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건네고 공사수주도 개입’
경찰 비리 재발 막는 자정노력 필요
광주·전남 ‘사건 브로커’의 로비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경찰대 2기로 전남경찰청장까지 지낸 전직 치안감 김모씨가 지난 15일 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건 충격적인 일이다. 김씨는 청장 재임 시절 인사청탁을 받고 9000만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 왔다. 검찰은 또 수사무마 혐의로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지낸 경찰대 출신 전 경무관 등 6명을 이미 구속했다. 그동안 경찰의 수사·인사비리는 고질적인 병폐로 지목돼 왔는데 이번에 빙산의 일각이 드러난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은 보행 데크 설치업자로 알려진 사건 브로커 성모씨다. 그는 지난 8월 코인 수사를 무마해 주겠다며 가상화폐사업자 탁모씨로부터 18억여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그런데 수사과정에서 코인 외에 다양한 사건에 전방위 불법 로비를 하고 인사청탁까지 한 혐의가 포착됐다. 성씨는 전·현직 경찰 고위직과 친분을 과시하며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고 한다. 그는 2000년대 초부터 약 20년 동안 10개의 골프모임과 식사 접대를 주도하며 전남·광주지역을 거쳐 간 경찰 고위 간부, 군수 등 정관계 인사 200명과 교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모임이 수사 무마와 인사청탁 등 로비와 민원해결 창구로 활용됐을 게 틀림없다. 경찰들 사이에서 “승진하려면 성씨에게 줄을 대야 한다”는 풍문이 파다했을 정도다.
이게 다가 아니다. 성씨는 불법정치자금을 건넸을 뿐 아니라 전남지역 3∼4곳의 기초단체장 선거법 위반수사도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자체 관급공사의 불법수주까지 연루됐다니 이런 비리백화점이 또 있을까 싶다. 사건 브로커 의혹이 토착 비리를 넘어 2010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함바 비리 사건’처럼 권력형 스캔들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인물은 숨진 김씨 외에도 현직 치안정감과 치안감, 총경 등 전·현직 경찰 고위직 15명 안팎에 달한다. 이쯤 되면 개인의 일탈을 넘어 조직 전체가 부패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검찰이 제 식구인 검찰 수사관까지 수사기밀유출 혐의로 구속하며 브로커 로비 의혹의 진상 규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다행이다. 광주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가 광주경찰청 등을 압수수색했고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도 강제수사를 시작했다. 경찰조직과 지역사회 곳곳에 뻗어 있는 부패와 비리 뿌리를 낱낱이 캐내 엄벌해야 할 것이다.
경찰은 깊은 반성과 함께 뼈를 깎는 자정노력에 나서야 할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경찰 권한을 강화하고 검찰 수사권을 축소하는 정책을 밀어붙였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국가수사본부 신설, 자치경찰제 도입, 1차 수사종결권 등 경찰권력이 비대해졌다. 하지만 경찰의 권한남용이나 사건축소·왜곡을 막을 장치가 부족하다는 우려도 커져 왔는데 이번 사건은 기우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경찰은 고질적인 인사·수사비리 재발을 막을 수 있도록 기강을 다잡고 근본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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