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비공식 석상에서 미국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의 중동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전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테헤란 주재 스위스대사관의 미국 이익대표부를 통해 지난 40일에 걸쳐 미국과 이란 사이에 메세지가 오갔다”며 “우리는 이란이 확전을 원치 않는다고 미국에 답변했다”고 FT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 지역에서 채택하고 있는 접근 방식 때문에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주민들에 대한 범죄가 중단되지 않는다면, 모든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으며 더 넓은 분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5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최근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를 직접 만나 이란이 하마스를 정치적으로 계속 지원하겠지만 이·하마스 전쟁에 직접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하메네이는 지난달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기습을 이란에 사전에 알리지 않은 점을 비난하며, 하마스 내에서 이란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참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압박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서방은 이·하마스 전쟁에 이란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대리 세력이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해 왔다. 특히 미국은 지난 한 달 동안 이 지역에 군사력을 증강하며 억지력을 발휘했다.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은 미국이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면 이란을 공격하겠다는 식으로 위협하지는 않았다고 FT에 전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이 테헤란에 “자제력을 발휘하라”고 말하면서 스스로는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지원으로 전쟁을 고조시켰다고 비난했다.
그는 미국이 헤즈볼라에 비슷한 자제 메시지를 보내더라도 “의사 결정을 막지 못할 것”이라며 헤즈볼라와 이라크, 시리아, 예멘의 다른 이슬람 무장세력은 “팔레스타인에서 무슬림 동료들이 살해된 것에 무심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 헤즈볼라와 이스라엘군 간 무력 충돌을 언급하며 “전쟁은 이미 확대됐다”고도 언급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