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억만장자 폴 싱어 등과 함께 여행
美 대법관 윤리 위반·정치적 중립 논란 계속
또다시 불거진 공화당 후원자 접대 의혹에
美국민들의 대법원 향한 지지 역대 최저치
새뮤얼 얼리토 미국 연방대법원 대법관이 공화당 초고액 후원자인 억만장자들과 호화여행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4월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에 이어 또다시 공화당 후원자로부터 접대를 받은 정황이 불거진 것으로 윤리 위반 및 정치적 중립 논란이 예상된다.
미 비영리언론 프로퍼블리카는 20일(현지시간) 보수 성향의 얼리토 대법관이 2008년 7월 공화당 기부자이자 헤지펀드 억만장자인 폴 싱어 등과 함께 알래스카 호화 낚시 여행을 했다고 보도했다. 얼리토 대법관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2006년 1월 취임했다.

매체가 공개한 사진에는 얼리토 대법관이 싱어 등과 함께 낚시복을 입고 연어를 들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매체는 얼리토 대법관이 하루에 1000달러(약 130만원)가 넘는 고급 낚시 여관에서 머물렀고, 전용기를 타고 알래스카로 갔다고 전했다. 전용기의 경우 편도 10만 달러(1억3000만원)이 넘는 비용이 들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체는 특히 억만장자인 싱어가 최소 10회 이상 법원에 출석했고, 2014년에는 싱어의 헤지펀드와 아르헨티나와의 소송에서 얼리토 판사가 싱어에 유리한 판결을 했다고 전했다.
프로퍼블리카는 얼리토 대법관이 낚시 여행을 연례 재정 공개에 보고하지 않았고, 윤리법 전문가들에 따르면 알리토 대법관은 싱어가 제공한 전용기 비행 등을 공개하지 않아 연방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얼리토 대법관은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자신이 싱어의 전용기를 타고 낚시 여행을 간 것은 윤리 규정에 따라 공개할 필요가 없었고, 싱어와 관련된 사건에서 기피할 의무가 없다고 해당 기사를 반박했다.
하지만 잇달아 보수 대법관의 접대 의혹이 불거지면서 대법관의 윤리 위반 논란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프로퍼블리카는 미국 역사상 두 번째 흑인 대법관이자 대법관 9명 중 최고참으로 보수 우위 대법원의 대표적 보수 성향 판사인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이 20년 가까이 억만장자 친구의 호화 별장과 전용기, 대형 요트 등을 사용하며 휴가를 즐겼다고 보도한 바 있다. 여행 비용은 모두 억만장자이자 공화당 후원자인 할란 크로가 부담했고, 토머스 대법관은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토머스 대법관 역시 법원과 관련이 없는 사람과 주고받는 호의에 대해선 신고할 의무가 없다고 맞선 바 있다.
한편 대법원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지지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이날 미국 퀴니피액대가 2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등록 유권자의 59%가 연방대법원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해 2004년 첫 조사 이후 가장 낮은 지지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응답자의 68%는 대법원이 주로 정치적 동기에 의해 움직인다고 답했고, 법에 따라 움직인다는 응답은 25%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63%는 대법관의 임기 제한에 찬성했고, 29%는 반대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행법에 따르면 연방대법관은 본인이 물러나지 않는 이상 종신 재임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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