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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시즌부터 졸지에 ‘셋방살이’ 신세… LG·두산 ‘어디로 가야하죠’

입력 : 2023-09-19 20:43:40 수정 : 2023-09-19 22:5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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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잠실 돔구장 계획에 난처

2025시즌 마치고 잠실구장 철거
2027년 착공 계획… 최소 5년 소요
홈구장 없는 기간 대책은 빠져
市, 잠실주경기장 임시개조 거부
고척돔·수도권 구장 등 대안 내놔
현실화 한계… ‘치적 집중’ 시선도

올 시즌 KBO리그는 기습적인 폭우가 유독 잦아서 취소되는 경기가 많다. 지구 온난화를 넘어선 지구 열탕화의 영향으로 이러한 기습적인 폭우 등의 기후 변화로 인한 경기 취소는 더욱 늘어날 것이 자명해 보인다. 야구도 국제경기가 예전보다 대폭 늘어나면서 KBO리그를 끝내야 하는 마지노선이 존재한다. 올 시즌도 2023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이 11월16일부터 19일까지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다. 그래서 APBC 전에는 한국시리즈를 마쳐야 한다. 이 때문에 KBO는 구단들의 큰 불만에도 불구하고 더블헤더와 월요일 경기를 편성해 정규리그를 강행하고 있다.

 

우천 여부와 상관없이 경기를 펼칠 수 있어 지금의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는 신축 ‘잠실 돔구장’이 현실로 다가왔다. 서울시는 지난 18일 잠실 돔구장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의 잠실구장 위치에 최대 3만석 규모의 폐쇄형 돔구장을 짓는다. 호텔 숙박 시설도 함께 지어 호텔에 누워서도 야구를 직관할 수 있다.

2025시즌 이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현재 서울 잠실야구장 모습. 서울시는 지난 18일 잠실 돔구장 건립 계획을 발표하면서 현재의 잠실구장 위치에 최대 3만석 규모의 폐쇄형 돔구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1982년 지어져 어느덧 40년이 넘어선 잠실구장의 노후화를 단숨에 해결할 수 있어 잠실돔은 그간 프로야구계가 그토록 바라고 기다리던 숙원사업이다. 다만 이러한 장밋빛 청사진에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고 있는 LG와 두산이 돔구장이 지어지는 기간 동안 어떻게 KBO리그를 소화해야 할지에 대한 대안은 빠져 있다. 반쪽짜리 계획인 셈이다.

 

서울시의 발표에 따르면 잠실돔 신축 공사에는 최소 5년이 필요하다. 2025시즌 후 잠실구장 철거에 들어가고 2027년부터 착공에 들어가 2031년 말에 완공한다는 시나리오다. LG와 두산은 2025시즌까지만 잠실구장에서 KBO리그 홈경기를 치르고 방을 빼야 하는 상황이다.

 

당초 LG와 두산이 잠실 돔구장 건립 때 생길 홈구장 부재를 해결할 대안은 잠실구장 바로 옆에 있는 잠실주경기장을 개조해 사용하는 것이었다. 잠실주경기장은 축구장이나 육상 등 종합경기장, 콘서트장 등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를 야구경기를 치를 수 있게 임시로 개조하면 ‘잠실에서는 항상 야구 경기가 열린다’는 팬들의 인식을 채워줄 수 있다.

 

그러나 서울시가 안전 문제로 잠실주경기장을 야구장으로 임시 개조하는 것을 거부한 모양새다. 잠실돔이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간 상황에서 잠실주경기장에서 프로야구가 열려 대규모 관중들이 드나들면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고척스카이돔이나 목동구장, 수도권에 위치한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와 인천의 SSG랜더스필드를 임시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이런 서울시의 대안은 현실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과거 넥센 히어로즈(現 키움 히어로즈)가 홈구장으로 쓰기도 했던 목동구장은 프로경기를 치르기엔 경기장 규모 등 여러모로 부족한 게 사실이다. 현재는 아마추어 야구장으로 사용되고 있어 프로팀이 들어오게 되면 아마추어 대회도 차질을 빚게 된다. 현재 키움이 홈구장으로 쓰고 있는 고척스카이돔에 LG와 두산까지 모두 들어가는 것도 현실성이 없다.

 

서울 연고팀인 LG와 두산을 수원이나 인천에 더부살이를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LG는 전신인 MBC 청룡 시절부터 서울을 홈으로 썼고, 두산도 전신인 OB가 1985년 연고지를 옮긴 뒤 1986년부터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했다. 40년간 서울을 연고로 많은 팬을 모아온 두 팀에게 갑작스레 수원이나 인천으로 가서 6년간 있다가 다시 서울로 오라고 하는 것은 팬들의 존재를 무시하는 처사다. 게다가 잠실구장은 전국 팔도 각지의 사람들이 모두 모여 사는 서울시민들이 야구가 보고 싶을 때면 항상 찾았던, ‘야구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이다. 잠실구장이 부재할 6년이란 시간은 그러한 팬들의 인식과 야구 문화가 허물어지고도 충분한 시간이다.

 

이번 잠실 돔구장 발표에는 건립 기간 동안 LG와 두산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전혀 소통 없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 일방적인 발표에 LG와 두산도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번 발표에 잠실 돔구장 건설이라는 빛나는 치적에만 치중했다. 6년간 셋방살이를 해야 할 구단과 선수들은 물론 서울시민들에 대한 배려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서울시는 정치적인 과업 달성으로 잠실 돔구장을 내세울 게 아니라 기존의 잠실구장이 수행했던 기능에 대한 대안도 마련해서 다시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잠실 돔구장을 멋들어지게 지어놓는다 한들, 그곳을 채울 구단과 선수들, 팬이 없으면 무슨 소용일까.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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