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부산, 2006년 서래마을 사건 판박이
유기 장소 집 안 ‘냉장고’…“부모 자격 교육 필요”
의정부지검, ‘김치통 유기’ 7년6개월형에 항소
2020년 평택에서 15개월 딸 방치, 숨지게 해

경기 수원시의 한 아파트 냉장고에서 4∼5년간 방치된 영아 시신 2구가 발견돼 충격을 던진 가운데 그동안 벌어진 비슷한 유형의 시신 유기 사건들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21일 영아살해 혐의로 30대 여성 A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A씨는 2018년 11월과 2019년 11월 각각 아기를 출산하고 곧바로 살해한 뒤 자신이 사는 수원시 장안구의 자택 냉장고에 시신을 보관해 온 혐의를 받는다.
A씨의 범행은 ‘생활고’ 때문으로 전해졌다. 이미 남편 B씨와의 사이에 12살 딸, 10살 아들, 8살 딸 등 3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그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또다시 임신하게 되자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남편에게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아이를 낙태했다고 거짓말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시신 유기 장소로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냉장고를 사용한 것 역시 다른 가족들이 범행 사실을 알 수 없도록 은폐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냉장고에 시신을 유기한 영아 살해 사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 6월 부산에선 김모(당시 34세)씨가 2014년 9월과 2016년 1월 각각 출산한 아이의 시신을 동거남의 집 냉장고 냉동실에 보관한 사실이 적발돼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김씨는 첫 번째 아이를 병원에서 출산 후 집으로 데려온 뒤 이틀간 방치해 숨지게 했고, 두 번째 아이는 호흡장애가 발생했는데도 간호를 소홀히 해 죽음에 이르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냉장고가 있는 집에는 김씨의 동거남뿐 아니라 동거남의 70대 노모까지 함께 살고 있었지만, 유기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의 동거남은 숨진 아이들의 친부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친부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동거남이 알게 되면 헤어지자고 할까 봐 출산과 시신 유기 사실을 숨겼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영아살해 및 시체유기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2006년 7월에는 서울 서래마을에 살던 프랑스 여성 베로니크 쿠르조(당시 37세)씨가 2002년과 2003년 자신이 낳은 아이 2명을 살해해 자기 집 냉동고에 보관해오다가 적발됐다. 베로니크씨가 여름휴가를 보내려고 본국에 돌아갔을 때 냉동고에 3∼4년간 보관하고 있던 영아 시신 2구를 남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베로니크씨는 1999년 프랑스 집에서도 영아 1명을 살해한 혐의로 2006년 10월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그는 2년6개월 만인 2009년 6월 프랑스 법원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전문가들은 영아 시신 유기 장소로 냉장고가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이유에 대해 집 외부뿐 아니라 가족 구성원에게도 노출이 적은 장소인 점을 꼽았다. 일각에선 영아 살해가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 사회 시스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교육 과정에서 부모의 자질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의정부지검은 생후 15개월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2년 넘게 김치통에 보관한 혐의로 징역 7년6개월을 선고받은 친모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했다. 앞서 지난 15일 의정부지법 형사11부는 아동복지법 위반 및 사체은닉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친모 서모(35)씨와 전 남편 최모(30)씨에게 각각 징역 7년6개월과 2년4개월을 선고한 바 있다. 검찰은 “사안이 중대하고, 범행 내용이나 수법이 반인륜적”이라며 “더 중한 형의 선고를 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씨와 최씨는 2020년 1월 초 평택시 자택에서 태어난 지 15개월 된 딸이 사망했음에도 신고하지 않은 채 시신을 숨긴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는 교도소에 복역 중인 전 남편 최씨의 면회를 위해 딸을 상습적으로 집에 둔채 외출하고, 열나고 구토하는 딸을 병원에 보내지 않고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아이가 숨지자 최씨와 함께 딸의 시신을 김치통에 옮겨 서울 서대문구의 본가 빌라 옥상에 유기한 혐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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