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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깔린 많은 종이들 가운데 하나를 탁 집어 책상 위에 올려놓는 일. 흔히 언론의 역할로 불리는 어젠다 세팅(Agenda Setting·의제 설정)이 그와 같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에는 수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그 중에 뉴스 소비자들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가 뭘까. 고민과 취재를 거쳐 우리가 내놓는 기사(어젠다)는 독자에 말을 거는 일이다. 뉴스 수명이 갈수록 빨라지는 요즘,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세계일보만의 기사를 소개한다.
2030세대 우울증은 2010년 22.69%에서 2022년 35.26%로 크게 늘었다.

매사에 흥미나 즐거움이 거의 없다, 기분이 가라앉거나 우울하거나 희망이 없다고 느낀다, 잠들기 어렵거나 자주 깬다(혹은 잠을 너무 많이 잔다), 피곤하다고 느끼거나 기운이 거의 없다, 식욕이 줄었다(혹은 너무 많이 먹는다)...보건복지부가 제시한 ‘우울증 자가 체크 리스트’중 일부다. 얼핏 보기에도 심각한 질병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평이(?)한 증상들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요즘처럼 경기가 좋지않고 싸움질이 일상인 정치권, 전직 국가대표가 연루된 희대의 사기 사건, 연예인 마약 사건 등 나쁜 뉴스들이 대세인 한국 사회에 많은 이들이 우울할 법하다.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이들이 지난해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입시·취업 무한경쟁...코로나 후유증...청춘은 아프다’(11월4일자·정진수 기자) 기사는 연령별로 가장 많은 우울증을 앓는 2030세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0여년전만해도 60대 이상 노년층이 우울증 환자의 36%를 차지했는데 지난해 20, 30대 환자들이 이를 앞지른 것이다.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가야할 젊은 세대가 우울과 불안, 극심한 스트레스와 싸우고 있는 셈이다. 

병원 진료를 받은 우울증 환자수가 지난 2022년 1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정신건강 관련 병의원 수도 늘고 있다.

◆가파르게 늘어난 젊은 층의 우울증  

 

금세기 최악의 전염병인 코로나 19 팬데믹은 전 세대, 전 세계에 걸쳐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악영향을 남겼다. 특히 또래 집단과 교류 폭이 클 수밖에 없는 젊은 세대들은 코로나로 인한 단절감에 취약했다. 백종우 경희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본지 인터뷰에서 이를 코로나의 ‘네 번째 파고’로 설명했다. 질병 자체로 인한 사망자 증가, 의료 시스템 과부하로 치료 받지 못한 이들의 사망 등을 거쳐 네 번째 파고인 정신질환의 증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인 추세에도 불구하고 유독 대한민국에서 젊은 층 우울증 환자가 급증한 이유는 뭘까. 청소년기 과도한 사교육 경쟁, 치열한 취업 전쟁이 주 원인으로 꼽힌다. 이는 경쟁 스트레스를 넘어 상대적 박탈감, 고립감, 패배감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단절감, 사회관계망 서비스 발달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들어 사회적 이슈가 된 젠더 갈등도 2030 여성들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젊은 층의 우울증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실제 우울증 환자의 30%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울증을 현명하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요가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술, 약 의존보다는 건강한 일상 만들기   

 

네달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 연구팀은 우울 및 불안 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 141명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은 16주간 항우울제를 복용했고, 다른 그룹은 일주일에 2회씩 45분간 뛰게했는데 똑같은 치료 효과를 얻었다고 한다. 본지에 ‘김병수의 마음치유’ 칼럼을 게재하는 김병수 정신건강 전문의가 소개한 유명 의학 학술지에 실린 최신 연구 결과다. 김 전문의는 칼럼에서 “항우울제만큼이나 효과 좋은 치료법은 운동”이라면서 “기분이 저조해졌을 때 실천에 옮길 활동 목록을 적어 책상 앞에 붙여두고 실천해보자. 산책하기, 반려견과 함께 놀기, 음악 감상, 가족사진 보기, 시장에 가보기, 명상과 요가, 일기 쓰기, 날씨 좋은 날 뒷동산 오르기. 무엇이든 좋다”고 썼다.

 

음주는 금물이다. 김 전문의는 “음주 습관을 조절하는 건 정신건강을 지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면서 “음주는 자기 문제에서 도피하려는 심리적 회피다. 술로 뇌를 마취시키려고 해선 안된다”고 했다. 최준호 한양대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본지에 “음주는 우울증을 악화할 뿐 아니라 약물 치료시 효과를 떨어뜨리는 만큼 피하는 것이 좋다”면서 “약물치료도 여전히 ‘무딘 무기’인 만큼 운동과 생활습관 변화 등 무기를 병행해야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고 했다.

우울증에 탁월한 치료약은 운동이다.

P.S. 취재한 정진수 기자에 물었습니다. 

 

-2030세대 우울증에 주목한 계기는.

 

“코로나 19 기간 많은 사람들이 우울감을 호소해서 코로나 블루라는 말까지 생겼다. 관련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정신과 의사들은 포스트코로나에 대한 언급을 하면서 특히 이 피해가 젊은층에 집중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사실 파급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오래 걸릴 거라고 생각하고 잊고 지냈는데, 정신건강의학과가 위치한 건물의 엘리베이터에서 젊은 사람 4명이 우르르 내리는 것을 보고 그 실태를 취재하게 됐다.”

 

-취재 과정에서 젊은층 우울증의 심각성에 관해 느낀 점이 있다면.

 

“바로 자살이다. 한국 자살률이 높다는 것은 익히 알려졌지만 실제 2030의 사망 원인 1위가 모두 자살이었다. 질병에 의한 사망자수는 적을 수 밖에 없는 연령대임을 감안하더라도 그 수치가 너무 높았다.”    

 

-젊은층의 우울증 개선을 위해 필요한 대책은.

 

“우울증은 개인의 유전적 문제 외에 환경적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 개인 차원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니며 치료하라는 것이 가장 현실적 조언이겠지만 부동산, 사교육, 무한경쟁 등 스트레스를 높이는 사회문제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후자가 없이는 사실상 재발 요인이 그대로 남기 때문이다. 다만 사회적 시스템 개선에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복지제도 차원에서 사람들간 연결을 지원하는 지역 사회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 

 

<관련기사>

 

입시·취업 무한경쟁… 코로나 후유증… 청춘은 아프다 [S스토리-우울증 앓는 2030]

https://www.segye.com/newsView/20231103515750

 

우울증약 중독 된다? 정신질환 치료 잘못된 속설은 [S스토리-우울증 앓는 2030]

https://www.segye.com/newsView/20231103515910

 

[김병수의마음치유] 우울증약처럼 효과 좋은 활동하기

https://www.segye.com/newsView/20231019518326

 

[김병수의마음치유] 심리 분석보다 건강한 일상이 먼저다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81051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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