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매출액 30억 예상…2025년부터 급성장”
라이다(LiDAR) 센서는 흔히 자율주행차의 ‘눈’이라 불린다. 자율주행차 외부에 있는 사물과의 거리나 모양 등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라이다 센서는 고가라는 비용 문제와 차량 내부 운전자나 탑승자의 생물학적 특징 등은 진짜 ‘눈’처럼 포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델타엑스가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영상 분석 솔루션은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한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고속도로를 주행 중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운전자가 쏟아지는 졸음을 참기 어려워하며 점점 눈을 깜박이는 속도가 느려지면 차량에 탑재된 AI 영상 분석 솔루션이 즉각 이를 인지한다. 운전자를 향한 경고 목소리가 나오고, 운전자는 다시 안전하게 주행을 할 수 있게 되는 식이다.
지난 6일 서울 중구에 있는 공유오피스 사무실에서 만난 김수훈 대표는 델타엑스의 기술을 소개하는 데만 30분간 쉬지 않고 열변을 토했다. 그가 설명하는 델타엑스의 기술이 구현될 미래는 꽤 구체적이었다. 탑승자의 신체적 특징을 완벽히 파악해 좌석 위치를 조정하고, 뒤에 앉은 탑승자가 잠이 들면 자동으로 라디오 소리가 차량 앞쪽으로 보내지는 등에 더해 아이가 혼자 차량에 남겨질 경우의 상황에서 시뮬레이션도 구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세계 최대 가전 IT전시회 CES에 내년 LG디스플레이와 함께 참가하게 됐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의 투명 OLED 패널을 차량의 루프로 달고, 델타엑스의 AI 영상 분석 솔루션을 결합하는 모습이 될 예정이다.

-2020년 11월 중소벤처기업부의 ‘인공지능 챔피언십’ 대회를 계기로 그해 9월 창업하게 됐는데 창업 배경과 현재 회사 현황을 설명한다면.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상생 협력으로 국내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취지의 경진대회인 대-스타 해결사 플랫폼이 계기였다. 위메프 과제에서 우승했는데, 우승 이후 중기부에서 연구 과제 후속을 지원해줘 많은 도움이 됐다. 14명 직원으로 시작해 지금은 직원이 60명이다. 지난해 매출은 12억7000만원 가량을 기록했다.”
-사무실에 들어오면서 보니까 직원 절반 이상이 외국인인데, 외국 직원 비중이 얼마나 되며 특별히 외국인을 채용하는 이유가 있는지.
”전체 직원의 70%가량이 외국인분들이다. 일부러 외국인만 많이 뽑는 것은 아니고 구분을 않고 뽑고 있을 뿐이다. 석박사 마친 분들이 많이 지원하시고, 실력을 갖춘 분들이 많이 지원해주시고 있다.”
-델타엑스의 서비스가 여타 자율주행 솔루션과 다른 점은.
“예를 들어 운전자가 핸들을 잡는지 안 잡지는 센싱으로도 포착해 운전 부주의를 경고할 수 있지만, 탑승객이 여자인지 남자인지, 혹은 아이인지 노인인지까지는 센싱으로 하지 못하고, 카메라가 할 수 있는 영역이다. 델타엑스는 AI 영상 분석을 기반으로 센싱을 넘어 운전자나 탑승객의 행동을 이해하고 분석까지 한다. 카메라로 표정을 읽어 감정까지 알 수 있다. 레이다의 한계를 카메라가 극복한다고 보면 된다.”
-지난달 중기부 간담회에서 인증 규제 애로를 토로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기술검증(PoC) 비용이 부담이라는 얘기인데 저희뿐 아니라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이 인증과 관련한 애로를 많이 토로한다. 인증을 하려면 샘플을 파괴하면서 실험해야 하는데 제품 가격이 1억원이면 몇 대의 샘플을 제출해야 하니까 5~10억원이 든다는 기업들도 있더라.
이건 또 다른 이야기인데, 저희 같은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자동차 회사에 솔루션을 공급할 때 소프트웨어 자체를 납품받는다는 생각이 미비한 것 같다. 소프트웨어가 들어간 회로나 기기장치를 납품받는다는 개념으로 이해하곤 한다. 지금 시대에서 자동차의 정의를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라고 할 정도로 소프트웨어 비중이 큰데 여전히 회로 납품회사를 최종 납품회사로 인지하곤 한다. 즉,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을 하드웨어사의 하청업체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완벽한 제품으로 인지해주길 바라는 부분이 있다. 간담회에서도 이 같은 인식 변화를 주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올해 목표는?
“현대·기아차를 포함해 국내 테크 기반 대기업들과 연구를 성공리에 마치는 게 목표다. 이후 기술검증(PoC) 뒤 사업화로 넘어가고 싶다. 올해 매출액은 20~30억원 예상하는데, 사업화로 넘어가면 내후년인 2025년 정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믿는다.
자동차 비즈니스는 사업화가 오래 걸린다. 검증의 시간을 잘 견뎌야 한다. 기술개발 열심히 할 것이다. 마냥 지원에만 기댈 수 없고, 그런 기업이 되고 싶지도 않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많은 것을 할 것이다.”
-롤모델 업체가 있다면.
“이스라엘에 모빌아이라는 자율주행 전문 기업이 있다. 1997년 창업해 2017년 인텔에 인수됐다. 전 세계 직원이 수천명여이고, 2014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는데 당시 기업가치가 약 50억달러였다. 50개 완성차 업체에 기술을 제공하는데 이들 회사와 대등한 바게닝 파워를 갖는다. 델타엑스도 충분히 이처럼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창업 이후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점차 회사가 커가면서 외국인 직원들이 본국에서 가족들을 데려올 때 보람을 느낀다. 회사가 작은 규모지만, 직원들의 가족까지 포함하면 작지 않은 규모다. 회사가 그 많은 가족이 살아갈 기반을 만들어준다는 것 자체가 보람이고, 젊은 친구들이 결혼하고 자녀를 낳는 모습을 보는 것이 보람되게 느껴진다.”
2020년 11월 델타엑스가 중기부 주관 ‘인공지능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을 당시 직원들의 평균 나이는 32세였다. 김 대표가 직원들의 결혼과 출산을 특별히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가장 보람된 순간’을 묻는 말에 ‘제품 출시’나 ‘대내외의 인정’ 대신 직원들의 행복을 꼽는 그를 보며 함께 하는 성장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추구하는 방향대로 회사가 커나가 국내를 넘어 세계에 이름을 알리는 순간이 머지않았길 기대해 본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