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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신도 성폭행 악마들, 곳곳에 있었다

입력 : 2023-03-16 17:54:16 수정 : 2023-03-16 21:2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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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성범죄 ‘사이비 종교인’ 28명 법정에

“말 안 들으면 안 좋은 일 생겨”
종교 지도자 행세 ‘가스라이팅’
‘업무상 위력 혐의’ 12건 최다
피해자 2명 이상인 경우 많아

“선지자 목사의 위치가 얼마나 엄중한지 모르는 성도들은 주님을 모르는 거야. 목사 앞에서 머리를 든다면, 그건 100% 하나님께 머리를 든 거야.”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화면 캡쳐

60대 남성 A목사는 평소 이 같은 말을 반복하며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는 신도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곤 했다. 설교에 이의를 제기한 신도를 ‘사탄’으로 규정해 교회에서 추방하기도 했다. A목사는 추방된 신도의 두 딸을 자신의 집에서 살게 했다. 이들 중 언니인 20대 여성 B씨에게 “하나님께서 너를 아내로 삼으라고 계시를 줬다”면서 “나를 받아준다면 너는 엄청난 평안을 얻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A목사는 B씨가 스스로를 ‘신앙적 아내’로 여기게 하였고, 3년 넘게 성폭행했다. 또 B씨의 동생도 수차례 추행했다. 재판에 넘겨진 A목사는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의 사례처럼 종교 지도자 행세를 하며 성범죄를 저지른 사이비 종교인이 지난 5년간 최소 3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종교·신앙을 고리로 한 그루밍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세계일보가 법원 판결서 인터넷 열람 시스템에 ‘성폭력’과 ‘종교’를 키워드로 판결문을 추출한 결과, 지난 5년간(2018∼2022년) 신도에게 성폭력을 저질러 법정에 선 사이비 종교인은 28명으로 집계됐다. 종교 단체에서 실질적인 권위를 갖는 목사와 전도사, 무속인이 포함됐다.

강간, 유사강간, 피보호자간음, 청소년성보호법, 미성년자의제강간, 특수상해, 폭행, 협박, 사기 등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다양했다. 성폭력처벌법의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이 12건으로 가장 많았다. 법원은 종교적 권위를 위력으로 인정했다.

이들은 물리적인 힘을 사용하기보다는 협박을 통해 범행을 저질렀다. 자신에게 영적인 힘이 있다고 믿는 피해자들을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상황에서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너(혹은 가족)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협박하는 식이다.

사이비 종교인의 성범죄 재판에서 눈길을 끄는 점은 피해자가 다수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28건 중 19건이 피해자가 2명 이상이었다. 피해자가 2명인 사건이 10건, 3명인 사건이 3건, 4명인 사건 2건, 5명인 사건 3건에 피해자가 9명인 사건도 1건 있었다.

우선 사이비 종교인의 경우 자신을 맹신하는 신도들이 많아 똑같은 방식의 반복 범행이 가능하다는 점이 꼽힌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소속 서혜진 변호사는 “가해자는 상대의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알고 있다. 피해자를 선택해서 이들의 취약성을 공략해 범행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한편 피해자가 1명인 사건의 경우, 수사 과정이나 법정 다툼에서 성폭력 피해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는 법 제도적인 사각지대도 존재한다. 특히 피해자가 미성년자거나 장애인이 아닌 경우 ‘합의로 성관계를 가졌다’는 피의자의 주장을 탄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피해자가 복수로 있거나 미성년자라면 피해가 인정되지만, 만약 피해자가 성인 여성 1명이라면 ‘너도 동의하지 않았느냐’면서 성폭력으로 잘 인정을 안 해준다”면서 “심리적 지배를 당한 피해자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조희연·김나현·윤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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