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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군인권보호위 “‘형사 무죄 판결 이후 진급’ 시행령 개정해야” [심층기획-군인권보호관제도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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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6-29 08:01:00 수정 : 2023-06-29 08: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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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 방문조사 등 장병 인권 침해 대응
1년간 군 사망사건 147건 중 53건 입회
군 수사 전과정 감시… 투명·공정성 확보

상관 모욕 혐의 기소된 성추행 신고자
‘진급 누락’ 군 인사법 규정 개선 권고도

출범 후 진정건수 31%↑, 처리는 74%↑
“인권위 상임위원 겸직… 조직 축소” 지적

군내 가혹행위로 숨진 ‘윤 일병 사건’(2014), 공군 내 성폭력 피해를 입고 숨진 ‘이예람 중사 사건’(2021) 등 군인들의 가슴 아픈 희생을 딛고 만들어진 군인권보호관 제도가 7월 1일 1주년을 맞는다. 군 외부에 독립적인 기구를 두고 인권 증진을 위한 조사와 권고 등을 전담하도록 한 이 제도는 폐쇄적인 군 조직에서의 인권침해 문제에 대응할 첫걸음으로 주목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설치된 군인권보호관의 지난 1년을 돌아봤다.

 

28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인권위에 설치된 군인권보호관의 주요 업무는 군대 내 인권침해 및 차별행위 조사와 군인권정책·제도 개선, 군인권교육과 협력 등이다. 현재 2대 군인권보호관은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이 겸임하고 있다. 월 1회 열리는 군인권보호위원회에서는 매달 제기된 수십건의 진정에 대한 기각, 각하, 인용 여부를 판단하며 필요시 기획조사에 나서기도 한다. 

지난해 7월1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군인권보호관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현판 제막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인용된 진정 중 하나는 지난달 30일 군인권보호관이 국방부 장관에 개선을 권고한 군 인사법 관련 문제다. 해당 진정은 2019년 공군에서 있었던 ‘여군 이름표 부착 성추행’ 사건을 신고한 뒤 상관 명예훼손죄로 기소된 중령이 제기했다.

 

당시 중령 진급 예정이었던 진정인은 3년에 걸친 소송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진급을 3년 소급 적용할 수 없었다.

군인권보호위원회는 진정인의 진급이 무효화되고 약 600일 강제휴직 처분을 받은 것은 인사상 불이익 조치이므로 구제 조치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향후 유사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재판에 넘겨진 진급 대상자는) 형사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면 그 이후에 진급시킬 것을 명시한 부분을 개정해 당초 진급됐을 날짜로 소급되도록 군인사법 시행령 제38조 제1항 제1호 단서에 대한 개정을 추진하라”고 권고하기로 했다.

 

김 위원은 “이 사건 진정으로 군 인사법의 문제점이 여럿 노출됐다”며 “인권위는 기소가 없었다면 진급될 시점인 2019년 10월1일자로 날짜를 정정하는 등 행정 조치를 취하라고 강력한 권고를 의결했다”고 말했다. 회의에 출석한 공군 장교들은 현재 시행령상 소급 적용이 어렵다고 설명했지만 법률가들의 공통된 판단은 시행령이 잘못됐고 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군 사망사건 입회, 가장 큰 진전

 

군인권보호관 출범 이후 달라진 점으로는 군 사망사건 조사 및 수사 입회, 군부대 방문조사가 꼽힌다. 현재 국방부는 군에서 발생하는 모든 군인 등의 사망사건을 인권위에 통보하고 있다. 인권위 조사관이 사망사건에 조기 개입해 군이 처리하는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군수사 과정을 견제·감시한다는 취지다. 전 과정에서 인권침해 및 군부대 부조리는 없는지 확인하는 장치가 마련된 것이다.

 

군인권보호관 출범 이후 인권위가 통보받은 사망사건은 147건에 이른다. 유형별로는 자해사망 66건, 병사 54건, 사고사 27건이었다. 가장 많은 유형인 자해사망자의 신분은 간부 34명, 병사 26명, 군무원 3명, 생도 1명이다. 인권위는 이 중 53건을 입회했고, 94건은 전화와 문서 등을 통해 기초조사를 진행했다.

 

인권위가 입회한 사망사건과 관련해 유족 등이 제기한 진정은 총 13건, 인권위가 직권조사를 개시한 사건은 1건이다. 이 중 일반전초(GOP)부대 사망사건 피해자에 대한 병영 부조리 등을 확인하고 개선을 권고하는 등 4건에 대해 권고가 이뤄졌고, 나머지는 현재 조사 중이다.

 

또한 지난해에는 군 신병훈련소에 대한 조사, 올해에는 GOP·해안경계대대 2곳, 해군 함정 2척 등 최전방 격오지 부대의 특성과 시설·처우 조사를 완료했다. 육군훈련소와 해병대 교육훈련단 방문조사 결과 1인당 생활실 면적 확대, 노후시설 교체, 훈련장 재래식 화장실 개선 등을 권고했으며 육군과 해병대는 이를 전부 수용했다. 

 

인권위는 군부대 방문조사에 대해 “사후적 권리구제 활동이 아닌 선제적 예방활동”이라며 “1800여개(대대급 기준) 군부대를 방문해 시설, 처우 등을 조사하고 이에 대한 권고 및 이행 점검을 통해 제도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진정 급증…실질 권한 확보가 관건

 

군인권 관련 진정 사건 처리가 훨씬 활발해진 점도 눈에 띈다. 군인권보호관 출범 이후 현재까지 진정 접수 건수는 이전 동기 대비 약 31% 증가했고, 처리 건수는 약 74% 늘어났다. 지난 1년간 내려진 주요 결정은 군의 부실의료에 따른 사망사건, 육군 이병 총기 사망사건, 해군 폭행 피해자 보호 미비로 인한 사망사건 관련 인권침해 개선 권고 등이 있다. 공군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보호조치 긴급구제도 결정했다.

 

훈련병 인권상황 개선 정책권고를 통해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한 신병훈련소 운영체계와 법령을 개선하기도 했다. 특히 병사의 휴대전화 사용, 흡연권 보장, 두발 기준, TV 시청과 관련해 기간병과 훈련병간 또는 각 군과 부대별 차등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군 영관급 장교 대상 인권감수성 과정 등 군인권교육 강화를 위한 다양한 과정도 개발·운영하고 있다.

 

국방부와의 줄다리기 끝에 군인권보호관의 조직과 권한이 다소 축소됐다는 지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인권위 상임위원이 군인권보호관을 겸직하게 해 집중도가 떨어지고, 국방부 통보 없이 방문조사를 하는 것이 결국 수용되지 못하는 등 반쪽짜리인 부분이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군인권보호국 인력이 확충되고, 군인권보호관의 독립성과 영향력이 더 확보되도록 나아가는 것이 과제로 분석된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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