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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방러 기간 美와 접촉한 中… 北 겨냥한 경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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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9-18 07:47:00 수정 : 2023-09-18 13: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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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외교부 "美와 우크라·한반도 정세 토론"
북·러 밀착, 中의 글로벌 영향력 위축 초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해 환대를 받는 동안 중국 외교 사령탑은 미국 측과 고위급 접촉을 가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 대상인 북한·러시아 간 무기 거래에 경고장을 날리며 ‘한반도 현안을 비롯한 국제문제를 중국 없이 북·러 둘이서 좌우할 순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세계일보 자료사진

◆中 외교부 "美와 우크라·한반도 정세 토론"

 

17일(현지시간) 중국 외교부와 미국 백악관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당 외사판공실 주임)은 전날부터 이틀간 지중해 몰타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났다. 왕 부장은 중국 외교의 사령탑이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외교안보 책사다. 설리번 보좌관 역시 미 외교안보 당국의 핵심 실세로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회담 내용에 관해 미 백악관은 “양국 간에 전략적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향후 몇 개월 동안 미·중 간 추가 고위급 접촉과 주요 분야 협의를 추진하기로 약속했다”고 소개했다. ‘추가 고위급 접촉’이란 시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더해 중국 외교부는 “왕 부장과 설리번 보좌관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정세와 우크라이나, 한반도 등 국제·지역 문제에 관해서도 토론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와 한반도의 현안 역시 회담의 주요 의제였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러시아 크레믈궁 제공

눈길을 끄는 건 미·중 접촉이 이뤄진 시점이다. 지난 10일 평양을 출발해 러시아 극동 지역으로 간 김정은 위원장은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후 16, 17일 이틀 일정으로 블라디보스톡을 방문해 러시아 측의 안내로 공군 및 해군 기지를 둘러봤다. 러시아군은 김 위원장 일행에게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 장거리 폭격기와 스텔스 전투기 등 전략무기를 대거 선보이며 두 나라 관계가 마치 군사동맹에 해당하는 양 호의를 베풀었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순양함에 직접 승선해 대(對)잠수함 어뢰 발사관을 시찰하기도 했다.

 

◆북·러 밀착, 中의 글로벌 영향력 위축 초래

 

바로 그 시간에 왕 부장과 설리번 보좌관 간에 미·중 안보 대화가 이뤄진 셈이다. 진작부터 북·러를 향해 “무기 거래 등 안보리 제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해 온 미국은 그렇다 쳐도 중국의 노림수는 대체 무엇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중국 외교부는 김 위원장의 방러 사실이 알려진 직후인 지난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지도자의 러시아 방문은 북·러 사이의 일”이라며 다소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인근의 공군기지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 세 번째)이 러시아 공군의 전략무기를 살펴보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제공

이와 관련해 16일 뉴욕타임스(NYT)의 보도 내용이 주목된다. NYT는 “북·러 간 밀착 때문에 중국의 국제적 입지가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더 가까워지면 둘 다 중국에 덜 의존하게 될 수 있다”며 “이런 상황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북한의 핵 프로그램 억제에 대한 글로벌 협상에서 중국이 가진 것으로 여겨지는 영향력이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입장에선 북·러가 무기 거래 등을 매개로 가까워지는 것이 결코 달갑지 않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이번 미·중의 몰타 대화는 러시아와 북한을 동시에 겨냥한 일종의 옐로카드 성격이 짙어 보인다. 중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며 조속한 평화협상 개시를 촉구해왔다. 러시아가 북한에서 포탄을 제공받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한다는 것은 중국 입장에선 결코 찬성할 수 없는 일이다. 마찬가지로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정찰위성 제작, 핵잠수함 건조 등에 필요한 첨단기술을 넘겨받는 것 역시 용인하기 힘들다. ‘북·러가 그런 식으로 행동한다면 우리(중국)는 북·러 편에 서기보다는 미국과의 양자관계 강화 등 독자적 전략을 펴 나갈 것’이란 중국의 속내가 드러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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