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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 침해 학부모 신상 공개’ SNS 계정 인기…커지는 사적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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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9-29 14:36:15 수정 : 2023-10-02 13:3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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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학부모의 민원 등에 시달리다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들이 잇따라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가해자로 지목된 학부모들의 신상이 연이어 공개되고 있다. 이들의 신상이 공개되는 SNS 계정 팔로워 수는 수만 명이 넘었다. 

 

29일 인스타그램 ’촉법나이트’ 의정부 계정에는 119개의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이 계정은 의정부 호원초 이영승 교사 사망, 대전 A교사 사망 사건 등과 관련한 게시물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이영승 교사는 부임 첫해였던 2016년부터 수년간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2021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의 A교사도 수년간 학부모의 민원으로 고통을 호소하다 이달 초 숨졌다. 

인스타그램 ‘촉법나이트’ 계정에 올라온 가해 학부모 사진. 해당 계정에는 모자이크 없이 영정사진과 합성한 사진이 올라와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촉법나이트 계정에는 A교사와 이영승 교사에게 수차례 민원을 넣었던 것으로 알려진 학부모와 그 자녀들의 실명과 직장 정보, 사진 등이 여과 없이 올라오고 있다. 지금껏 몇 차례 계정이 삭제됐지만, 계정 운영자는 계속 새로운 계정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현재 운영 중인 계정은 지난 16일 첫 게시물이 온 지 약 2주 만에 6만명이 넘게 팔로우했다.

 

계정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다. 게시물마다 수십 개에서 많게는 수백개에 이르는 댓글이 달린다. 계정이 사라졌을 때 새로운 계정 주소를 안내하는 계정까지 만들어졌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반응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사적제재는 부적절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계정주에게 직접 이런 우려를 담은 메시지를 보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계정주는 물러설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다. 자신을 12세 ‘촉법소년’이라고 밝힌 계정주는 최근 자신에게 온 메시지들을 공개하며 “나는 가해자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 하려고 시작한 것이 아니다. 아직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들이 교사들을 괴롭히고 사지로 몰아넣은 그 잔인성의 난이도에 비하면 오히려 한참 부족함을 여실히 느끼니까 나에게 도덕성과 성인군자를 바라지 말란 말”이라고 덧붙였다. 

 

계정을 응원하는 목소리도 있다. 계정주가 자신이 받았다고 공개한 메시지에는 “가해자 신상을 턴다고, n차 가해라고 떠드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일반인의 신상을 공개하는 건 잘한 행동은 분명히 아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피해자가 명확한 반면 가해자는 숨고 나 몰라라 하는 이 사건 자체가 잘못됐다”며 “초등학생이 이러한 계정을 만들고 직접 나서서 알릴 만큼 이 사건이 얼마나 억울한지 그 진상이 주목되기를 바란다”고 쓰여있다. 안지만 전 국가대표 야구 선수도 “응원한다”는 댓글을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해당 계정을 팔로우 중인 30대 B씨는 “실명과 얼굴 등이 그대로 올라오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놀랐지만 오죽했으면 이런 계정이 생길까란 생각도 든다”며 “교권 침해로 인한 교사 사망 사건이 화제가 돼도 신상공개가 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가해자들에게 큰 영향은 없을 것이고, 이런 신상공개가 거의 유일한 처벌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팔로워도 “신상 공개된 이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지만 그걸 계기로 자신들이 한 행동을 되돌아봤으면 좋겠다”며 “해외 범죄는 작은 절도 가해자도 온라인에서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데 한국은 유독 가해자 신상공개에 엄격한 것 같다. 신상공개가 너무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왜 사람들이 이 계정에 열광하는지 부분은 생각해볼 만한 지점 같다”고 말했다.

 

한편 가해 학부모로 지목된 이들의 직장이 공개되면서 이들의 직장 불매운동까지 벌어지고 직장에선 입장문을 내는 등 파문은 날로 커지는 상황이다. 대전 사망 교사 가해 학부모가 운영하던 곳으로 지목된 김밥 프랜차이즈 ‘바르다 김선생’은 지난 11일 홈페이지에 “형언할 수 없이 안타까운 사건에 가슴 깊이 애도한다”며 “대전관평점 점주가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브랜드와 다른 지점에 피해를 입히지 않고자 자진 폐업 의사를 본사로 전달했다. 본사는 9월11일자로 가맹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입장문에는 “더이상 이런 아픔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유명을 달리하신 선생님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애도의 말씀 드린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영승 교사 가해 학부모가 다니는 곳으로 알려진 북서울농협도 “북서울농협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겸허히 받아들인다. 향후 북서울농협은 본 사항에 대해 절차에 의거 엄중하게 처리하겠다”며 “임직원들이 윤리적으로 행동하도록 직원 교육에 최선을 다하겠다. 다시 한 번 고인의 가족, 동료 선생님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가해 학부모가 다니는 지점에는 해당 직원을 징계하라는 민원 전화가 쏟아지고 지점 앞에는 시민들이 보낸 근조화환이 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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