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그룹의 오랜 숙원 사업인 그룹 내 상장사 3사 합병 작업이 시작됐다.’
‘충암고 이영복 감독은 경기 전부터 최강 몬스터즈의 패배를 미리 예고했다.’
‘전경련 새 수장에 류진 풍산 회장 물망…4대그룹 복귀는 아직 미정’
유병재는 “로열 골드인가 하는 굉장히 예쁜 이름의 색이었는데 백발이라니…”라고 당황해 하며 “머리가 하얗게 센 게 아니다. 염색한 거다”라고 설명했다.
일부 매체가 전한 기사 내용이나 제목이다. 많은 사람이 흔하게 사용해 어색하지 않아 보이지만 굳이 반복할 필요가 없는 ‘겹치는 말’이 들어가 있다. 빨간 색으로 표시한 부분이다. 먼저 ‘오랜 숙원’의 경우 숙원(宿願) 자체가 ‘오래전부터 품어 온 염원이나 소망’을 뜻하므로 ‘숙원’이나 ‘오랜 염원(간절한 바람)’이라고 하는 게 낫다. ‘미리 예고’ 역시 예고(豫告)가 ‘미리 알림’이란 뜻이니 그냥 예고라고 하면 된다. ‘아직 미정’도 마찬가지다. 미정(未定)이 ‘아직 정하지 못함’이니 굳이 아직을 붙이지 않아도 된다. ‘머리가 하얗게 센’도 ‘머리가 센’으로 하면 된다. ‘세다’에 ‘하얗게 되다’의 의미가 이미 들어 있다.

이 밖에도 신문·방송·온라인 매체 기사나 방송·유튜브 등 영상 자막에 불필요하게 겹치기 말이 등장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눈에 띈다.
예컨대 ‘수해를 당한 가구가 약 500곳 정도 된다’에서 ‘약 500곳 정도’는 ‘약 500곳’이나 ‘500곳 정도’로 써야 한다. ‘약’에 정도의 뜻이 담겨 있어 둘 중 하나는 빼는 게 좋다. ‘아주 소중한 헌혈캠페인에 참여한 여러분들의 아름다운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에서 ‘여러분들’은 ‘여러분’으로 쓴다. ‘여러’에 복수 의미가 담겨 ‘들’은 불필요하다.
KBS 아나운서 출신으로 KBS한국어능력시험 출제 및 검수위원 등을 지낸 강성곤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초빙교수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우리말의 보루가 돼야 할 미디어 언어 쪽은 그 중요성과 영향력이 막대함에도 오류가 빈번하다. 신문의 문장은 난삽하고 방송 자막은 어지러워 낯을 붉게 만든다”며 공공언어의 한 축인 미디어가 언어 사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의미가 중복되는 말이 자주 사용되는 사례로 ‘아직 미지수(→미지수)’, ‘근거 없는 낭설(→낭설)’, ‘방학 기간 동안(→방학 기간, 또는 방학 동안)’, ‘결실을 맺다(→결실을 보다)’, →불조심 유의(→불조심, 또는 화재 유의)’, ‘수혜를 받다(→혜택을 받다)’, ‘피해를 입다(→피해를 보다)’, ‘미리 예상하다(→예상하다)’, ‘갑자기 졸도하다(→졸도하다), ‘푸른 창공(→푸른 하늘)’, ‘∼를(을) 타고 있던 승객(→∼를(을) 타고 있던 손님)’ 등을 들며 바로 쓰길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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