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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궤도는 인공위성 포화 상태…‘승리호’처럼 우주쓰레기 청소부 등장할까?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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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3-01 07:00:00 수정 : 2023-03-01 12:4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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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쓰레기가 온다’ 저자 한국천문연구원 최은정 실장
고장 난 인공위성 등 우주 쓰레기 지구 주위를 뒤덮는다
영화 ‘그래비티’처럼 우주 쓰레기가 우리를 덮친다면?
초속 7㎞로 공전하는 우주 쓰레기 처리할 방법은 있나?

우주에서도 ‘쓰레기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구에서 쏘아 올리는 인공위성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다. 이제는 미국, 러시아 등 일부 강대국들뿐만 아니라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 등 민간우주기업들도 앞다퉈 인공위성을 발사하고 있다. 인기가 많은 궤도들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고장이 나거나 수명이 다한 위성들은 우주 쓰레기로 전락한다.

 

지구 주변 인공 우주 물체를 표현한 그래픽. 흰 점이 인공위성, 파란 점과 붉은 점은 수명이 다한 위성이나 우주발사체 등 우주 쓰레기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최근 미국의 지구관측위성(ERBS)이 한반도 인근에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계경보가 발령되면서 많은 사람이 처음으로 우주 쓰레기의 위험성을 체감했다. 지난 26일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ERBS 추락 이후 첫 인터뷰다.

 

최 실장은 30년 가까이 우주 쓰레기를 연구해오며 국내에서 이 문제를 가장 먼저 공론화한 우주과학자이기도 하다. 그는 우주를 둘러싼 전 세계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우주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이런 우주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다음은 최 실장과의 일문일답

 

―우주 쓰레기 연구를 하게 된 계기는?

 

△최은정=1997년에 대학원에 입학했는데 당시는 인공위성 개발이 막 시작될 시기였다. 많은 분이 인공위성 궤도 분석 연구를 하고 있었고 경쟁이 너무 치열해 보였다. 조금 차별화된 주제를 찾고 싶었는데 시의적절하게 인공위성에서 떨어져 나간 파편들에 대한 문제들이 대두하고 있었다. 우주 쓰레기로 인한 문제가 당장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앞으로 충분히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했고, 다른 우주물체가 충돌하게 되면 우리나라 인공위성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있어서 관심을 갖게 됐다. 

 

―지구를 떠도는 우주 쓰레기는 얼마나 되나?

 

△최은정=미국은 전 지구 광학 망원경과 레이더 감시 장비를 통해 야구공보다 큰 우주물체들을 하나하나 세고 있다. 지금까지 공개된 것만 5만5506개인데 이 중 일부는 지상으로 떨어졌거나 사라져서 현재(2월16일) 기준 궤도 상에는 2만6934개가 남아있다. 이들 중 운영 중인 인공위성은 7000개 나머지 2만여개는 우주 쓰레기라고 보면 된다. 운영하지 않은 인공위성도 우주 쓰레기라 분류한다. 

 

지난 26일 한국천문연구원 최은정 실장이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우주 쓰레기가 증가하는 이유는?

 

△최은정=인공위성이 급증했다. (스푸트니크 1호 이후) 총 1만4468개의 인공위성이 발사됐는데 임무가 종료된 인공위성들이나 폭발 등으로 인해 파편이 생기면 우주 쓰레기가 된다. 특히 버려진 인공위성의 배터리 폭발이나 위성요격미사일시험(Anti-Satellite Missile·ASAT)으로 인한 고의적인 우주 쓰레기 생성이나 인공위성과 우주 쓰레기의 충돌로 인한 파편 등이 주요 증가원인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사업으로 초대형 군집 위성들이 발사되면서 인공위성이 1년에 수천 개가 증가하고 있다. (2020년 한 해에 발사된 인공위성만 1200여대다) 여기서 나오는 다 쓴 인공위성도 한몫을 하고 있다. 

 

―인공위성 발사 횟수가 늘어난 배경은?

 

△최은정=스타링크처럼 군집위성이 많이 나오게 된 이유는 재활용 우주발사체가 나오면서부터다. 과거에는 하나의 발사체에 탑재할 수 있는 위성이 1∼2기 정도였다. 그러나 위성 크기가 작아지면서 한 발사체로 60여개를 동시에 발사하기도 하고 여러 발사장에서 동시에 발사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 보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ERBS 위성. NASA 제공

―영화 ‘그래비티’처럼 인공위성을 미사일로 요격해서 우주 쓰레기가 발생하기도 하나?

 

△최은정=그 문제가 심각하게 떠오르고 있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등이 이미 미사일 요격실험을 했다. 특히 2021년 11월에 러시아가 ASAT 테스트를 하면서 그때 파편들이 1500개 이상 생겼다. 영화처럼 위성 파편으로 인한 2차 피해도 발생할 수 있어서 위성요격을 규제하자는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

 

―우주 쓰레기 얼마나 위험한가?

