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민주적 가치' 지킬 것 강력 주문
이스라엘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사법개혁안을 놓고 국민적 저항이 격렬해지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가장 중요한 우방이자 사실상 동맹인 미국이 우려를 표시하고 나섰다. 건국 이래 견제와 균형에 입각한 3권분립 원칙을 강조해 온 미국은 사법부 독립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전화 통화를 했다. 백악관은 이집트 휴양도시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중동 평화 관련 고위급 회의 내용을 공유하는 것이 통화의 본래 목적이었다고 밝혔다.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간 충돌이 잦아지며 큰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미국,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이집트, 그리고 요르단 정부의 고위 관리가 이날 샤름엘셰이크에서 만나 긴장 완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그런데 정작 바이든 대통령의 속내는 다른 쪽에 있었던 듯하다. 네타냐후 정부는 대법원 확정 판결도 의회 다수가 찬성하면 그 효력을 정지시키는 등 사법부 권한을 약화시키는 사법제도 개혁을 추진 중인데, 대다수 시민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개악”이라며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거리로 나선 시민들은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이며 네타냐후 총리 퇴진까지 촉구하고 나섰다.
이를 의식한 듯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한테 “민주적 가치가 항상 미국·이스라엘 관계의 특징이었으며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고 점잖게 충고했다. 이어 “민주사회는 진정한 견제와 균형에 의해 강화된다”며 “(사법제도 개혁과 같은) 근본적 변화는 가능한 한 가장 광범위한 대중적 지지 기반을 통해 추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권을 쥔 의회 다수파라고 해서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제도 개혁을 밀어붙일 수는 없다는 뜻이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자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이 네타냐후 정부의 사법개혁안과 시민들의 요구를 절충한 타협안을 내놓았다. 다만 의원내각제 국가인 이스라엘에서 대통령은 상징적 역할을 할 뿐이고 실권은 총리한테 있으므로 네타냐후 내각이 이를 거부하거나 무시하면 그걸로 끝이다.
이날 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타협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헤르초그 대통령의 중재 노력을 높이 평가함과 동시에 그가 제시한 절충안을 네타냐후 총리가 받아들였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달한 것이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는 앞서 헤르초그 대통령의 타협안에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란 등 적대국으로 둘러싸인 이스라엘의 안보에 있어 미국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그 때문에 네타냐후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의 권고를 받아들일지 여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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