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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현직 마르코스 친미 행보에…전직 두테르테 중국 특사설 모락모락 [박종현의 아세안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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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8-05 18:00:00 수정 : 2023-08-05 17: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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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 다수당 대표·상원의장 적극적
현직 마르코스 친미·중립 외교행보
‘마약과의 전쟁’…인권탄압·사정정국
이준석 “두테르테 언급, 용산 싫어해”
“(중국과 갈등 완화를 위한 특사가 필요하다면)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충분히 적임자가 될 수 있지요. 전직 대통령이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다면 왜 안 되겠습니까. (전임 대통령을) 중국과 공개적으로 대화가 가능한 외교적 자산으로 볼 수 있습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전 대통령(왼쪽)이 7월 17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대화하고 있다. 베이징=AP연합뉴스

현직 대통령의 친미 행보가 이어지고 있는 필리핀에서 멀어진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전직 대통령 활용론’이 나오고 있다. 재임 시절 친중·반미 행보를 펼쳤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2016~2022)이 최근 자국 의회에서 효능감 측면에서 언급되고 있는 것이다. 필리핀은 최근 남중국해·동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갈등을 펼치고 있는 말레이시아·베트남 등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일부 회원국들과 마찬가지로 외교적 고민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6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이 취함한 이래 필리핀은 중국보다는 미국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외교 노선을 보여주고 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 2월 자국 해군기지에 대해 미군의 사용을 허용했으며, 7월엔 남중국해에서 미국·일본 군대와 자국 군의 첫 해상 훈련을 펼쳤다.

 

◆ 중국 수용 가능한 전직, ‘두테르테 활용론’

 

5일 ‘필리핀 데일리 인콰이어’ 등 외신에 따르면 상원 다수당 CIBAC의 조엘 빌라누에바 원내대표는 전날 동중국해(서필리핀해)를 둘러싼 중국과의 긴장 완화를 위해 중국 특사로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제격이라고 강조했다. 빌라누에바 대표의 언급은 앞서 앨런 피터 카예타노 상원의원이 제안한 ‘두테르테 전 대통령 특사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중국과 필리핀의 영유권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월 21일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인근 해역에서 중국 해군의 군함으로 의심되는 선박들이 보이고 있다. 스트래틀리=AFP연합뉴스

빌라누에바 대표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서필리핀해의 긴장 완화를 위한 노력에 적임자일 수 있지만, (필리핀·중국의) 대화 체제가 개방된 상태로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며 “충동적으로 행동해서도 안 되지만, 우리 영토에서 밟히거나 맞는 것을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테르테 정부에서 외교장관을 지낸 후안 미겔 주비리 상원의장도 지난 3일 두테르테 특사안에 동의입장을 표명했다.

 

중국은 현직인 마르코스 대통령의 미국 친화적인 행보가 이어지자 지난 7월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초청하기도 했다. 중국 관영 중국중앙TV(CCTV) 보도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이 지난달 17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두테르테 전 대통령과 회동을 갖고 양국 우호협력 의지를 다졌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당시 만남에서 “필리핀과 중국의 우호 관계 발전은 양국 이익에 부합한다”며 “필리핀 국민들의 염원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왼쪽)이 5월 1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 스트롱맨, 인권탄압·사정정국 다층적 이미지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외신에서도 곧잘 소환된다. 특히 재임 시절 펼쳤던 ‘마약과의 전쟁’ 정책은 자주 언급된다. 자국민을 향한 유혈 소탕전으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으로부터는 인권탄압 자행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만큼 서방과는 조화를 이룰 수 없는 정치인이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유사한 ‘스트롱맨’(강한 통치자)으로 불렸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정부와 거리를 두는 외교정책을 구사했다. 미국을 멀리하고 중국 친화적인 행보를 펼쳤다.

 

최근 국내 언론에서도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언급됐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내년 총선 변수가 될 인물로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 김병준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꼽으면서 그를 끄집어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한 발언은 이렇게 시작됐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 세계일보 자료사진

“지금 보면 모든 것에다가 이권 카르텔을 붙여가지고 결국 이거 때려 잡겠다라는 건데 제가 임기 초에 제가 어디 방송 나와 가지고 사실 이게 필리핀의 두테르테식 정치를 하는 쪽으로 가서는 안 된다. 이렇게 얘기했었는데 그때 용산에서 기분 나빠하더라.”

 

이 전 대표의 이야기를 마저 언급해 보자. 그는 “사실 우리는 두테르테를 굉장히 좀 이상한 사람으로 보지만 필리핀에서는 사정정국 되게 잘해서 인기가 좋았다”며 부정적 의미로 두테르테를 언급한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필리핀도 보면 강력 범죄나 이런 것 때문에 국민들의 불안이 큰 상황 속에서 그걸 잘하면 그것도 지지율이 되는 거다”며 “두테르테는 굉장히 잘한 것들이 있는데, 한국만 하더라도 강력범죄 등이 늘어나는 상황 속에서는 국민들이 강력한 지도자의 스타일을 원할 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러니까 그런 거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그런 상황이 되면 그런 게 뜰 수도 있는 것”이라고 확인했다. 이 대표로서는 한국과 필리핀의 전·현직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두 사람을 연결할 수 있는 강점과 파장을 생각했다는 의미로 보인다.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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