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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 첫 유전자 검사’ 내세운 신생아 유전자 검사, 득보다 실이 많다? [정진수의 부모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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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4-15 19:59:53 수정 : 2023-04-15 21: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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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우리 아이 첫 유전자 검사’, ‘정신지체, 발달장애 등 100여개 질병 조기 진단’…. 

 

최근 산부인과를 방문한 산모 A씨 눈에 브로셔 몇 개가 눈에 띄었다. 브로셔에서는 ‘국내 아동 100명 중 2∼3명이 자폐’, ‘조기 진단이 안되면 사망에 이르는 질병’ 등 다양한 질병을 나열하며 ‘신생아 유전자 검사’를 통한 조기진단을 강조했다. 의료진은 “유전자 검사로 아이에게 큰 질병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검사를 권했고, A씨는 결국 이날 신생아 유전자 검사를 신청했다. 

 

신생아와 엄마.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인터넷 육아·출산 카페에서는 A씨처럼 신생아 유전자 검사에 대한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 

 

신생아 검사는 크게 무료 검사와 유료 검사로 나눠볼 수 있다. 무료검사는 한국인에 비교적 흔히 나타나는 페닐케톤뇨증, 갑상선기능저하증, 호모시스틴뇨증, 단풍당뇨증, 갈락토스혈증, 선천성부신과형성증 등 선천성대사이상을 확인하는 검사다. 조기 발견과 치료에 따른 효용이 큰 만큼 국가에서 필요성을 인정해 비용을 지원하는 검사들이다.

 

반면 지스캐닝, 앙팡가드, 아이스크린, 베베진 등 ‘신생아 유전자 검사’는 20만∼50만원의 비용을 내야하는 유료 검사다. 신생아 발 뒤꿈치에서 혈액을 채취해 100∼200여개 질환을 가려내는 방식이다.

 

부모들은 ’손쉽게 질병을 조기에 선별할 수 있다’는 설명에 혹한다. 실제 인터넷에서는 “제대혈과 패키지로 신청해 신생아 유전자 검사는 무료로 받았다“, “손쉽게 아이의 건강을 확인했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불필요한 검사’라는 목소리가 높다. 검사 결과 ‘이상’이 발견되더라도 100% 발병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 뿐더러, 검사 대상에 확진을 위한 바이오마커나 치료 방법이 없는 질병까지 포함돼 불필요하게 부모의 근심만 늘린다는 이유다.  

 

통칭으로 ‘유전자 검사’라고 하지만, 유전자 검사의 종류는 다양하다. 염색체 검사는 정해진 염색체 외 수적인 이상을 확인한다. 비유하자면 커다란 도서관에 46개의 서가(염색체)가 숫자대로 잘 있는지를 확인한다. 가령 21번 서가에 서가가 하나 더 있다면 ‘다운증후군’으로 판별이 나는 식이다.

 

염색체가 책장이라면, 책장에 꽂혀 있는 책이 유전자다. 차세대염기서열 분석(NGS)은 서가에 꽂힌 책 빠져나가거나(결실), 더 있는지(중복)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인 셈인데, 신생아 유전자 검사는 이런 차세대염기서열분석을 통해 결실과 중복 여부를 확인한다. 없어지면 곤란한 책도 있지만, 커다란 도서관에서 책 몇권이 없어졌다고 치명적인 질병으로 100%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미세결실이 있어도 정상 발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6번 염색체 단완 미세결실로 결과가 나오더라도, 정상적으로 자라기도 한다. 

 

또 유전자 검사에서 ‘정상’이 나왔다고 100% 안심할 수도 없다. 8000여개의 유전병 중에서 이런 신생아 유전자 검사가 포함하는 질병은 100개가 채 안되기 때문이다. 

 

선천성 희귀·유전대사질환 권위자인 유한욱 분당차여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이런 스크리닝 검사는 △질병의 빈도가 높고 △병의 자연경과에 대해 잘 알려져 있고 △진단을 놓칠 경우 치명적인 비가역적 손상이 있고 △확진 검사 방법도 존재한다는 조건이 충족되는 질병에 국한해 시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건강과 관련된 일이니 비용을 신경쓰지 않고 검사를 받는 추세”라며 “부모의 목적은 사실상 ‘이상없음’을 확인하기 위함인데, 문제는 이상이 발견됐을 때다. 유전자 검사에서 이상이 나왔다고 증상이 바로 생기는 것도 아니고, 향후 발병 여부도 확실치 않은 게 사실이다. 결국 부모들은 뾰족한 수없이 애가 아프면 어쩌나하는 생각에 마음만 졸이게 된다”고 전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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