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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한 마크롱 "인기 없는 것 감수해야 한다면 견디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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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3-23 09:49:16 수정 : 2023-03-23 09:4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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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개의치 않는다' 결연한 각오
"나는 조국 사랑해… 할 일은 하겠다"

“저는 조국과 동포를 사랑합니다. 이것이 제가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는 이유입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연금개혁 강행에 따른 국민적 저항이 거세짐에도 ‘해야 할 일은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나라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지지율 등과 상관없이 초지일관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프랑스 방송에 출연해 연금개혁안을 주제로 인터뷰를 하는 도중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파리=AFP연합뉴스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노조가 총파업 돌입을 결의한 가운데 26∼29일로 예정된 영국 국왕 찰스 3세의 프랑스 국빈방문은 몇몇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프랑스 방송사들이 생중계한 인터뷰에서 “연금개혁은 국가에 필요한 것”이라며 “그렇게 하기로 결정하면서, 나는 공공의 이익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최근 프랑스 정부가 하원 표결을 생략한 채 추진을 강행한 연금개혁안은 정년을 현행 62세에서 64세로 상향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더 많이, 더 오래 일한 다음 연금을 수령하게 함으로써 기금 고갈을 방지하고 또 연금 수급자의 수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연금 수급자는 2017년 1000만명이던 것이 6년이 지난 현재는 1700만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노조는 물론 일반 시민과 야당 정치인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그토록 중요한 정책을 시행하면서 하원 표결을 생략한 점을 들어 마크롱 대통령을 ‘현대판 군주’로 규정하고 맹비난하는 중이다. 연금개혁안이 확정된 뒤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뚝 떨어졌다.

 

그는 이날 “만약 인기 없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면, 나는 그것을 감수할 것”이라고 자못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나는 조국과 동포를 사랑한다”며 “이것이 내가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는 이유”라고도 했다.

 

2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늘리는 정부 연금개혁안에 반대하는 이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파리=AFP연합뉴스

2017년 취임한 마크롱 대통령은 5년 임기를 마치고 지난해 재선에 성공해 오는 2027년까지 프랑스를 이끌 예정이다. 프랑스 헌법상 대통령의 연임은 1차례에 한해서만 허용되므로 그는 더 이상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정치적으로 오를 수 있는 최상의 지위에 올랐고 어차피 앞으로 의식해야 할 경쟁자도 없는 만큼 지지율 따위에 연연하지 않고 임기가 끝나는 그날까지 오롯이 국익 수호에만 매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연금개혁에 반발하는 노조의 총파업으로 나흘 앞으로 다가온 찰스 3세의 국빈방문 행사 일부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찰스 3세와 부인 커밀라 왕비는 29일 프랑스 남동부의 유명한 와인 산지 보르도를 찾아 유기농 포도밭을 둘러볼 예정인데, 원래는 보르도 시내에서 트램을 타는 일정이 포함돼 있었으나, 기관사 등의 파업 참여로 차량 운행 자체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 대통령은 찰스 3세가 즉위 후 첫 국빈방문 대상국으로 프랑스를 택한 점을 반기며 엘리제궁 대신 프랑스의 보물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베르사유궁에서 성대한 국빈만찬을 열기로 했다.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대는 “18세기 왕정 시대도 아니고 무슨 궁전에서 호화 만찬을 즐기냐”며 국빈만찬 당일 베르사유궁 난입을 시도하거나 근처에서 대규모 집회를 여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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