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9억 투입 집적단지 2024년 11월 완공
세계 최초로 국가서 데이터 자료 오픈
예비창업서 기업성장까지 맞춤 지원
꿈나무 발굴 위한 영재고 설립도 추진
‘민주·인권의 도시’ 광주가 인공지능(AI) 중심도시로 달라지고 있다. 광주가 기술과 인력, 기업을 한데 모으는 AI 산업융합 생태계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AI 혁신 거점은 광주 첨단 3지구에 들어서는 인공지능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집적단지)다. 14일 찾은 집적단지는 건축 공사가 한창이었다. 데이터센터동은 지난 1월 골조와 마감공사를 마무리하고 냉각시스템 설치까지 마쳤다. 9월까지 장비구축과 시험운영을 거쳐 10월에 문을 열게 된다. 골조공사 중인 창업·실증동은 올해까지 마무리하고 마감공사를 거쳐 내년 11월쯤 완공된다.
집적단지가 완공되면 광주는 세계적인 AI 인프라와 기반시설을 갖춘 인공지능 중심도시의 메카로 거듭난다. 국내외 AI 기업들이 광주 집적단지의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를 이용하기 위해 몰려들고 창업도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최대 규모 AI인프라 구축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은 첨단3지구 내 4만7246㎡부지에 인공지능중심 산업융합집적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2020년부터 공사에 들어간 집적단지는 내년에 모두 완공된다. 사업비는 4119억원(국비 2921억원·지방비 790억원·민자 408억원)이다.
집적단지의 건축규모는 연면적 2만4830㎡로 데이터센터와 실증·창업동이 들어선다. 데이터센터동은 AI 특화데이터클라우드와 컴퓨팅 파워시설을 갖추고 올해 10월부터 본격적인 국가 AI데이터센터 서비스를 한다. 실증·창업동은 주력산업과 융합한 AI연구개발과 대형시뮬레이터 실증, AI전문인력 양성을 한다.
데이터센터는 창업과 인재양성, 실증 및 연구개발 분야의 국내 인공지능 전산 수요의 거점으로 인공지능을 특화한 고성능컴퓨팅 인프라가 구축된다. 시스템의 연산성능은 88.5PF(페타플롭스), 저장공간은 107PB(페타바이트)로 세계 10위 안에 드는 수준이다. 데이터센터 시스템은 단계별로 자원을 구축해 지원한다. 지난해까지 제공한 컴퓨팅 자원은 151개 기업에 11.5 PF, 5.1PB다.
AI 실증은 광주의 주력산업인 자동차와 에너지, 헬스케어 등 3대 분야에서 이뤄진다. 분야별로 AI를 접목할 수 있는 77종의 실증 장비를 구축·운영한다. 국내 최대 규모의 대형드라이빙 시뮬레이터 구축이 주목을 받고 있다. 도로와 자동차, 운전자의 복합한 상호관계의 데이터를 분석해 자율주행 기술 실증을 지원하는 시뮬레이터다. 112억원을 들여 내년 12월까지 영상시스템과 캐빈, 모션시스템 등을 구축한다. 이 집적단지는 민간이 아닌 국가에서 개발자와 기업에 데이터 자료를 오픈하는 세계 최초라는 데 의미가 있다.

◆창업지원·인재육성… AI 생태계 구축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은 AI 창업과 인재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간 1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예비창업 단계에서부터 기업성장까지 단계별로 맞춤형 지원을 하고 있다. AI 창업 경진대회를 통해 발굴된 예비창업자들은 창업캠프에 입주해 본격적인 창업활동 지원을 받는다. 광주 금남로 창업캠프에는 80개사가 네트워킹 지원과 컨설팅, 교육을 받고 있다. 또 100개사가 창업캠프 입주를 대기하고 있다.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은 집적단지에 300개 창업사들이 입주할 공간을 확보했다. 이들 창업사는 AI 밸리 조성의 머릿돌 역할을 하게 된다.
