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상대방 자극할 가능성
겁먹지 말고 뒷걸음치며 도망
전봇대·자동차 등 사이에 두길
가방 등 활용해 배·얼굴 가려야
새벽에 여성이 으슥한 골목을 혼자 걸어도 되고, 돈다발이 든 가방이나 휴대전화 등을 카페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자리를 비워도 괜찮은, 안전한 대한민국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치안 좋은 대한민국이 위험해졌다. 흉기 든 거리 악마들이 속출하고, 묻지마 난동을 부리겠다는 협박이 온라인에 예고되고 있다. 서울 신림역과 분당 서현역에서 일어난 ‘묻지마 흉기 난동’ 이후 호신용품을 찾거나 호신술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흉기 든 거리 악마를 만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격투전문가 4인에게 현실적인 대처법을 들어봤다.
◆“흉기 든 손부터 제압”
이지연(32·사진) 부산 쿠사쿠라유도아카데미 원장은 “흉기를 꺼내든 걸 보면 순간적으로 그 손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흉기 잡은 손을 두 손으로 잡아 막는 등의 방법으로다. 흉기를 쓰지 못하게 해야 조금이라도 몸을 보호할 수 있어서다. 주변에 들 수 있는 물건이 있다면, 이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렇게 틈을 얻으면 도망을 가야 한다.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가서 도움을 요청하거나 문이 있는 곳으로 달아난 뒤 문을 잠그고 자신의 몸을 보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원장은 평소 무도를 익혀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호신용품을 가지고 다닌다고 해도 갑작스런 상황이 벌어지면 당황해서 사용하지 못할 수 있다”며 “무도를 배워두면 상대의 힘을 이용하는 원리, 내 몸을 보호하는 낙법 정도는 활용할 수 있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유도 4단의 엘리트 선수 출신이다. 부산에서 유도를 가르치고 있다.
◆“겁 먹은 모습 보이지 마라”
“위축된 모습, 겁 먹은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하는 격투 전문가도 있다. 송상근(67·사진) 세계프로킥복싱무에타이총연맹 중앙회장은 “약해 보이면 안된다는 것”이라며 “그들은 ‘약자’를 타겟으로 먼저 삼는다”고 말했다.
가장 좋은 대처법은 ‘도망’ 이다. 그런데 바로 등을 돌려서 달아나는 것은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다. 상대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리를 지르거나 말을 거칠게 해 자극하는 것도 몸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라고 송 회장은 조언했다.
도망갈 겨를이 없이 코 앞에서 맞닥뜨렸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그는 “흉기를 휘두르는 상대를 피한다고 몸을 뒤로 뺄 것이 아니라 옆(좌우)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주선 상대와 자신의 앞뒤로 움직일 때보다 좌우로 움직였을 때, 상대가 헛손질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송 회장은 “헛손질을 한 찰나의 순간이 생긴다면, 상대의 손목 부분을 쳐야 한다. 그래야 흉기가 땅에 떨어진다”고 조언했다.
송 회장은 ‘조폭 잡는 경찰’이었다. 태권도 공인 9단을 비롯해 킥복싱, 합기도, 무에타이 등 총 45단이다.
◆“지형지물 활용한 술래잡기를 하라”
황석호(37·사진)씨는 전봇대, 자동차, 버스정류장 등 주변 지형지물을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흉기 든 상대와의 사이에 지형지물을 장애물로 둬 흉기를 휘두르더라도 닿기 어렵게 하라는 설명이다. 상대가 쫓아오더라도 지형지물을 사이에 두고 술래잡기를 하듯 이리저리 피하라는 것이 몸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도망가지 못할 상황에선 가방 등의 물건으로 배와 얼굴을 최대한 가려야 한다고 했다. 얼굴과 목, 심장, 장기 등 중요 부위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황씨는 “복싱 선수들이 가드하듯이 해야 한다. 그래야 기절할 가능성도 줄고, 덜 다친다”며 “팔, 다리가 다칠 수 있지만 적어도 생명을 잃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산이 있다면 휘두르는 것보다 ‘펼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고 했다. 순간적으로 펼쳐 시야를 가리고, 도망을 가는 데 쓰라는 뜻이다. 도망갈 때는 일직선 보다는 약간 대각선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다고 한다. 흉기 든 상대가 조금이라도 알아채는 시간을 더디게 하기 위해서다. 황씨는 유도 2단으로, 엘리트 선수 출신이다.
◆“도망쳐라”
단순하지만 일단 “도망쳐라”고 조언한 격투전문가도 있다. 박성윤(50·사진) 울산경찰청 물리력 대응훈련 교관이다. 물리력 대응훈련 교관은 흉기 난동 등을 벌이는 대상자(범인)를 진압하는 법을 경찰들에게 가르치는 역할을 한다. 박 교관은 태권도 5단, 검도 4단, 유도 3단의 실력자다.
어떻게 도망쳐야 할까. 박 교관은 “바로 뒤돌아 뛰어선 안된다”고 했다. 흉기 든 상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맹견’ 대처법과 비슷한 맥락이다. 상대를 계속 주시하면서 뒷걸음질로 가다 어느 정도 간격이 벌어지면 있는 힘껏 뛰어 현장에서 멀어져야 한다는 게 박 교관의 설명이다.
도망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주변의 지형지물을 이용해 몸을 숨기라고 그는 조언했다. 인도 위 배전함이나 버스정류장, 전봇대 등 지형지물을 살펴 흉기 든 상대와의 사이에 장애물을 만들라는 얘기였다.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몸을 숨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이 때도 흉기 든 상대에게서 눈을 떼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눈을 뗀 순간 돌변한 행동 등에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이란다.
박 교관은 “가지고 있는 가방이나 물건을 휘둘러 간격을 벌린 뒤 달아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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