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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일을 필요로 하는 존재” 로봇이 발전해도 노동은 필연

입력 : 2023-05-26 20:50:00 수정 : 2023-05-26 20: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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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어떻게 노동자가 되었나/얀 뤼카선/전소영 옮김/모티브북/3만7000원

 

태초에 하나님이 해와 달, 아담과 이브를 만드시고, 일을 주셨다고 해도 좋으리라.

인류가 일을 하지 않으면서 살았던 적이 있을까. 사냥도, 농경도 그저 재미로 하는 게 아니고, 나 자신을 위해서든 가족을 위해서든 혹은 왕이나 성직자, 사장님 등 제3자를 위해서 인류는 끊임없이 일해 왔다.

그러니까 ‘인간은 어떻게 노동자가 되었나’라는 책이 던지는 질문은 낯설다. 책의 영문판 제목은 ‘The Story of Work: A New History of Humankind’로 직역하자면 ‘일의 이야기: 인류의 새로운 역사’가 된다.

얀 뤼카선/전소영 옮김/모티브북/3만7000원

저자가 이 책에서 하고 싶은 얘기에 더 가깝다. 다만 인간은 왜 산업혁명 시대 공장의 노동자가 됐으며, 수렵시대에 사냥꾼으로 일했고, 혹은 목화밭의 노예가 돼어야 했는지, 각 시대별로 노동자의 특징과 그들의 작업 환경이 사회에 미친 영향을 목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떻게 노동자가 되었나’라는 의문 제기성 한국판 제목이 딱히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

저자는 크게 여섯 개로 노동 역사 시기를 구분하고, 5개의 노동관계 변화를 살펴본다. 노동은 홀로 벌어 홀로 쓰는 자급자족이라고 할 수 있는 ‘독립적 생산’, 서로 도우며 협동하는 ‘호혜성’과 ‘공납적 재분배’, ‘고용주: 임금노동’, ‘고용주:노예’ 중 어딘가에 속한다고 분석한다.

기계의 발전과 민주화 속에서도 왜 우리는 여전히 더 많이 일해야 하고,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 걸까. 정치적 우익과 좌익 모두가 유토피아를 얘기해도 현실의 세계인 대부분은 일주일에 5, 6일을 가사 노동과 임금 노동을 하며 보낸다. 이런 사회 현상에 대한 의문이 그의 집필 욕을 불러일으켰지만, 결론적으로 노동이 결코 피해야 하는 필요악이나 신의 저주는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로봇 기술이 지금보다 빠르게 발전한다면 인간은 드디어 일을 하지 않아도 될까. 저자는 그럴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로봇이 생산을 대신하면, 관리자, 중간관리자, 또 다른 관리자 등등이 생겨난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노동을 필요로 하는 존재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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