창업캠프에 입주한 창업자들은 시제품과 상용화 단계의 제품이 나올 때까지 2억∼3억원의 지원을 받으면서 스타트업의 성장기반을 다지게 된다. 지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투자유치 펀드조성과 해외 수출시 각종 규제 해소와 글로벌 판로 확보에 나선다.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은 이처럼 창업 전단계부터 기업 성장단계까지 모두 10단계의 ‘창업 사다리’를 놓아준다. 2000년부터 내년까지 창업 지원은 모두 500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AI 인재양성도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의 핵심 사업이다. 자동차(호남대)와 헬스케어(조선대), 에너지(전남대) 등 지역특화 산업과 AI 원천기술(지스트)에 기반을 둔 학부 중심의 AI 융합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우수인재의 발굴을 위해 2027년 AI영재고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AI사관학교에서는 AI 고급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1년 과정의 AI 사관학교에서는 4년제 대학의 AI 전공관련학과 이수학점보다 더 많은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다. 2000년부터 시작된 AI사관학교는 2024년까지 1200명의 정예 인력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산업현장 수요를 반영한 실무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AI직무전환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김준하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장 “광주 AI데이터 센터에 글로벌 기업 유치하는 게 목표”
“광주에 글로벌 기업 하나쯤 있어야 되지 않나요?”
14일 광주 광산구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인공지능사업단) 사무실에서 만난 김준하(사진) 단장의 눈은 세계를 향하고 있었다. 그는 이날도 바빴다. 내로라하는 세계 굴지의 기업인 구글과 아마존, 엔비디아와 미팅이 잡혀 있었다. 미팅 주제는 주로 인공지능사업단이 운영하는 국가 AI데이터 센터의 활용 방안이다. 그는 “AI데이터 센터를 이용하려는 세계적 기업들의 문의가 많다”며 “글로벌 기업들이 고성능 컴퓨팅 자원을 갖춘 AI데이터 센터를 어떻게 활용하고 그 대신에 무엇을 내놓을 것인지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김 단장의 목표는 글로벌 기업이 AI데이터 센터에 둥지를 틀게 하는 것이다. 그는 “AI데이터 센터에는 글로벌 기업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되고 있다”며 “이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글로벌 기업의 입주와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 단장은 20년간 지스트(GIST·광주과학기술원) 교수로 근무하면서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최적화하는 모델을 구축해 온 AI전문가다. 김 단장은 지난 3월 제2대 인공지능융합사업단장을 맡았다. 광주 미래 먹거리 산업의 한 축인 AI의 지휘봉을 잡은 셈이다.
광주가 AI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김 단장의 역할이 컸다. 광주가 AI와 처음으로 인연을 맺은 것은 2017년 대통령 선거가 한창일 때다. 김 단장은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의 강기정 상황실장이 지스트를 방문해 광주를 먹여살릴 미래 산업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며 “그때 지스트에서는 인공산업이라고 답을 줬다”고 밝혔다. 지스트는 당시 2캠퍼스의 이름을 인공지능 캠퍼스로 정할 정도로 AI에 관심이 많았다. 민주당의 요구와 지스트의 연구 방향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광주의 AI는 2019년 정부에 예타면제사업을 신청하면서 구체화됐다. 김 단장은 “당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광주시에 인공지능산업을 정부에 신청해 달라고 제안했다”며 “다른 지자체는 수조원짜리 SOC(사회간접자본)를 신청했지만 광주는 1조원의 인공지능과 R&D(연구·개발)사업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당시 정부는 광주 AI를 국가산업으로 확정했다.
김 단장이 요즘 관심을 두는 분야는 AI 반도체다. 대부분 기업은 GPU(그래픽 처리장치)를 활용해 AI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가격이 비싼 데다 전력 사용이 많아서 운영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AI 반도체는 이런 단점을 해결하고 속도까지 빠른 데다 사이즈도 작아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엔비디아와 인텔,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은 물론 구글과 SK텔레콤 등 기업도 AI 반도체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김 단장은 “네이버 등 국내 업체가 AI 반도체 테스트에 60억원을 투자했다”며 “인공지능사업단이 AI반도체의 검증기관으로 선정됐다”고 했다.
그는 또 “글로벌 기업들이 인공지능사업단의 AI 반도체를 국제표준으로 삼겠다는 제의가 들어온 상태”라고 덧붙였다. 인공지능사업단은 2021년 4월 과기부에서 공모한 AI반도체 실증지원 사업자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 단장은 지속적인 AI사업을 위해서는 인공지능사업단을 법인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과학기술정통부의 예산을 받기 위해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부설로 인공지능사업단을 조직했다”며 “한시 기구로 예산확보는 물론 직원 고용승계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사업단의 법인화는 기획재정부의 승인이 필요해 쉽지 않는 일이다. 때문에 김 단장은 “법인화는 장기적인 과제로 두고 우선 임기 내 법인화 전 단계인 전담기관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전담기관이 인공지능과 관련한 클러스터를 운영할 수 있게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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