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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2023년 성장률 전망치 또 낮춰…기준금리는 3연속 동결 [한강로 경제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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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5-26 07:00:00 수정 : 2023-05-25 23: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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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파급 효과가 예상보다 더디게 나타나는 데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경기 부진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올해 하반기 전망이 보다 어두워진 영향이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5일 기준금리를 현 수준(3.50%)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3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이다. 시장에서는 이제 금리 인하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연내 인하를 점치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한은은 물가상승률 목표치(2%)를 달성할 때까지 금리 인하를 언급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신축 본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韓 경제 부진 요인 ‘IT·반도체·중국’

 

한은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로 2월 전망 때(1.6%)보다 낮추고,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2.3%로 0.1%포인트 내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경제의 부진 요인으로 IT, 반도체, 중국 세 가지를 꼽았다.

 

이 총재는 “IT와 반도체 경기 회복이 연기되고, 중국 경제 회복 속도가 생각보다 느렸다”며 “중국 성장은 내수 중심으로 가서 주변국 전파 속도가 느리며, (중국 영향으로) 반도체 경기 회복 전망(시점)은 올해 3분기에서 연기됐다”고 성장률 전망치 하향 이유를 설명했다.

 

중국 등 대외 여건 불확실성은 하반기 우리 경제성장률을 좌우할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에서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중국의 경제 회복이 지연되고, 미국 등 선진국의 금융 불안이 확대되는 최악의 상황에서는 성장률이 1.1%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상반기 경제성장률도 더딘 걸음을 걸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올해 1분기는 기대했던 대중국 무역 회복세가 약해지고 IT 부진이 이어지면서 0.3% 성장에 그쳤다. 코로나19 거리두기 완화로 인한 민간 소비 회복 덕분에 간신히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면했다. 올해 2분기를 견인할 회복 요인도 마땅치 않아 상반기 저성장 기조는 지속될 것이라는 게 한은의 예상이다. 

수출입화물을 가득 실은 컨테이너선이 부산항을 출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 수장들은 ‘상반기 저성장, 하반기 고성장’의 ‘상저하고’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유지하고 있다. 전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상저하고 전망이 여전히 유효하다”며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총재도 이날 “상저하고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묘한 차이가 엿보인다. 이 총재는 올해 경제성장률 1.4%가 비관적이라는 시각에 대해 “과도하다”고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하반기 우리 경제의 회복 속도가 더뎌지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나빠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게 됐다. ‘상저하고’ 기조가 계속되더라도 상반기 저성장은 그대로, 하반기 성장 고점은 낮아진다는 의미다.

 

한은이 이날 올해 우리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2월 전망(260억달러)보다 20억달러 감소한 240억달러로 내다본 것도 하반기 성장이 부진할 것이라는 맥락에서다. 한은은 기존에 하반기 304억달러 흑자를 전망했으나, 이번 전망에서는 흑자 폭을 256억달러로 축소했다. 상반기 적자 폭 전망치는 기존 44억달러에서 16억달러로 줄었으나 적자는 면치 못할 것으로 봤다. 한은의 예상대로라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해보다도 48억달러 줄어 2011년(166억달러) 이후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게 된다.

 

한은은 “(경상수지가) 당분간 균형 내외 수준에 머물다가 하반기 이후 상품 수출 개선 등에 힘입어 흑자 기조를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에선 금리 인하 기대감↑…이창용 “인하 시기 언급은 시기상조”

 

경기 침체 신호가 뚜렷해지면서 한은은 이날 만장일치로 현행 3.50%인 기준금리에 대해 동결 결정을 내렸다. 지난 2월, 4월에 이어 3회 연속 동결 결정이다. 금통위원 6인 모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할 여지를 열어 뒀지만, 시장에서는 사실상 ‘금리 인상기가 마무리됐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은행. 연합뉴스

3연속 동결에 일각에서는 한은이 연내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노무라홀딩스 자료를 인용해 한국이 이르면 8월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석준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도 이달 초 미국 CNBC방송에서 “한은이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금리 인상을 중단한 은행이기 때문에 조만간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금통위 후 “수출 경기 부진, 세수 부족 등으로 인한 압력이 예상보다 강해질 경우 10월 (금리) 인하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한은은 시장의 기대가 과도하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여전히 고공 행진하는 물가가 가장 큰 이유다. 물가상승률은 지난달 14개월 만에 3%대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한은 목표치인 2%보다는 높은 상황이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상승률은 떨어지지 않아 긴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근원물가상승률은 3개월 연속 4.0%를 기록 중이다. 한은은 이날 올해 근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3.3%로 올렸다. 

