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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땅,우리생물] 조개에 알을 낳는 각시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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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8-04 01:15:01 수정 : 2023-08-04 12:4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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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가 바위에 앉아 ‘물멍’(물을 보고 멍하니 있는 상태)하다 보면 은은한 파스텔톤의 작고 귀여운 물고기가 눈에 띈다. 바로 새색시처럼 예쁘고 단아하다고 이름 지어진 각시붕어다.

각시붕어는 잔잔히 흐르는 물가의 수초 주변에 사는 토종 민물고기로, 몸길이는 4~5㎝로 옆으로 납작하며 눈은 상대적으로 크고 홍채는 붉다. 하천의 돌이나 수초 위에 붙어 있는 부착조류나 물벼룩 같은 동물성 플랑크톤을 주로 먹는다.

아가미 뚜껑에는 파란색 점이 있는데 그 뒤쪽으로 청색 띠가 세로로 나 있다. 지느러미에는 주황색 무늬가 있고, 이 색은 산란기인 5월에서 7월경 더욱 뚜렷해진다. 산란기에 접어든 암컷은 알을 낳는 통로인 긴 산란관을 드러낸다.

각시붕어의 산란방식은 독특하다. 다른 물고기들은 대부분 수초나 바위에 알을 낳는데, 각시붕어는 말조개 같은 대형 민물조개에 알을 낳아 번식한다. 이는 마치 조개를 인큐베이터로 활용하여 치어를 안전하게 키우기 위함인데, 조개 역시 각시붕어가 알을 낳는 순간에 어린 말조개를 각시붕어 아가미로 쏘아 올려보내 멀리 이동시키는 것으로 종족 번식에 서로 도움을 주는 일이다.

수컷이 마음에 드는 조개를 하나 잡아 춤을 추면서 암컷을 유인하면, 암컷은 수컷이 가지고 있는 조개의 출수공(물을 내보내는 기관)에 산란관을 넣어 알을 낳고, 수컷은 여기에 재빨리 정자를 뿌려 알을 수정시킨다. 조개의 몸에 안착한 수정란은 이틀이 지나면 배에 노란색 난황을 달고 있는 새끼 각시붕어로 탄생한다. 이들은 조개껍데기 안에서 한 달 정도 더 성장한 다음 밖으로 나온다.

각시붕어와 민물조개의 공생관계는 생태계 내 생물 종 사이의 섬세한 관계를 보여준다. 만약 민물조개가 없다면 각시붕어는 자기 유전자를 남길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최근에는 서식지 파괴로 각시붕어의 개체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예전부터 우리 땅에 살아온 각시붕어와 그 주변 생물종이 잘 보호되어 미래 아이들도 각시붕어를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이승기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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