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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연구자·연구자산 보호하는 연구보안 적극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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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0-19 23:19:49 수정 : 2023-10-19 23: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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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미국 하버드대의 한 저명 교수가 연구실에서 체포·기소되어 과학계에서 크게 회자된 바 있다. 이 교수는 세계적인 석학으로 노벨화학상 후보로도 거론되었으나, 해외 정부의 인재유치 프로젝트에 연루되어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연구 협력 제안에 우호적인 일반 연구자가 연구정보 유출 유인으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 준다.

최근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기술이 완성되기 전인 연구개발(R&D) 단계의 성과 및 데이터의 보호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개방적인 연구생태계를 악용하여 연구자에 대한 경제적 유인으로 연구자산 탈취를 시도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완성된 기술에 대해서는 수출 통제와 기술 유출 시 처벌, 교육 등 보호 활동이 지속하고 있고, 산업계도 기술 보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위한 협회도 설립하여 운영 중이다. 연구 아이디어나 데이터 역시 유출될 경우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으나 연구계의 연구자산 보호에 대한 인지와 활동은 산업계에 비해 다소 부족한 상황이다.

주영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다만 연구자산 보호를 위한 활동은 통제와 처벌 위주의 통상적인 기술 유출 방지대책과 같아서는 안 된다. 과학적 연구활동은 기본적으로 개방성과 국제 협력을 전제로 한다. 개방적인 환경에서 연구자 간 다양한 교류를 통해 연구 데이터와 성과가 축적되어야 기술의 진일보를 이룰 수 있다. 연구생태계를 통제와 처벌 관점에서 관리한다면 연구자 간 교류를 위축시켜 개방형 협력을 저해하고 우수성과 창출을 어렵게 할 것이다.

그렇다면 연구자산은 어떻게 보호해야 할까. 이것이 통제와 처벌 위주의 산업보안과 별도로 연구보안이 필요한 이유다. 주요국들은 수출 통제와는 별도로 개방형 협력을 전제로 하는 연구보안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주요 선진국들은 연구보안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국가 R&D 신청 시 외부로부터 지원받은 사항을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논문의 위·변조에 대해 자정작용을 강조하는 것과 같이 연구보안 역시 연구진실성의 관점에서 연구자라면 준수해야 하는 윤리원칙으로 접근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다자협의체도 연구보안이 연구의 개방성을 유지하는 필수적인 가치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지난 5월 주요 7개국(G7)은 정부와 연구기관, 연구자의 역할과 책임을 제시하는 등 국제공조를 강화하는 추세다.

우리 정부 역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연구보안 체계 내실화 방안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통해 지난달 발표했다. 이해 상충 방지를 위해 연구책임자가 국가 R&D 수행 시 해외로부터 지원받는 사항을 신고하는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연구보안 교육 및 상담을 위한 전담 기능을 확충할 것이다. 이를 통해 연구자가 위험을 전적으로 책임지는 구조에서 벗어나 정부와 연구기관이 위험을 관리하여 위험 수준을 낮추는 활동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도로의 속도 제한 규정은 운전자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 같지만, 자동차 사고를 예방하고 많은 사람이 안심하고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연구보안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연구보안은 보안 사고를 예방하고 개방적인 연구생태계를 확장시켜 연구성과와 연구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연구보안 체계를 정비하고, 나아가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다.


주영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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