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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임명된다”… 장관 후보자 태도 논란에 커지는 청문회 무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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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0-10 14:14:57 수정 : 2023-10-10 18:2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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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출 거부, 태도 논란…사상 초유 ‘청문회 노쇼’까지
尹, 1년5개월만에 18명 임명강행…文 34명 넘을 가능성
보수 인사들 “김행은 안돼…조국보다 빨리 물러날 수도”
野 ‘김행랑 방지법’ “자료불성실 제출·부적절 태도 처벌”

최근 이어진 고위 공직자 인사청문회에서 장관 후보자들의 자료제출 거부, 태도 논란에 사상 초유 ‘노쇼’까지 등장하자 ‘청문회 무용론’이 커지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 1년5개월 만에 장관급 인사 18명이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되자, “어차피 임명된다”는 후보자들의 그릇된 인식이 청문회를 임하는 태도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사방송 패널로 활동 중인 방송인 노정렬은 지난 5일 CPBC 라디오 ‘김혜영의 뉴스공감’에 출연해 “이렇게 국무위원 후보자들이 여야 의원들한테 큰소리를 질의하는 사람처럼 낸다? 막가자는 얘기”라며 “단순한 태도 문제가 아니라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청구안해도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할거니까. 걱정안한다 그 태도를 너무나 생방송 중에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행법상 장관 임명은 국회 동의가 필요없다. 대통령이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고 20일이 지나면 임명할 수 있게 돼있다.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으면, 대통령은 국회에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고 이 기간 내에도 채택되지 않으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해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 때문에 청문회가 행정부 견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계속됐다.

 

◆文 정부 임명강행 비판하더니…한술 더뜨는 尹 정부 

 

이전 정부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21년 5월 김부겸 국무총리 및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며 야당 동의 없이 임명된 인사가 34명으로 늘자, 국민의힘은 논평을 통해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당시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청와대는 기어이 야당 동의 없는 30번째, 31번째 장관 임명을 강행해 불통정권의 신기록을 세울 것인가”라며 “청와대와 민주당이 오만과 독선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도 “민심을 거스르고 의석 수를 앞세운 인사폭거로 협치를 내던진 여당과, 불통의 완결판을 보여주는 문 대통령의 졸작은 부끄러움의 표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신원식 국방부·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했다. 신 장관은 현 정부들어 국회의 청문보고서 채택없이 임명하는 18번째 장관급 인사가 됐다. 유례없는 청문회 이탈로 논란의 중심에 선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역시 대통령실에서 ‘임명 강행’할 가능성도 있다.

 

이대로면 지난해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17개월만에 20명 가까운 장관급 인사를 ‘국회 패싱’으로 임명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세라면 가장 많은 임명 강행으로 비판받은 문재인 정부의 34건을 윤석열 정부가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노무현 정부 때 3건이었던 임명 강행은 박근혜 정부(10건), 이명박 정부(17건) 등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의 ‘19번째’ 김행 후보자 임명 강행과 관련해선 보수 인사들 사이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8일 자신의 블로그에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임명한다고 하는데, 임명을 거두는 것이 진정한 정면돌파”라고 지적했다. 전 전 의원은 “여가위원장 권인숙이 편파적 진행을 했고, 민주당 여성 의원들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면서도 “진짜 문제는 주식파킹과 인터넷매체 보도, 코인 의혹 등을 전혀 방어하지 못한 김 후보”라고 비판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간사와 의원들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지명 철회 및 후보자 자진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그는 “더 기막힌 것은 ‘청문회를 깨자’고 나선 국민의힘 위원들로 민주당 여성의원들의 개싸움에 어처구니없는 ‘명분’을 주고 말았다”고 질타했다. 이어 “청문회장도 지키지 못한 김 후보자가 장관직을 어떻게 지키겠냐, 35일 만에 사임한 조국보다 더 빨리 물러날 수도 있다”며 “유인촌, 신원식 장관 임명은 맞다고 보지만 김 후보자 임명은 국민에게 ‘왜 저렇게까지’ 하는 의구심을 주기에 충분하다. 임명을 거두는 것이 정도이고 이는 윤 대통령이 지는 게 아니라 이기는 것”이라고 했다.

 

보수성향 평론가 전원책 변호사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보수신문이 사설에서 김행을 포기하라고 그럴 정도다”라며 “김행 같은 경우는 돈에 얽힌 문제가 계속 나왔다. 그게 투명하게 증명이 되지 않으면 국민들이 정말 실망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아직까지 윤 대통령이 하나도 양보를 안 했다”며 “윤 대통령이 이번에는 한번 정도 양보하면 국민들이 대통령의 뜻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지금으로 봐서는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하나의 길일 수는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인터뷰에서에서 사회자가 ‘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는 것이 맞다는 의미인가’라고 묻자 “김 후보자가 판단하리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자료제출 안하겠다”는데…검증은 어떻게?

