇이 안전사고를 일으킬 염려도 있지만 역으로 로봇이나 물건을 도난당하는 등의 피해 사례도 걱정이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 다른 댓글에선 “500kg면 작은 트럭이다. 최고속도 15km도 과하다”, “노인이나 아이가 부딪힌다면 위험할 것이다”는 비판이 나왔다.

 

반면 로봇산업 발달의 시초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부정적인 댓글이 많은데 처음에 조금 불편하더라도 실사용하면서 데이터 수집도 하고, 더 발전할 수 있으니 응원한다”면서 “자동차 자율주행도 연습장에서만 하면 데이터가 정확하지 않다고 들었다. 우리나라가 로봇산업을 선점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실제로 규제로 인해 국내 자율주행로봇 발전이 더뎠다고 알려져 있다.

 

17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서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무인 배달로봇 '딜리'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뉴시스

미국은 2016년부터 실외 자율주행로봇 운영을 위한 PDDA(Personal Delivery Device Act)법을 제정했다. 2017년부터는 배송 로봇 관련 규제철폐를 확대하고 실제 도보 주행 테스트를 본격화했다. 에스토니아 회사 스타십테크놀로지는 미국 대학 캠퍼스를 중심으로 로봇 음식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 25대로 최대 규모였으며, 현재는 20여 개 주에서 자율주행 로봇 배달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알리익스프레스를 운영 중인 중국 기업 알리바바도 자율주행 로봇을 운영하고 있다. 2021년에는 주문 배달 100만건을 돌파했다. 일본은 지난해 도로교통법이 개정돼 올해부터 라쿠텐, 파나소닉, 세이유 등의 기업이 로봇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세 기업은 상용화로 얻은 데이터를 활용해 주행 정밀도를 높이고 있다.

 

산업부와 경찰청은 “실외이동로봇 운행안전인증 제도 시행 초기 단계에서 운행안전인증을 받은 로봇이라도 안전사고를 유발할 염려가 있는지 자세히 모니터링할 예정이다”며 “보도 위에서 실외이동로봇이 다가오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진행을 고의로 방해하거나 로봇을 파손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어 산업부는 “실외이동로봇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 활성화와 관련 산업의 육성을 위해 연내 ‘첨단 로봇산업 비전과 전략’을 마련하겠다”며 “‘첨단로봇 규제혁신 방안‘에 따른 규제개선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김지호 기자 kimja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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