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의심’ 접촉·발언도 포착
“갈수록 자극적… 규제 마련 시급”
음주방송(술먹방) 등에 참여하며 고통을 호소한 뒤 홀로 생방송을 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BJ 임블리(본명 임지혜)가 끝내 사망하면서 자극적인 인터넷 방송 생태계가 또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논란이 커지면서 경찰도 관련 사건 수사에 나섰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이틀 전 경기 남양주경찰서에 임씨의 사망에 대한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이 사건 관련 다른 BJ의 자살 방조, 모욕, 임씨 사망 당일 진행한 합동 방송에서의 성추행 의혹 등을 수사할 예정이다.

임씨는 지난 11일 동료 방송인들과 음주방송을 하던 중 다른 BJ들과 다툼에 휘말렸고, 귀가해 이를 해명하는 생방송을 진행하다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유서에는 자신을 극단적 선택 하게 만든 BJ들의 실명을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조대가 임씨를 병원으로 옮겼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7일 만에 향년 37세의 나이로 숨졌다.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는 인터넷 방송의 병폐가 이 같은 비극을 낳은 것으로 분석된다. 임씨가 참여한 방송은 시청자 후원을 이끌어내려 BJ간 경쟁을 붙이며 술을 마시게 하는 일명 ‘간팔이 방송’에 해당한다. 시청자들이 후원금을 보내며 과한 음주를 종용하는 탓에 ‘간을 팔아 돈 번다’는 의미다.
임씨가 참여한 날도 시청자가 후원금 5만원을 내면 BJ가 술을 마시는 규칙 아래 후원금을 많이 받은 BJ가 높은 서열을 차지해 낮은 순위자에게 막말을 하는 등 무리한 진행이 이어졌다. 성폭력으로 볼 수 있는 신체 접촉이나 발언도 포착됐다. 방송 댓글 창에는 이러한 자극성을 부추기는 댓글이 난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넷 방송 업계에 따르면 이들 BJ는 대부분 아프리카TV 등 다른 플랫폼에서 활동하다 영구정지 조치를 당한 뒤 유튜브로 옮겨왔다. 이전부터 인기가 있었던 방송을 유튜브에서 더 자극적인 술먹방으로 만들어 시청자를 끌어모은 것이다.
BJ들은 후원금을 보내는 시청자가 제시하는 미션을 수행하고, 댓글창 여론에 압력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는 인터넷 방송의 폐해로 지적돼 왔다. 규제 강화와 함께 방송을 소비하는 이들의 자정 작용이 요구되지만 당장 개선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터넷 방송을 꾸준히 봐 왔다는 직장인 이모씨는 “게스트 BJ들을 미친 듯이 술 먹게 하면서도 시청자와 메인 BJ는 이를 방관하고 오히려 더 자극적인 요구를 한다”며 “더 망가지기 전에 어떻게든 규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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