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교정시스템 악용 못하게 개선해달라” 편지

지난해 부산에서 20대 여성을 쫓아가 무차별 폭행한 뒤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를 받는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가 최근 발생한 ‘신림동 칼부림’ 추모 현장을 찾아 위로를 전했다.
31일 뉴스1 등에 따르면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A씨는 지난 24일 신림역 추모 현장을 찾아 “아무런 도움이 못 돼 죄송하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A씨는 쪽지에서 피해자 가족과 지인 등에게 “어느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가슴 아픈 일”이라며 “슬퍼하셔도 되고 괜찮지 않아도 된다”고 적었다.
신림역 사건 피의자 조선(33)과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의자는 미성년자 시절부터 범죄 경력이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A씨는 “같은 강력범죄 피해자로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게 너무 힘들었다”며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뉴스1에 전했다. 신림 흉기 난동 사건 유족과 피해자들에게는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고 누구도 전부 이해하지 못할 만큼 힘든 일이지만 꼭 치료받으시고 감정에 솔직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범죄피해자는 물론이고 유족에게 제대로 된 회복 장치가 없다. 범죄피해자가 회복하고 일상을 이어갈 수 있는 촘촘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며 “범죄자에게 벌만 주고 교정하지 않는다면 재범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묻지마 범행’이 잇따르는 지금 걷잡지 못하면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재범 징후가 많았지만 너그러운 양형 기준과 범죄자를 교화하지 못하는 교정 시스템으로 묻지마 범죄가 또 발생했다”며 “피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회복 지원도, 가해자에 대한 교정도 이뤄지지 않는 현행 사법 체계를 언제까지 방치해야 하나”라고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A씨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부산돌려차기 피해자입니다. 신림역 사건과 관련해 얘기 드리고 싶습니다’는 제목의 인터넷 편지를 작성하기도 했다. A씨는 편지에서 사건과 관련 없는 양형기준 삭제, 여러 범죄를 저지른 자는 각 죄에 형을 매긴 뒤 합산하는 병과주의 적용,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게 교정 시스템 개선 등을 제안했다.
A씨는 편지에서 “피해자들이 당연한 걸 요구해야 하는 이 현실이 너무 슬프다”며 “더는 가해자들이 교정사회를 악용하는 사례를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조씨는 지난 21일 오후 2시7분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림역 4번 출구 인근 골목에서 20대 남성 1명을 10여 차례 찔러 살해하고 30대 남성 3명에게도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 28일 살인, 살인미수, 절도, 사기 혐의로 조선을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그가 범행 10분 전 흉기를 훔친 뒤 신림역에 도착하자마자 범죄를 저질렀고, 범행 전날 본인의 스마트폰을 초기화하고 컴퓨터도 부수는 등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범행 전 살해 방법과 급소, 사람 죽이는 칼 종류 등을 검색했다”고 진술했다. 또 지난달 ‘홍콩 묻지마 살인’, ‘정신병원 입원’ 등을 검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의자 B씨는 지난해 5월22일 오전 5시쯤 부산 진구에서 귀가하던 A씨를 10여분간 쫓아간 뒤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때려 살해하려 한 혐의(강간살인미수)로 지난달 12일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A씨 상고로 대법원 판결을 남겨두고 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