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사교육 이권 카르텔'에 대한 단속을 예고하면서 사교육업계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수능 출제위원 경력을 광고해 서약 위반 지적을 받은 한 출판사 대표는 해당 내용을 삭제했다. 대형학원은 이른바 '문항 공모' 게시글을 내리고 있다.
23일 뉴시스와 교육계와 수험생 커뮤니티 등을 종합하면, 최근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대표의 '수능 출제경력'을 광고했던 A 출판사는 전날 관련 내용을 삭제했다.
이 업체는 8번이나 수능 출제위원으로 활동했던 전문가가 출제위원장을 맡고, 수능 출제 경험이 있는 교사나 교수가 문제를 낸다고 홍보해 다수 언론의 지적을 받았다.
수능 출제위원들은 수능 출제를 위한 합숙에 들어가기 전 비밀유지 서약서를 쓴다. 이를 어기고 출제위원 경력을 홈페이지, 프로필 등에 노출하면 조치 불이행에 대해 하루에 50만원씩의 책임을 져야 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해당 업체 대표가 비밀 유지 책임이 강화된 지난 2016년 이전 출제위원으로 참여했다며 법적 조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수능 모의고사 문항을 공모한다고 광고했던 대형학원에서도 게시글을 지웠다.
수험생 커뮤니티 '오르비'에 지난 2월 게시된 내용에 따르면, 해당 업체는 수능 수학 영역 문항 공모전을 열고 세금 공제 전 금액을 기준으로 킬러문항은 70~200만원, 준킬러문항은 50~80만원, 4점 문항은 20~30만원을 지급한다고 적었다.
과학은 문항 채택시 10만원부터 최대 100만원까지 지급한다고 알렸다. 고등학생, 대학생과 교사, 강사, 등을 우대하며 문항은 '상시' 접수한다고 공고했다. 전날 이 업체 공고글로 접속해 보니 '종료된 페이지'라 안내할 뿐 내용을 볼 수 없었다.
이는 교육부가 경찰 등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이나 학원 부조리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교과과정 밖 내용은 수능 출제에서 배제하라'는 이른바 '킬러 문항 제외' 지시다.
대치동 학원가나 대형 재수학원들도 수능을 5개월 앞두고 입시 설명회를 자제해야 하거나, '준킬러 문항' 대비반 광고를 자제해야 한다는 등 위축되는 분위기다.
교육부는 이날부터 다음 달 6일까지 2주 동안 온라인 등을 통해 집중 신고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능을 5개월 앞두고 논란을 키웠다는 부정적 여론을 의식, 정부가 사교육업계를 단속하며 돌파구를 찾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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