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美 도청 의혹 논란에도
비서공간은 시스템 구축 안 돼
기재부·통일부 등도 설비 全無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일부 고위직 참모, 주요 회의실을 제외한 대통령실 비서 공간에 도감청 방지를 위한 상시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 경호처는 지난 4월 미국의 도청 의혹 논란 이후 상시 방지 설비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예산 문제 등으로 아직 검토 단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기밀 또는 주요 정보를 다루는 정부 조직 가운데 기획재정부·국세청(세원 정보), 통일부(대북 정보), 감사원(감찰 정보), 관세청(마약·밀수 정보), 선거관리위원회 등은 도감청 상시 방어 장비가 전무해 위험에 취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9일 대통령 경호처에 따르면 경호처는 윤 대통령의 집무 및 거주 공간과 대통령실 주요 직위자(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 경호실장 등), 주요 회의 공간에 도감청을 상시적으로 탐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24시간 가동하고 있다. 나머지 참모 공간은 윤 대통령의 동선 위주로 휴대용 장치를 통해 비정기 점검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호처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주요 직위자, 회의 공간 등에 대해 도감청 대비 방지 설비를 갖췄지만, 지난 4월 미국의 도청 의혹 논란 이후 대통령실 전반, 즉 전 직원과 사무실에 대해 (방지 시스템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산을 기획재정부와 협의해서 진행해야 하는데 아직 결론이 나온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일단 외교안보와 기밀 보안 정보를 다루는 고위 공직자들이 (근무하는 곳에는) 다 (상시적인 도감청 방지) 장치가 돼 있다”며 “모든 직원의 방을 다 할 수는 없어도 현재 필요한 건 다 돼 있다”고 말했다.
고정 도감청 방지 설비가 구축돼 있지 않은 곳은 휴대용 탐지 장치를 통한 비정기 점검으로 대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상시 탐지가 미비한 사무실의 경우 도청 장치가 유입되더라도 바로 알 수 없어 최고급 정보가 모이는 대통령실의 보안 대비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 도청 장치는 원격으로 조종되는 온·오프 기능 등 은신술이 발달해 사람의 간헐적인 방문 탐지 방식으로는 모두 잡아내는 게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경호처는 이에 대해 “용산 청사를 폭넓게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청사 출입구에서 이뤄지는 검색대 검사가 그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최신 도청 장치들의 크기와 모양이 다양해 검색대 과정으론 원천적인 반입 차단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컵, 컴퓨터 마우스, 펜 등 일상 용품으로 위장하는 기술도 최첨단화, 고도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에 대한 미국의 도청 의혹 논란 당시 “한·미 국방장관은 해당 문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데 견해가 일치했다”며 “철통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대통령실 내부에서의 도청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과 비서 공간이 각각 독채 형식으로 완전 분리돼 있었던 과거 청와대 시절보다 보안이 강화된 건 맞으나 여전히 전역에 대한 상시 도감청 방지가 이뤄지지 않는 점에서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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