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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인형처럼… 올 여름 핑크 에 빠지다

입력 : 2023-06-26 20:43:38 수정 : 2023-06-26 23:4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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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계는 지금 ‘바비코어’ 열풍

7월 ‘바비’ 실사판 영화 개봉 앞두고
옷·가방·샌들 등 핑크 아이템 분출
Y2K 복고트렌드와 핑크 인기 맞물려
왕실 도자기·슈퍼카·호텔·인테리어…
라이프스타일 전반 ‘분홍 물결’ 번져
핑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극도의 여성성을 상징하는 색깔이었다. 로맨틱, 판타지를 떠올리게 하지만 허영심과 유치하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따라다녔다. 사실 19세기까지만 해도 핑크는 붉은색과 함께 권위와 힘을 상징하는 남자의 색깔이었다. 상업적 논리와 전쟁을 거치며 1930∼40년대 이후 여성성의 상징으로 변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 다시 남성들이 거리낌 없이 핑크 수트, 핑크 셔츠를 입으며 특정 성(性)의 전유물이 아님을 입증하고 있다.

 

◆한때 남성의 색… 올해의 컬러가 된 이유

올해는 특히 핑크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지 확인하는 해가 될 듯하다. 미국의 색채연구소 팬톤(PANTONE)이 ‘올해의 컬러’로 자줏빛에 가까운 ‘비바 마젠타(Viva Magenta 18-1750)’를 선정하고, 7월 미국 마텔사의 인형 ‘바비(Barbie)’의 실사판 영화 개봉 소식이 전해지면서 바비가 입을 듯한 핑크 컬러 패션 아이템들이 분출하고 있다. 많은 셀럽이 자신의 SNS에 핑크 아이템으로 치장한 게시글을 업로드하며 가세해 ‘바비’와 ‘코어(core·핵심)’의 합성어 ‘바비코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LF의 버추얼 패션모델 ‘나온’이 ‘빠투(PATOU)’의 핑크 아이템을 활용해 선보인 ‘바비코어룩’. LF 제공

핑크의 인기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올해 유독 사랑받는 것은 코로나 팬데믹의 긴 터널과 경기 침체로 인한 우울에서 벗어나기 위해 밝고 화려한 바비와 핑크 컬러가 함께 트렌드로 안착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색채심리학에서 핑크는 ‘자궁의 색’과 같아 어머니의 자궁에서처럼 보호받는 느낌과 따뜻함을 주고, 뇌에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물질을 촉진시켜 초조함이나 공격성을 줄여 차분하게 가라앉혀주는 컬러다. 미국의 생태사회학자 알렉산더 샤우스가 교도소 내부를 온통 핑크색으로 꾸민 후 변화를 관찰한 결과, 수감자의 폭력적인 행동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자크뮈스의 시그니처 가방 ‘르 치키토(Le Chiquito)’가 새로 선보인 핑크 컬러.(왼쪽부터) 슈콤마보니가 론칭 20주년을 맞아 바비와 협업해 출시한 샌들. 어그(UGG)의 슈가클라우드 슬라이드. 삼성물산, 코오롱FnC, 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복고 트렌드와 바비의 만남 ‘바비코어’

바비코어는 영화 ‘바비’의 주인공인 배우 마고 로비가 4월 ‘시네마콘 2023’에 온몸을 핑크로 도배하고 나타나면서 회자되기 시작했다. 바비코어는 바비의 아이콘인 핑크와 세기말, 이른바 Y2K 트렌드가 만나 1980∼2000년대가 투영된 레트로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샤넬은 지난달 ‘2024 크루즈 컬렉션’에서 핑크 컬러의 아이템으로 런웨이를 장식했고, 베르사체의 2023 봄여름 컬렉션에는 20여년 전 ‘인간 바비’라 불렸던 패리스 힐튼이 피날레 모델로 등장하기도 했다. 앞서 발렌티노는 2022 가을겨울 컬렉션의 시그니처 컬러로 핑크PP를 선택하며 런웨이를 온통 핑크로 물들였다.