 

이 총재는 4월 물가상승률이 3.7%로 하락한 점을 언급하며 “지난달(금통위 때)에 비해 (올해) 물가상승률이 3%대로 내려가는 것은 조금 더 명확해졌지만, 목표치인 2%로 내려갈 것이냐는 오히려 확신이 줄었다”며 “작년 유가 상승 등으로 인한 기저 효과가 지나면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가 같이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물가가 확실히 2%에 수렴하는 증거가 있기 전까지는 인하 시기를 언급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 종료 여부도 연내 인하를 쉽사리 언급할 수 없는 요인이다. 한은은 기계적으로 미국의 정책금리(기준금리)를 따라가지는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연준의 행보를 참고하지는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우리가 먼저 성급하게 결정하기보다는 (연준의) 영향을 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연준은 다음달 13∼14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연준이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경우 한·미 금리 차는 사상 처음으로 2.00%포인트대에 도달하게 된다. 금리 차 확대는 일반적으로 원화 약세와 외국인 투자자 자금 이탈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청사. 연합뉴스

◆물가 급등에 1분기 가구당 실질소득 ‘제자리걸음’

 

올해 1분기 가구당 명목소득은 늘었지만 물가가 급등하면서 실질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공공요금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연료비 지출이 역대 최대폭으로 증가했고, 고금리에 이자비용도 40% 이상 늘었다. 고물가·고금리 충격은 저소득층에 두드러져 분배지표도 악화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05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482만5000원) 대비 4.7% 증가했다. 사업소득(-6.8%)과 이전소득(-0.9%)이 감소했지만, 고용소득이 8.6% 오르며 전체 소득 증가를 견인했다. 재산소득도 18.2% 늘었다.

 

하지만 물가 상승률(4.7%)을 고려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0%로 소득은 사실상 제자리다. 실질소득은 지난해 3,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바 있다.

 

벌이는 많이 늘지 않았는데, 씀씀이는 커졌다.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전년동기 대비 11.5% 증가한 282만2000원을 기록했다. 식료품·비주류음료(-2.9%)를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지출이 증가했다. 특히 오락·문화(34.9%), 교통(21.6%), 음식·숙박(21.1%), 주거·수도·광열(11.5%) 등의 지출 증가가 두드러졌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예년보다 따뜻한 기온으로 외부활동이 늘어난 영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가스요금 인상으로 연료비 지출도 대폭 증가했다. 월평균 연료비는 16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5% 늘었다. 이는 2006년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서울 시내 주택밀집지역 우편함에 꽃혀있는 도시가스와 전기요금 고지서. 뉴시스

세금·은행이자 등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비소비지출의 경우 1년 전보다 10.2% 오른 106만3000원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자비용 상승률이 42.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28.9%) 기록을 1분기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가계 흑자액(116만9000원)도 12.1% 줄어들며 1분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보복소비 증가와 물가 상승이 맞물리며 소비성향(70.7%)은 5.1%포인트 상승했지만, 실질소득이 제자리인 탓이다. 흑자액이 줄어들 경우 가구의 저축 및 채무 변제 능력은 떨어지게 된다.

 

5분위(소득 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512만5000원으로 17.7% 늘었다. 1분위(13.7%), 2분위(0.7%), 3분위(5.0%), 4분위(13.1%)와 비교해볼 때 증가폭이 가장 컸다.

 

분배 지표도 나빠졌다. 1분위 가구는 월평균 46만원의 적자 살림을 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적자액이 53.7%나 된다. 반면 5분위 가구는 같은 기간 월평균 374만4000원의 흑자를 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흑자액이 42.2%에 달했다. 5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을 1분위 가구로 나눈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6.45배를 기록했다. 1년 전(6.20배)보다 소득 격차가 커졌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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