 

△최은정=우주 쓰레기들은 멈춰있는 것이 아니다. 1㎝보다 작은 우주물체도 초속 7∼8㎞ 속도로 지구를 돌고 있기 때문에 충돌 시 위력이 크다. 10㎝보다 크면 위성의 기능을 할 수 없게 전체를 파손시킬 수도 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의 경우 우주인들이 머물고 있지 않나. 이와 같은 우주 쓰레기와의 충돌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회피 기동을 해야 하는데 미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99년 이후 지금까지 33번의 충돌 회피 기동을 해야 했다.

 

미국 지구관측위성 ERBS(Earth Radiation Budget Satellite)의 추락 예상 범위 내 한반도 통과 예측 궤적(대전 중심 반경 500km(노란색)와 1,000km(붉은색) 범위. 과기정통부 제공

―우주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최은정=현재까지 나온 방법은 궤도에 따라 2가지 정도다. 고도가 200∼2000㎞ 사이인 저궤도의 경우 지구와 가까우니 대기권으로 재진입을 시켜 태워버리고 남은 것들은 바다로 떨어뜨리는 방법이 있다. 육지가 아니라 바다로 떨어뜨려야 하므로 연료가 남아있을 때 기동을 해서 위치를 조정해야 한다. 고도가 3만6000㎞의 정지궤도(지구의 자전주기와 위성의 궤도공전주기가 같아 지구 위에서 보았을 때 항상 정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궤도)의 위성은 고도가 높아 지구로 떨어뜨릴 수 없어서 고도를 100~200㎞ 높이거나 낮춰 폐기궤도라고 하는 곳에 다 쓰고 버려지는 위성들을 모아둔다. 무덤 궤도라고도 부르는데 여기서 지구로 떨어지려면 수천 년 이상 걸린다. 

 

―처리할 수 없는 인공위성은?

 

△최은정=저궤도와 정지궤도 사이의 중궤도에 있는 위성이나, 고장이 나서 기동을 할 수 없는 인공위성은 지금까지는 처리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유럽우주국(ESA)이 2025년 지구 최초로 우주 쓰레기 수거작업을 개시할 클리어스페이스 개념도. ESA 사이트 제공

―영화 ‘승리호’처럼 로봇 팔이나 갈고리 등으로 우주 쓰레기를 청소하는 기술 있나?

 

△최은정=지금 우주 쓰레기 청소 기술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그렇지만 아직 로봇 팔로 우주 쓰레기를 잡거나 하는 실제 사례는 없다. 여러 실험을 하곤 있다. 우주 쓰레기 청소하는 위성을 발사할 때 쓰레기 역할을 하는 위성을 같이 발사해서 우리가 아는 궤도에 떨어뜨려 놓고 그것을 그물로 잡는 실험을 해보고 있다. 그러나 기술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쓰레기를 청소하기 쉽지 않다. 우선 쓰레기의 위치를 알아야 하고, 궤도 조정을 통해 쓰레기 근처로 다가가야 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쓰레기를 로봇 팔이나 그물 등으로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 우주 쓰레기들은 소유국들이 있는데 법적으로는 소유권이 발사한 국가들에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다툼의 소지가 있다.

 

―국제사회는 우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어떻게 하고 있나?

 

△최은정=최근 들어서 우주잔해물로 인한 문제들이 커지면서 유엔 외기권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위원(COPUOS)에서도 이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2007년 세워진 ‘우주잔해물 경감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2019년 6월에는 우주활동 장기 지속가능성(Long-Term Sustainability, LTS) 가이드라인을 회원국들의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우주잔해물 관련 협의체인 국제우주쓰레기조정위원회(IADC)에서도 우주 쓰레기 처리 방법도 논의 중이다. 최근 민간우주기업들이 초대형 군집위성을 발사하니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서도 규제를 만들고 있다. 과거에는 저궤도에 올리는 인공위성들은 25년 안에 대기권으로 떨어뜨리라는 가이드라인을 권고했는데 지난해부터는 ‘파이브 이어 룰’이라는 것을 적용해 임무를 다하고 나서 5년 이내에 인공위성을 떨어뜨리도록 권고를 하고 있다. 그 조건을 만족했을 때만 위성 발사를 승인해준다. 

 

지난 26일 한국천문연구원 최은정 실장이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최은정=우주 분야가 국가 차원의 우주개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주 쓰레기와 같은 우주환경 문제도 있고 우주에서 인류가 생활하게 된다면 우주 보건 문제도 떠오를 것이고 국제사회에 여러 협약, 규제들이 생겨난다면 법적인 문제도 쟁점이 될 수 있다. 다양한 방면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한국도 우주 분야에 있어서 이런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지속가능한 우주활동을 위해 특히 우주쓰레기 문제처럼 우주 위험에 대한 대비도 철저히 해야 한다. 그것이 곧 활발한 우주개발 활동도 가능하게 할 것이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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