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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훈장 '지각' 수상한 노병 "미국이 내 뒤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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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3-04 10:08:45 수정 : 2023-03-04 10: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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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베트남전쟁에서 큰 공 세워
명예훈장 기대됐으나 은성훈장 그쳐
일각선 "흑인 장교라서 차별 당했다"
바이든, 58년 만에 명예훈장 걸어줘

1960년대 베트남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미 육군의 흑인 참전용사가 무려 58년이나 걸려 뒤늦게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받았다. 훈장을 수여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단정적으로 말하진 않았으나 인종차별 가능성을 제기했다.

 

명예훈장은 미국에서 군인에게 주어지는 최고 영예에 해당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뒤)이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명예훈장 수훈자인 베트남전쟁 참전용사 패리스 데이비스의 목에 훈장 메달을 걸어주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패리스 데이비스(83) 예비역 육군 대령을 초청해 명예훈장 수여식을 진행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군사보좌관이 낭독한 공적서는 데이비스가 대위 시절인 1965년 6월 17, 18일 이틀간 베트남 중부 봉손 지역에서 벌어진 전투 당시 큰 공을 세웠다고 명시했다. 부상해 쓰러진 부하 2명을 목숨을 걸고 구출했으며, 그 과정에서 본인도 심하게 다쳤으나, 정작 헬기가 도착했을 때 자신은 탑승을 거부한 채 부하들만 후송시켰다고 한다. 또 끝까지 전투 현장에 남아 적군이 있는 지점을 아군에 알림으로써 정확한 공습 및 포격을 통해 적을 섬멸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적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데이비스 대령은 명예훈장이 의미하는 모든 것을 구현한 인물”이라며 “용감하고, 대범하고, 결단력이 있으며 또 조국에 헌신했다”고 찬사를 바쳤다. 이어 데이비스의 목에 직접 훈장 메달을 걸어줬다.

 

공을 세운 지 58년에 이뤄진 뒤늦은 훈장 수여에 관해 바이든 대통령은 “진작 명예훈장을 받았어야 한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실은 1965년 당시에도 ‘데이비스는 명예훈장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공훈심사 때 일부 공적이 빠진 채로 서류가 제출되었고, 결국 데이비스는 명예훈장보다 격이 낮은 은성훈장(Silver Star)을 받는 데 그쳤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흑인 장교인 데이비스가 인종차별을 당한 것이란 시선도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3일 백악관에서 베트남전쟁 참전용사 패리스 데이비스에게 명예훈장을 수여한 뒤 환하게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데이비스가 피부색 탓에 차별을 당했다’는 식의 단정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청중 앞에서 데이비스의 이력을 설명하는 도중 인종차별의 심각성을 살짝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데이비스는 1956년 루이지애나주(州)의 서던대학교에서 대학생활을 시작했다”며 “당시만 해도 거리 상점엔 ‘백인 전용’이란 표지판이 버젓이 내걸려 있었으며, 버스나 학교 등에는 흑인의 출입이 금지된 구역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데이비스가 학생군사교육단(ROTC)을 거쳐 장교가 된 뒤 흔히 그린베레로 불리는 특수부대원을 지망했을 때에도 차별이 있었다”며 “상관들은 그에게 ‘정말 그린베레가 되고 싶으냐’는 경고를 하곤 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데이비스에게 전화를 걸어 명예훈장 수여 결정을 알리며 역대 미 행정부를 대신해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고 한다. 1985년 대령을 끝으로 전역한 데이비스는 “내 뒤에는 미국이 있었다”(America was behind me)라는 짧은 소감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데이비스는 조국이 자신을 잊지 않을 것이란 굳은 믿음이 있었다”며 “나는 그 점이 무척 놀랍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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