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제품 회수…빨강 ‘챔프시럽’ 제조·판매 중지
아이 있는 집 필수품인데…다른 해열제 없나요?”
식약처 “약국서 환불, 부작용 발생 시 보고” 권고
“다섯살 아이가 목이 아프다고 하더니 어젯밤(25일)부터 열이 나기 시작했어요. 집에 해열제라곤 빨간색 ‘챔프’ 밖에 없어서 할 수 없이 먹였어요. 무슨 균이 발견됐다는 뉴스를 보긴 했는데, 문제는 없겠죠?”
-경기 성남시 거주 직장인 김모(37)씨-
아이 있는 집 필수 상비약인 ‘챔프’에서 진균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부모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최근 영유아 호흡기 질환, 열감기 등이 급증하면서 발열 증상을 보여 해당 해열제를 복용한 어린이들이 많았고, 4개월 영아부터 복용할 수 있는 안전한 해열제로 ‘챔프’가 널리 알려졌던 만큼 부모들 실망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5일 최근 갈변 현상이 발생한 동아제약의 어린이 해열제 ‘챔프시럽’을 수거·검사한 결과 일부 제품 미생물 한도가 기준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들 제품에서는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성 미생물은 검출되지 않았으나 진균이 정해진 기준보다 많이 검출됐다. 진균은 보통 곰팡이를 뜻한다.
식약처는 해당 제품을 강제 회수하기로 했다. 강제 회수 대상 제품의 제조번호는 2210043, 2210046이며 나머지 제조번호는 자발적 회수 대상이다.
동아제약은 잠정적으로 빨간색 챔프시럽을 제조·판매할 수 없게 됐다. 다만 나머지는 챔프시럽은 계속 판매된다.
동아제약이 생산하는 챔프시럽은 모두 5종이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빨간색 챔프는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진통·해열·소염제로 만 4개월 아기부터 먹일 수 있다. 파란색 챔프는 이부프로펜 계열 진통·해열·소염제로 만 1세부터 복용 가능하다.
보라색 ‘챔프골드시럽’도 같은 효능이며 만 2세부터 복용할 수 있다. 이밖에 이비과용제인 초록색 ‘챔프노즈시럽‘과 진해거담제인 주황색 ‘챔프코프액’도 있다.

챔프는 아이가 있는 집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상비하고 있는 해열제다. 한 가지 해열제를 먹고 열이 떨어지지 않으면 2시간 뒤 다른 계열 해열제를 먹어야 하기 때문에 부모들은 주로 빨간색 챔프와 파란색 챔프 두 가지를 준비해 둔다. 챔프는 지난해 주요 어린이 해열제 전체 매출액 약 210억원 중 절반 이상인 매출 116억원을 기록하며 해열제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성장률은 103%다.
이런 ‘국민 어린이 해열제’ 챔프에서 진균이 발견돼 회수조치 됐다는 소식이 알려면서 이미 아이에게 해열제를 먹였거나, 챔프만 상비하고 있는 부모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26일 맘카페에는 “5개월 아기가 열 나서 이틀이나 먹였는데 정말 화가난다”, “미숙아인 둘째 예방접종 맞고 열 올라서 조금 먹였는데 확인해보니 강제회수조치 번호였다” 등 돌이 되지 않은 어린 아이에게 문제의 챔프를 먹였다며 불안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다.
또 “집에 빨강, 파랑 챔프 두개밖에 없는데 파랑은 괜찮을까요?”, “챔프 말고는 안 먹여봤는데, 다른 어린이 해열제 뭐가 좋은가요?” 등 대체제를 찾는 부모들도 많았다.

진균은 병원성 미생물은 아니지만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들이 섭취했을 때 소화기 문제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식약처는 “해당 제품을 구입했거나 사용중인 환자는 약국, 동아제약 홈페이지 등을 통해 반품, 환불이 가능하다”며 “대체 가능한 의약품에 대해서는 의사 또는 약사와 상담하고, 해당 제품 사용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 보고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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