 

배종찬 인사이트K연구소장은 지난 5일 CPBC 라디오 ‘김혜영의 뉴스공감’에서 “인사 청문제도 자체가 바뀌어야 될 것 같다”며 “인사 검증을 법무부에서 한다고 했는데 독립 가구인 자녀들에 대한 자료는 제출 못하겠다 개인정보다 이렇게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공직자 장관이 되는 사람의 개인정보와 관련된 부분은 다른 차원으로 접근해야 될 것”이라며 “이렇게 자료 없이 뭘하겠나”라고 강조했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배 소장은 “국세청이나 관계기관, 증권거래소 등에서 그런 자료는 미리 확보를 해야 될 것 같다”라며 “그래서 법에 걸린다면 임명 자체를 못하게 그렇게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관 후보자가 법의 기본인 세금을 안냈다면 미국에서는 임명 안된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FBI(미 연방수사국) 신원 조회, 국세청(IRS) 세무조사, 백악관 인사국 등을 총동원해 후보자의 배경과 과거, 문제를 샅샅이 찾아내고 검증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를 통해 개인 및 가족(61개), 직업 및 교육 배경(61개), 세금 납부(32개), 교통범칙금 등 경범죄 위반(34개), 전과 및 소송진행(35개) 등 모두 223개 항목에 달하는 항목을 낱낱이 파헤친다. 여기에 더해 동료들의 평판, 주민 여론, 학창 시절, 알코올·마약 사용 여부, 이성 관계 등 사생활까지 들여다본다. 이 때문에 검증기간은 평균 3개월 이상 걸린다.

 

미국의 청문회는 횟수 제한이 없어 몇 달에 걸쳐 청문회가 열리는 경우도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대법관 후보자이던 소니아 소토마요르 판사의 경우 청문회 전까지 준비 기간만 두달 가까이 걸렸다. 후보자가 불성실한 답변을 게속할 경우 의회 모독죄로 사법처리도 가능하다. 

지난 6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여당 의원과 김 후보자의 자리가 비어 있다. 연합뉴스

◆‘김행랑 방지법’까지 등장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신현영 의원은 9일 이른바 ‘김행랑(김행+줄행랑) 방지법’을 대표발의한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이날 오후 2시 기자회견에서 ‘김행랑 방지법’은 후보자가 정당한 이유없이 인사청문회에 불참하거나, 중도 퇴장하면 공직후보자에서 사퇴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의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또 정당한 이유 없이 자료제출을 거부하거나 출석하지 않은 증인에 대한 처벌 근거도 담았다.

 

신 의원은 “김 후보자와 같이 ‘개인 사생활’, ‘기업 영업활동 보호’ 등의 이유로 후보자에게 불거진 의혹을 검증할 객관적 자료들을 제출하지 않거나 불성실하게 제출하는 행위, 후보자의 주식파킹·주가조작·배임 의혹과 직접 연관된 증인 및 참고인 4인 모두 불참해 검증에 차질이 빚어지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여당 의원들이 후보자의 출석을 막는 등 검증 방해 행위를 할 경우 자료미제출과 동일한 처벌을 받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신 의원은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답변을 하는데 있어서 고발을 하라며 윽박지르거나 책상을 내리치는 등 부적절한 태도를 보여주는 등 모욕적 언행을 제재하기 위해 청문회법에 ‘국회모욕의 죄’를 신설했다”고도 했다. 신 의원은 “후보자가 본인의 청문회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기본적인 상식의 선까지 무너져 입법으로 통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자료불성실 제출로 인사청문회를 무력화하고, 중도 이탈하는 것은 결국 국민을 외면하고 국회의 기능을 무시하는 대한민국 역사상 초유의 사태이자 부끄러운 현 정권의 독단적인 모습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0일 “청문회는 5일 자정 끝났다”고 밝혔다. ‘김행랑 방지법’에 맞서선, 상임위원장의 중립 의무를 명문화하고 차수 변경 절차를 보완하는 ‘상습 파행 방지 법안’을 발의하겠다고도 예고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여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헌정사상 유례없는 야당 단독 차수 변경을 감행하고서 그 책임을 후보자와 여당에 떠넘기기 위해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줄행랑쳤다는 가짜뉴스를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5일 밤 늦게까지 진행됐던 청문회가 중단됐던 이유는 권인숙 위원장이 직분을 망각하고서 후보자에게 ‘감당 못하겠으면 사퇴하라’는 막말을 했기 때문”며 “상임위원장이 장관 후보자에게 이런 식으로 사퇴하라고 하는 건 의정사에서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고 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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