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산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다.” VS “신앙의 산에 더 이상 손을 데서는 안된다.”
일본의 상징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후지산(3776m)에 전차를 놓으려는 지방자치단체의 계획을 두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후지산 북쪽에 위치한 야마나시현은 ‘후지산등산철도구상’을 추진중이다. 유료 도로인 후지스바루라인 위에 기슭 지역과 5부 능선을 연결하는 약 28㎞의 전차 궤도를 만들어 차세대형 노면전차(LRT)를 운행한다는 계획이다. LTR은 소음, 진동을 줄인 저상 전차다. 야마나시현이 구상 중인 LTR은 120명의 승객을 태우고 상행은 52분, 속도 제한이 있는 하행은 74분 정도를 운행한다. 궤도 정비에는 1400억엔(약 1조2700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등산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기초해 계산한 결과 왕복운임을 1만엔(9만1000원)으로 할 경우 연간 약 300만 명의 수요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야마나시현은 2019년 등산철도구상과 관련된 전문가 회의를 설치해 2021년 계획의 얼개를 구성했고 올해는 급경사, 급커브에서의 차량 대응력, 겨울철 운행 관련 기능, 전기 공급 방식 등 구체적인 기술 문제를 검토할 예정이다. 나가사키 고타로 야마나시현 지사는 “일본을 상징하는 후지산의 보편적 가치를 지키고, 높여가기 위한 수단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후지산 보호를 위해서는 매년 수백만 명에 이르는 관광객 수를 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강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전인 2019년에는 506만 명의 관광객이 야마나시현 쪽의 5부 능선을 방문했다. 야마나시현에 속한 후지요시다시의 호리우치 시게루 시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후지산은 신앙의 산이다. 더 이상 손을 대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지역 관광업계에서는 “전기버스의 확충도 검토해야 한다”며 전차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후지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는 점에서 유네스코가 등산철도구상을 문제를 삼을 수 있다. 꼭 10년 전인 2013년 6월 유네스코는 후지산이 산에 종교적 의미를 부여하고 각종 의례를 행하는 산악 신앙의 대상이자 많은 예술작품의 소재로 쓰인 일본의 상징으로서 문화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해 ‘후지산-신앙의 대상이자 예술의 원천’이란 이름으로 세계유산에 올렸다. 등산철도구상이 이런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유네스코가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 요미우리는 “세계유산 지역 내에서의 개발행위는 유네스코 자문기관인 이코모스의 인정을 받을 필요가 있다”며 “개발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견해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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