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단석 깨고 Y자 전차 선로 깐 흔적 생생
사흘간 진행… 참여 시민들 “복원 잘되길”
“일제는 조선총독부 건설과 일본인 거주민 수송 등 필요에 의해 철로를 만들었고, 경복궁의 상징적 존재인 월대를 훼손했습니다.”
16일 서울 광화문 월대와 주변 발굴조사 현장. 양숙자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 연구관이 흙 위로 드러난 철로를 보며 설명을 이어갔다. 경청하며 현장을 보는 시민들의 표정은 진지했다.
광화문 월대 발굴 현장이 사흘간 한시적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이날부터 18일까지 시민을 대상으로 ‘광화문 월대 및 주변부 발굴조사 해설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시민 관심은 뜨거웠다. 16∼18일 하루 3회씩 회당 30명 규모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사전 예약 당시 5분 만에 마감됐다.
이날 1회차에 참여한 시민들은 광화문 전면의 월대와 서편의 삼군부, 동편 의정부를 지나며 약 90분간 현장을 관람했다. 일제가 경복궁 앞에 철도를 깔면서 훼손한 월대도 확인했다. 광화문 월대 중앙부에 임금이 다니는 ‘어도(御道)’를 만든 기단석이 있는데, 기단석 일부를 깨고 전차 선로가 들어선 모습이 드러나 있었다. 양 연구관은 “월대 복원은 경복궁을 온전한 모습으로 복원하는 문제이기도 하고, 일제에 의해 훼손된 정기를 살리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월대는 궁궐 등 주요 건물 앞에 설치하던 넓은 기단 형식의 대다. 광화문에는 조선 고종 연간인 1866년 월대가 설치됐지만 일제가 전차 선로를 조성하며 변형·훼철됐다. 시와 문화재청이 발굴조사 중 최근 발견한 와이(Y)자 전차 선로가 바로 그 흔적이다.
현장을 둘러본 시민들은 신기하고 유익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시현(22)씨는 “일제 강점기 역사에 관심이 많아 전국의 발굴 지역을 가봤을 정도”라면서 “육안으로 100여년 전 유구를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주어졌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김효진(38)씨도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어 큰 특권이었다”면서 “문화재 복원도 원만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해설을 맡은 신희권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는 “강제 병합을 겪으며 조선의 ‘정궁’인 경복궁이 90% 훼손됐고 광화문 월대도 마찬가지 운명이었다”면서 “ 발굴을 통해 원래의 경복궁 모습을 밝혀냈고, 널리 알릴 수 있다는 데 굉장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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