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고침 “지금 도입은 시기상조”
고용부 차관 ‘80.5시간’ 우려에
“극한 예… 논리적 비약” 해명나서
정부가 현행 ‘주 52시간제’를 주당 최대 69시간까지 연 단위로 유연화하는 근로시간 개편안을 예고한 가운데,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조합 회계 문제에서 정부와 같은 목소리를 냈던 ‘MZ세대’(1980년 대 초∼2000년대 초 출생)노조인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새로고침)도 “국제사회 노동 기준에 부합하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각에서는 ‘주 최대 80.5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자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이 “극한의 예이고 논리적 비약”이라며 직접 해명에 나섰다.
권 차관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 개편안의 취지는 실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개편안이 발표되고 사흘 만에 주무부처 차관이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것은 최근 ‘근로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는 여론이 확산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상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9시에 출근해 새벽 1시까지 근무하는 ‘주 69시간 근무표’가 등장했다.

정부 개편안은 근로시간을 총량제로 관리해 바쁠 땐 일을 몰아서 하고, 한가할 땐 휴가를 몰아서 쓸 수 있도록 유연화하자는 것이 골자다. 주 최대 근로시간이 현행 52시간에서 69시간으로 늘어나지만, 특정 주에 일을 많이 하면 나머지 주에 휴식을 보장받기 때문에 전체 근로 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69시간은 현행 하루 최대 근로시간인 11.5시간을 주 6일 근무로 가정해 계산한 것이다. 퇴근 후 11시간 연속 휴게시간 보장을 전제로 한 것이기에 온라인에 공유되는 주 69시간 근무표는 실현 불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주 7일로 근무할 경우 주 최대 근로시간이 80.5시간(11.5시간×7일)에 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권 차관은 “현재도 주 7일 근무는 가능하지만, 그렇게 일하는 곳이 어디 있느냐”며 “주 7일 근무가 상시화될 거라는 가정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노동계의 반발 움직임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새로고침은 이날 정부 근로시간 개편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고용부의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는 장시간 노동과 과로 탈피를 위한 국가의 제도적인 기반 마련이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한 상황에서 도입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며 개편안 폐기를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이야기하는 ‘당사자의 선택권’이란 사용자의 이익과 노동자 통제를 강화하는 것일 뿐”이라며 “노동자의 희생을 전제로 한 개악을 막아내는 데 민주노총은 모든 청년 노동자와 함께 투쟁해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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