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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의 호수’ 오데트 공주가 환경 운동가로 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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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6-20 17:29:30 수정 : 2023-06-20 17:2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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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무용 거장 프렐조카주 ‘백조의 호수’ 내한 공연

백조들이 노닐던 아름다운 호수가 개발로 환경 파괴 위험에 놓인다?

 

오데트 공주와 지그프리트 왕자의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 고전발레 명작 ‘백조의 호수’가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내용으로 바뀌어 한국 무대에 올려진다. 프랑스 출신의 현대무용 거장 앙줄랭 프렐조카주(66)가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22∼25일 공연하는 ‘백조의 호수’에서 오데트와 지그프리트는 각각 환경운동가와 시추 장비 개발 업체의 후계자로 나온다. 사악한 마법사 로트바르트도 부동산 사업가로 등장한다. 로트바르트는 호수 개발 사업에 오데트가 방해가 될 것 같자 백조로 만들어 버리고, 지그프리트는 호숫가에 공장을 지으려던 아버지에 맞서다 백조가 된 오데트와 사랑에 빠진다. 프렐조카주 ‘백조의 호수’는 이처럼 원작을 현대적으로 비틀어 환경 이슈를 부각시킨다.

 

앙줄랭 프렐조카주의 ‘백조의 호수’ 공연 장면.
LG아트센터 제공

프렐조카주는 20일 내한 공연을 앞두고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원작(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현대 산업과 환경 등 지금의 사회 문제들과 연결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한 명의 아버지로서 제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 어떤 것을 물려주게 될지 궁금합니다. (지구 온난화 등으로) 지난 50년 동안 800종의 동물이 사라졌어요. 다음 세대 아이들은 ‘백조’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요? 이게 제가 춤으로 표현하려는 진짜 질문입니다.”

 

프렐조카주는 유도를 배우던 12살 때 우연히 접한 러시아 발레리노 루돌프 누레예프의 사진에 반한 뒤 ‘무엇이 인간의 몸을 이토록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가’ 의문을 품고 가족 몰래 발레를 시작했다. 17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고전 발레에 입문했다가 얼마 안 돼 현대 무용으로 진로를 바꿔 1984년 데뷔했다. 이후 약 40년간 프랑스 현대 무용의 주축으로 활약하면서 무용계 최고 권위의 ‘브누아 드 라 당스’를 비롯해 수많은 안무상을 받았다. 1998년에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군사적·문화적 공적이 있는 사람에게 대통령이 직접 수여하는 프랑스 최고 훈장)’도 받았다.

 

앙줄랭 프렐조카주.

그가 파격적으로 재해석한 ‘백조의 호수’는 무대 세트 없이 영상과 조명만으로 호숫가, 공장, 파티장 등을 전환하며 감각적인 무대를 연출한다. 음악은 차이콥스키 원곡을 중심으로 일부 현대적 분위기의 음악 등이 추가됐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건 프렐조카주 특유의 독창적이고 우아한 안무다. 살아있는 야생 백조를 보는 듯한 강렬한 군무와 25명 무용수가 의자에 앉아 추는 무도회 장면이 인상적이다. 프렐조카주는 이번 작품에서 가장 주목할 장면으로 “고전 발레와 여성 무용수들의 클리셰(틀에 박힌 생각)를 모두 해체하는 동시에 자유의 송가이기도 하다”며 2막 마지막에 나오는 둥근 대형의 백조들 장면을 꼽았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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