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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아마존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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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6-13 00:08:40 수정 : 2023-06-13 00: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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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10월 13일 우루과이의 럭비팀 선수들과 가족 등 모두 45명을 태운 전세 비행기가 칠레로 가던 도중 악천후 속에 안데스산맥 해발 3570m 지점에 추락했다. 추락 당시 12명이 사망했고, 사고 하루 만에 생존자는 29명으로 줄어든다. 사고 발생 62일째, 생존자 16명은 등산 장비 하나 없이 해발 5000m가 넘는 안데스를 넘었다. 이들은 열흘 동안 100㎞를 걸은 끝에 마침내 구조되었다. 72일간의 생환 기록인 ‘얼라이브’는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1993년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비행기 추락사고에서 목숨을 건진 사람들은 대부분 뒷좌석에 앉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비행기가 추락하면 앞쪽부터 부딪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1984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보잉 720 등을 사막에 불시착시키는 실험을 해본 결과 조종석과 앞쪽에 훨씬 큰 충격이 가해졌다. 각종 통계 등에 따르면 앞부분 생존 확률은 49%, 중간 부분은 56%, 뒷부분은 69%로 분석됐다. 블랙박스가 비행기 동체 꼬리 부분에 설치된 것도 뒷부분이 그만큼 충격을 덜 받기 때문이다.

아마존 정글에서 실종된 콜롬비아 4남매가 40일 만에 무사히 발견돼 전 세계가 환호하고 있다. 지난달 1일 경비행기가 엔진 결함으로 추락하며 실종됐던 레슬리 무쿠투이(13) 등 아이 4명은 발견 당시 영양실조 증세를 보이긴 했지만 그 외 건강에 별 문제가 없었다. 아이들은 모두 비행기 뒷좌석에 탑승하고 있었다. 이 비행기도 추락 당시 앞머리부터 땅에 처박혔다. 이 때문에 비행기 앞쪽 좌석에 앉은 조종사 등 성인 3명은 모두 치명적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은 정글의 악천후와 야생동물의 위협을 어른 도움 없이 이겨내고 스스로 살아남았다. 아이들은 남미 원주민 후이토토족 출신으로, 어릴 때부터 숲에서 생존하는 법을 배웠다. 맏이 레슬리는 동생들을 돌보며 나뭇가지와 가위, 머리끈 등으로 임시 대피소를 만들었다. 이들은 비행기 잔해 더미에서 카사바(고구마처럼 생긴 구황작물) 가루를 꺼내 먹었고, 이후에는 씨앗을 먹으며 버텼다. 고질적 경제난 등으로 신음하는 콜롬비아에 4남매가 단비와 같은 희소식을 전해줬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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