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전환·제3국 공동진출·기후대응 등
청년 지원 필두로 사회 전반 협력 다짐
美 반도체법 대응, 한·일 협력 질문에
이재용 “친구는 많을수록 좋다” 기대감
양국 경제인 행사 대통령 참석 14년 만
5대 그룹 회장 전원 참석은 20여년 만
한·일 경제인들은 17일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뿐 아니라 디지털 전환, 제3국 공동 진출 등 경제 전반에 대해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또 양국 미래의 상징인 청년을 함께 지원하며 이를 토대로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의 파트너십 강화에 기여하자고 약속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는 이날 일본 도쿄 게이단렌 회관에서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전 세계가 직면한 복합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간의 연대와 협력이 중요하다”며 “한·일 양국이 공급망, 기후변화, 첨단 과학기술, 경제안보 등 다양한 글로벌 어젠다에 대해 공동으로 협력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디지털 전환,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미래 첨단·신산업 분야에서 협력을 강조했다.
한국 대통령이 한·일 경제인 행사에 참석한 것은 2009년 6월 이명박 대통령 방일 기간에 개최된 ‘한·일 경제인 간담회’ 이후 14년 만이다.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5대 그룹 회장이 한·일 경제인 행사에 모두 참석한 건 20여년 만에 처음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에 대한 대응에 한·일이 함께 협력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살아보니까 친구는 많을수록 좋고 적은 적을수록 좋다”고 답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참석하지 않았다.
게이단렌 회장을 맡고 있는 도쿠라 마사카즈 스미토모화학 회장은 대표발언에서 “윤 대통령의 결단으로 얼마 전 구조선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강제동원 배상 해법)에 대해 한국 정부가 발표했고, 일본 정부는 이것을 (긍정)평가했다”며 “이는 일·한 관계 건전화를 위한 큰 걸음이며 일본 경제계로서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 면에서도 그린산업으로의 전환, 디지털 전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의 실현, 저출산·고령화 대응 등 양국이 함께 대처해야 할 과제가 많다”며 “지금이야말로 미래지향적인 관점을 갖고 양측이 지혜를 내서 연계 및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도 대표발언에서 “한·일 관계가 정상화한 만큼 양국 경제계는 상호 투자 확대, 자원무기화에 대한 공동 대응, 글로벌 공급망 구축 과정에서의 협력, 한·일 간 인적교류 정상화, 제3국 공동 진출 확대, 신산업 분야 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교류를 본격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 직무대행은 “이번 합의정신에 따라 전경련과 게이단렌은 양국이 보다 미래지향적으로 협력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마련하는 데 합의했다”며 “이 기금을 활용해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저출산·고령화, 신산업 발굴 등 양국이 당면한 공동 현안 연구와 대학생 등 미래 세대 교류 지원을 적극적으로 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축사에서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이 더 나은 한·일 관계로 도약하는 의미 있는 디딤돌이 돼서 새로운 한·일 관계의 새 장을 써 내려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은 한·일 관계 개선에 따른 양국 간 협력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산업 돌파구 마련을 기대하고 있다. 당장 일본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수출 제한이 풀리면 양질의 제품 공급이 재개된다는 점에서 산업계엔 희소식이다. 반도체·배터리·전기차 등 치열한 경쟁 관계였던 첨단 분야에서도 협력 방안이 모색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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