 

해외에서는 핫 핑크나 자줏빛에 가까운 핑크가 대세라면 국내는 채도 낮은 연한 핑크를 더 선호한다. 진한 핑크는 노란빛을 띠는 동양인의 피부색과 잘 맞지 않기 때문에 자신에게 어울리는 톤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신향선 색채연구소 대표는 26일 “핑크는 주로 흰 피부가 잘 맞고, 어두운 피부톤에는 인디핑크 등 다운된 핑크 계열이 어울린다”며 “피부가 노란 편이라면 코랄핑크를 선택하고, 자줏빛에 가까운 비바 마젠타는 까만 머리에 피부색이 짙은 사람이 잘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갭(Gap)의 바비 컬렉션. 해외는 진한 핑크가 인기인 반면 국내는 채도 낮은 연한 핑크가 대세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코디를 할 때는 쨍한 색감의 핫핑크 의상을 선택한다면 같이 입는 상의나 하의는 단색의 심플한 디자인을 선택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핫핑크 티셔츠에는 연한 색상의 워싱 청바지나 화이트 팬츠, 블랙 스커트 등의 조합이 어울린다. 상의와 하의 모두 핑크로 입고 싶다면 채도를 달리한 톤온톤 코디가 좋다. 살짝 다른 색감의 핑크를 함께 입거나 거친 린넨과 매끄러운 면 소재 등 질감을 달리하면 세련된 핑크 코디를 연출할 수 있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핑크로 꾸미는 것보다는 핑크를 블랙, 그레이, 브라운과 매치해보거나, 액세서리를 핑크로 선택하는 등 핑크를 포인트 컬러로 사용하는 바비코어 스타일링을 추천한다”며 “무엇보다도 강렬한 핑크 컬러를 대담하고 패셔너블하게 소화하는 자신감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블루 컬러의 핸드페인팅이 상징인 로얄코펜하겐이 새롭게 선보인 ‘코랄 컬렉션’. 한국로얄코펜하겐 제공

◆슈퍼카, 왕실 도자기 브랜드도 핑크 물결

 

패션에서 시작한 바비 코어 열풍은 리빙, 인테리어, 호텔을 비롯한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블루 컬러의 핸드페인팅이 상징인 덴마크 왕실 도자기 브랜드 로얄코펜하겐도 지난 5월 핑크빛의 ‘코랄 컬렉션’을 내놨다. 248년 전통의 브랜드 역사상 블루 아닌 다른 컬러를 컬렉션 전반에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그니처인 컬러인 블루가 청명하고 깔끔하다면, 코랄 컬러는 따듯하고 화사한 느낌이다. 한국로얄코펜하겐 관계자는 “새롭게 선보인 코랄 컬러는 최근 트렌드와 맞물려있을 뿐 아니라 기존 고객층은 물론 젊은 세대까지 아우르며 주목받고 있다”며 “가지고 있는 도자기에 코랄 컬렉션을 믹스매치하면 밝고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마세라티는 마텔사와 협업해 ‘바비 마세라티 그레칼레’를 출시했다. 바비 마세라티 그레칼레는 차체 전체를 진한 핑크로 도색하고 곳곳에 바비 로고가 장식됐다. C 필러에 자리했던 삼지창 엠블럼은 B로고로 변경됐으며, 블랙 인테리어의 내부는 핑크 스티칭으로 포인트를 줬다.

바비의 집을 그대로 옮긴 듯한 워커힐 ‘포에버 바비’룸 모습.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제공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의 바비 콘셉트룸 ‘포에버 바비(Forever Barbie)’ 객실의 인기도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벽지부터 가구, 소품까지 모두 바비 전용 제품으로 채워 바비의 공간을 그대로 연출한 이 객실은 연중 365일 만실을 기록한다. 호텔 관계자는 “평균 4세부터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여자아이들을 둔 부모님께서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여름방학, 생일, 우정 파티 등을 앞두고 예약한다”고 말했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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