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대표·윤경림 차기 대표이사도 검찰 고발돼
KT텔레캅 통한 비자금 및 횡령·향응접대 의혹 등
“윤경림, 정부·여당이 불편해 하는 인사…논란 원인”
국내 통신업계를 대표하는 대기업 KT가 차기 대표이사 선임을 앞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계열사 대표와 사외이사에 내정된 인사들이 잇따라 사의를 표명하고 있고, 구현모 KT 대표와 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 내정자는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황이다. KT는 KT텔레캅을 통해 비자금이 조성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향후 검찰의 수사 향배가 향후 윤경림 체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KT를 둘러싼 논란은 연임을 희망하던 구 대표에 대해 국민연금과 여당이 반발하며 시작됐다. 지난해 말 KT이사회는 구 대표의 연임을 사실상 결정했지만 투명하지 않은 선임 절차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KT는 복수 후보로 재심사를 진행했지만 이 역시 절차상의 문제가 제기되자 공개 경쟁 방식으로 바꿨다. 우여곡절 끝에 후보가 된 윤 내정자는 여당이 지적해온 지배구조 개선안과 주주가치 제고안을 내놓으며 오는 31일 주주총회에 대비한 표 다지기에 나섰다.
하지만 시민단체 정의로운 사람들은 지난 7일 두 사람이 KT 계열사인 KT텔레캅의 일감을 시설 관리 업체인 KDFS에 몰아주고,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사외이사에 향응을 제공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검찰은 속도있게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에 배당하며 일감몰아주기 의혹 등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현재 구 대표와 윤 내정자를 옥죄고 있는 의혹은 KT텔레캅을 통한 비자금 및 횡령 의혹, 향응접대 의혹 등이다. 다급해진 KT는 “KT는 사옥의 시설관리, 미화, 경비보안 등 건물관리 업무를 KT텔레캅에 위탁하고 있으며, KT텔레캅의 관리 업체 선정과 일감 배분에 관여한 바 없다. KT와 KT텔레캅은 외부 감사와 내부 통제를 적용받는 만큼 비자금 조성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입장문을 냈다.
우선 검찰이 사건을 빠르게 배당했다는 점에서 수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검찰 안팎에선 전망하고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시민단체 고발 이후 일주일도 안되는 시간에 사건이 배당됐다는 점에서 검찰도 사안을 어느정도 엄중히 보고 있는 것 같다”며 “향후 검찰이 속도전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검찰의 수사 상황에 따라 주주총회에서 윤 내정자가 주주총회 승인을 통과한다하더라도 한동안 주주가치 제고안 등 실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정부와 여당은 사실상 구 대표의 연임을 반대하며, 구 대표측 사람으로 꼽히는 윤 내정자의 인선에도 불편한 기색을 보여왔다. 앞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 의원(국민의힘)은 지난달 30일 ‘건전한 기업지배구조 정착을 위한 세미나’에서 “구현모 대표가 ‘쪼개기 후원’ 혐의로 정치자금법 위반과 횡령으로 재판이 진행 중이며, 그의 친형 구준모 대표의 회사 ‘에어플러그’를 인수해 준 현대차그룹에 보은성 투자를 한 의혹 등을 받고 있음에도, KT 이사회는 구 대표의 연임을 승인한 상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한가지 KT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는 것은 계열사 대표와 사외이사에 내정된 인사들이 잇따라 사의를 표하고 있다는 점이다. 윤정식 KT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 내정자는 KT 측에 개인 사유로 대표직을 맡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사외이사 후보로 지명된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도 내정 이틀만인 지난 10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기에 지난 1월13일에는 이강철 사외이사가, 지난 6일에는 벤자민홍 사외이사가 자진해 물러났다. 이 이사는 1년 이상, 벤자민홍 이사는 2년 이상 임기를 남겨 둔 시점이었다.
업계 안팎에선 이번 대표 인선 과정에서 여당 및 정부와 불편한 관계에 있는 KT에 인사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4년 선배인 윤 KT스카이라이프 내정자의 경우에도 KT 대표 공모에 참여했다 고배를 마신바 있다. 국회 과방위의 한 관계자는 “KT와 정부 및 여당 사이에 미묘한 긴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결국 현 KT 이사회에 부담을 느낀 인사들이 사의를 표명하고 있는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KT는 오는 3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후보인 윤경림 사장과 사내이사 후보 3명을 선임하고, 현직 사외이사 후보 3명을 재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이 잇따라 발생하며 험난한 주총이 예고되고 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신은 인허가 사업자이기 때문에 민간기업이라 하더라도 정부·여당과의 긴밀한 의사소통이 중요하다”며 “정부 여당이 불편하게 생각하는 구현모 대표 측 사람인 윤 내정자를 최종 대표 후보로 선임한 것이 논란을 일으킨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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