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 위 빈백 등 깔고 북트럭 운영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 가능
일상서 책 접하는 기회 마련 취지
이용객 93% “만족… 재방문 의사”
하반기 다채로운 프로그램 계획
북토크·북큐레이션 등 추가 예정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한강공원이 독서삼매경에 빠져들었다. 햇살이 일렁이는 한강을 따라 서울시가 ‘책읽는 한강공원’을 열자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소설, 교양서부터 만화까지 좋아하는 책을 펼친 시민들은 잔디 위 푹신한 빈백에 몸을 묻었다. 장맛비를 예고하는 무더위도 ‘한강 독서’의 즐거움을 방해하진 못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가 상반기 시범 운영한 ‘책읽는 한강공원’이 누적 1만6100여명의 시민이 찾으며 아쉬움 속에 막을 내렸다. 서울시는 책읽는 한강공원이 7, 8월 폭염을 피해 잠시 쉰 뒤 9월부터 더 많은 책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찾아온다고 27일 밝혔다.

책읽는 한강공원은 5∼6월 토요일이나 일요일 한강변에 펼쳐졌던 야외 열린도서관이다. 여의도한강공원 멀티플라자와 뚝섬한강공원 잔디광장에 마련됐다. 서울시는 푸른 잔디 위에 빈백과 그늘막을 깔고 누구나 자유롭게 책을 빌리도록 북트럭을 운영했다.
여의도한강공원의 경우 빈백 100개와 책 1299권을 뒀다. 일반도서(511권)뿐 아니라 만화책(788권)도 갖춰 놓았다. ‘와이’ ‘후’ ‘그리스 로마 신화’ ‘만화 삼국지’ 같은 학습만화는 유아·초등학생과 함께 온 가족에게 유용했다. ‘슬램덩크’ ‘식객’ 등 인기 만화를 찾는 이들도 많았다. 서울시는 한편에 의료 인력과 구급차를 상주시켜 응급 상황에 대비했다.
시는 한강공원이 치킨과 맥주, 불법 노점, 쓰레기 등으로 대표돼 조용히 쉴 수 있는 장소가 부족하다고 보고 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일상에서 책을 접하는 기회도 늘리고 싶었다.
시민 반응은 뜨거웠다. 책읽는 한강공원이 정오에 문을 열면 오후 3시쯤 자리가 모두 찼다. 어스름이 지는 오후 8시 도서관이 문을 닫을 때까지 시민들은 몇 시간씩 책장을 넘겼다. 5월7일∼6월24일 책읽는 여의도한강공원을 찾은 시민은 누적 7600여명에 달한다. 책읽는 뚝섬한강공원에는 총 8500여명이 방문했다. 여의도한강공원의 경우 1299권 중 4권만 분실될 만큼 질서 유지도 잘됐다.
책읽는 한강공원의 인기는 시민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서울시가 책읽는 한강공원을 이용한 503명을 조사한 결과 92.7%(466명)는 전체 이용공간에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87.5%(440명)는 책읽는 한강공원이 ‘일상생활에 매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재방문 의사가 있다는 비율은 93.8%(472명)로 압도적이었다. 이들 중 42.7%(215명)는 1∼2시간 동안 책읽는 한강공원에 머물렀으며 36.5%(184명)는 2∼3시간, 8.3%(42명)는 4시간 이상 이용했다.
서울시는 하반기 책읽는 한강공원에 북토크, 북큐레이션, 문화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추가하려 한다. 비치 도서도 기존의 1000여권에서 2000여권으로 늘린다. 책 수레 모양의 이동형 서가 10여곳에서 자유롭게 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태블릿을 대여해 전자책도 볼 수 있게 하려 한다. 잔디 위에는 빈백, 매트, 파라솔 세트 등을 둔다. 운영 기간은 9, 10월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오후 7시로 예정됐다. 현재 서울시의회는 이 같은 내용의 추경 예산안을 심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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