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까만 연기, 뜨거운 불길에 맞서는 사람. 나의 남편은 소방관입니다.” “짙푸른 바다, 차가운 파도와 함께 물결치는 사람. 나의 아내는 해녀입니다.”
불길과 파도를 헤치며 활약하는 동갑내기 부부가 있어 눈길을 끈다.
제주 서귀포소방서 소속 고정기(39) 소방관과 서귀포 법환어촌계 해녀 강기욱(39)씨다.

휘몰아치는 파도가 전해주는 차가움에도 아내는 화염 속 남편을 생각한다. 끝없이 번져가는 불길의 뜨거움에도 남편은 바다 속 아내를 생각한다.
‘물불을 안 가리는 부부’로 알려진 이들은 22일 “첫 느낌부터 강한 설렘에 굉장히 이끌렸다. 이제는 설렘은 많이 없어졌지만 그만큼 편안함과 안정감이 있다. 오히려 그게 더 좋다”라고 웃음을 띠었다.
2007년 둘은 전남 광주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고씨는 전남지역 육군 특전사 대원이었고, 강씨는 서귀포시 모 금융기관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고씨가 군에서 제대해 제주로 온 2008년 7월까지 장거리 연애는 계속됐다.
제주로 내려와 진로 고민을 하던 그에게 강씨는 소방 임용 시험을 제안했다. 특전사 때 경험을 살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고씨는 2009년부터 임용 시험 준비를 위해 서울살이를 했고, 마침 같은 해 강씨가 서울 여의도에 있는 모 금융기관 계열사에 취직하게 되면서 타지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둘 사이는 더욱 애틋해졌다.
그리고 이듬해 고씨는 강원도 소방안전본부 구조특채로 임용됐다. 장거리 연애의 연속이었지만 그동안 쌓아온 사랑과 신뢰로 만남은 지속됐고 마침내 둘은 2012년 2월 결혼에 골인했다.
서귀포가 고향인 강씨는 성인이 된 후 서울살이하다 자연과 점차 멀어지는 생활에 무료함이 왔다고 한다.
강씨는 “어릴 적부터 바다에서 자랐기 때문에 바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많았다. 어렸을 때는 제주도가 답답해 서울가서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서울 살 때는 좋았는데, 얼마가지 않아 바다가 점점 그리워져 결국 다시 제주에 내려와서 지금 해녀로 지내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고씨는 “아내와 결혼 한 뒤 서로 마음이 맞아 고향인 제주로 내려왔다”라며 “아내가 해녀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 체력적으로 힘들고 위험할 것 같아 처음엔 반대를 많이 했다. 하지만 이젠 제 배우자가 해녀로 일하는 것에 대해 존경심과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해녀와 소방관인 이 부부는 공통 관심사가 있다. 바로 서로에 대한 안전이다. 이들 부부는 “물과 불을 오가며 일하는 서로의 모습을 보며 안전 또 안전을 강조하고 있다”라며 “매일매일 퇴근 후 무사히 집에서 같이 저녁을 맞이하는 소소한 일상이 행복하고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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