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4.5 여진 등 2차 피해 우려
당국, 스페인·튀니지 등 4國만
해외지원 공식적으로 허용 논란
피해 덜한 도심지 관광 재개도
“재난 자체극복 역량 과시” 분석
북아프리카 모로코를 강타한 120년 만의 최강 지진 희생자가 2100명을 넘어선 가운데 현지에서는 생존자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으로 여겨지는 72시간을 앞두고 필사의 구조·수색 작업이 이어졌다. 국제사회의 지원 손길도 이어지고 있으나 정작 모로코 정부는 공식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데 소극적인 분위기다.

모로코 내무부 집계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오전 기준 사망자는 2497명, 부상자는 2476명이다. 진앙이 위치한 알하우즈 주에서 1452명이 사망해 가장 피해가 컸고, 타루단트주 764명, 치차우아주 202명 등의 순이었으며 마라케시에서도 18명이 희생됐다고 국영 일간지 르 마탱이 이날 보도했다.
이번 지진은 지난 8일 오후 11시쯤 북아프리카 모로코 마라케시 서남쪽 약 71㎞ 지점에서 6.8 규모로 발생했다. 지난 120여년간 이 지역 주변에서 발생한 가장 강력한 지진인 데다 낙후된 건물 등이 많아 현재 집계보다 더 큰 피해가 예상되는 중이다.
모로코 내무부는 중환자의 수가 많은 데다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이 계속 진행되는 터라 사상자가 더 늘 것으로 내다봤다. 강진으로 이미 건물 기반 등이 약해진 상황에서 여진으로 2차 피해가 발생할 우려도 크다. 이미 이날 오전 9시쯤 마라케시 서남쪽 83㎞ 지점에서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하기도 했다. 구조를 위해 촌각을 다투어야만 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정작 모로코 정부가 해외에서 이어지는 도움의 손길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프랑스 르몽드 등의 해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모로코 정부가 현재 해외 지원을 공식적으로 받아들인 국가는 스페인, 튀니지, 카타르, 요르단이 전부다. 2021년 모로코와 국교를 단절한 알제리가 전날 그간 모로코에 폐쇄했던 자국 영공을 개방해 인도적 지원과 의료 목적의 비행을 허용했고, 영국과 미국, 프랑스 등도 구조대를 현지 파견하는 등 지원에 나섰지만 모로코 당국의 공식적인 요청이 없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제 구호단체인 ‘국경 없는 구조대’의 설립자 아르노 프레이세는 WSJ에 “모로코 정부가 구조대를 완전히 차단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모로코 정부가 이번 재난을 스스로 헤쳐 나갈 역량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해외 지원을 받는 데 소극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심지어 지진이 강타한 중세 역사 도시 마라케시에서 피해가 덜한 도심을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이 재개됐다는 소식까지 들려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마라케시에서 가이드 관광이 재개됐다면서 바히야 궁전과 같은 유명 관광지에는 관광객들이 다시 줄을 서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날 마라케시 관광에 나선 한 호주 관광객은 NYT에 “구도심인 메디나의 거리에는 사람들이 걸어 다니고 있었고 상점은 손님들로 붐비고 있었다”면서 “그래서 마라케시 관광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강진 이후 일부 여행사는 예약 취소가 약간 증가했다고 밝혔으나 지진의 영향이 거의 없다는 여행사들도 있다.
모로코에서 관광산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에 국내총생산(GDP)의 7.1%를 차지했을 정도로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관광업이 모로코 전체 일자리의 5%인 56만5000개의 일자리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구조를 위한 총력 대응이 절실한 시점에 경제를 위해 관광을 재개한 데 대해 논란의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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