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해 영영 못 찾을 줄 알았는데…생일 선물을 받은 느낌입니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윤모(49)씨는 2017년 12월 이자율을 낮춰주겠다는 보이스피싱 사기꾼 말에 속아 제3금융권에서 대출받은 2000만원을 입금했다.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경찰에 신고한 후 지급정지를 요청했지만, 1500만원은 이미 어디론가 빠져나가고 500만원만 남은 상태였다. 나머지 금액은 코인으로 세탁돼 언제 돌려받을 수 있을지 기약도 없는 상황이었다.
지난 11일 피해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는 경찰 수사관의 전화를 받기까지 고생의 연속이었다.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대출금을 갚기 위해 밤에 대리운전을, 주말에는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를 했다.
윤씨는 “돈을 돌려주겠다는 전화마저 혹여 또다른 보이스피싱일까 봐 수사관을 직접 만날 때까지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윤씨는 잃어버린 돈 1500만원의 배가 넘은 3100만원을 돌려받았다. 5년간 코인으로 '동결'된 탓에 피해금도 불어난 것이다. 윤씨는 “전화를 받은 다음 날이 생일이라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며 웃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가상자산 거래소에 묶인 피싱 피해금 122억여원의 피해자 503명을 특정하고 9월 초부터 피해금을 돌려주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현재까지 경찰이 파악한 미환급 전화사기 피해금은 현금 27억9000만원과 94억4000만원어치 코인 등 122억3000만여원 상당이다.
경찰은 이들 피해자 정보를 가상자산거래소 5곳에 전달했다. 지난 22일까지 피해자 100명이 약 40억원을 돌려받았고, 나머지 403명에게도 피해금을 조속히 환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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